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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의 동인도 여행기(7) - Darjeeling, 고산 휴양도시

應觀 2017. 9. 10. 21:03


 

 박일선의 동인도 여행기(7) - Darjeeling, 고산 휴양도시 

(elsonpark@gmail.com)(http://cafe.daum.net/els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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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8일, 일요일, Darjeeling (고도 2,134m), Crystal Palace Hotel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300, 식수 24, 지프차 70, 환율 US $1 = 44 rupee)

 

어제 밤 10시쯤 갑자기 오한이 났다. 담요를 두 개나 덮고 누웠다. 밤새 아팠다. 고열, 오한, 설사, 두통 등 틀림없는 말라리아 증상이었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일 아침에 병원엘 가봐야겠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말라리아에 걸리면 24시간 이내에 혈액검사를 해야 한단다. 말라리아 확인을 하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여기서 여행을 중단하고 귀국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변소를 들락거리느라고 한잠도 못 잤다.

 

아침 일찍 짐을 싸서 Darjeeling으로 떠났다. 어제 밤을 잔 Siliguri보다 Darjeeling이 의료시설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아침에 두통이 좀 멎었지만 아직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합승 지프차에 오르니 Siliguri 시내를 다니며 손님을 태우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Darjeeling까지 가는 3시간 동안 거의 졸면서 갔다. 가끔 눈을 떠서 창밖을 내다보면 경치가 좋은 것 같았다. 안개가 짙었는데 가끔 해가 나오기도 했다.

 

Darjeeling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제일 가까운 호텔인 Crystal Palace Hotel로 걸어갔다. 이 호텔 외에는 더 이상 걸어갈 힘이 없었다. 아담하고 깨끗한 호텔인데 TV도 있고 빌려서 읽을 영어책과 잡지도 많다. 방값만 200 rupee 정도면 좋을 텐데 조금 비싸다.

 

짐을 풀자마자 침낭에 들어가서 누었다. 병원에 갈 힘도 없다. 계속 설사가 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드러누워서 지냈다. 내일은 꼭 병원에 가봐야지. 말라리아가 아니면 좋겠다.

 

Darjeeling은 고도 2,134m로 Shimla 같이 언덕에 세워진 도시다. 소위 “Hill Station"이라 불리는 영국 사람들이 세운 휴양도시다. Hill Station은 고도 2,000m 이상의 산위에 위치해서 날씨가 덥지 않다는 의미와 기차역이 있어서 교통이 좋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표현이다. 영국 사람들은 인도에 그런 Hill Station들이 많이 세워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인도의 여름 무더위를 피해서 여름을 지냈다.

 

   

2005년 8월 29일, 월요일, Darjeeling, Crystal Palace Hotel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300, 점심 35, 식품 49, 환율 US $1 = 44 rupee)

 

오후 2시까지 방에서 쉬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든 것 같다. 병원에는 안 갔으나 말라리아는 아닌 것 같다. 다행이다. 어제 저녁 때 먹은 것이 잘못된 것 같다. 어제 저녁으로 수프, 중국식 차오메인,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어떤 것이 나빴는지 모르겠다. 물은 상점에서 산 생수만 마셨으니 아닐 것이다. 앞으로 음식을 조심해야겠다. 아이스크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곳 호텔은 텅텅 빈 것 같다. 조용하기 짝이 없다. 어제 들 때 가격을 조금 깎아볼 것을 잘못했다. 그러나 숙소가 마음에 들고 직원이 친절하고 커피 타 마실 물을 잘 준다. 어제 그동안 가지고 다니던 커피포트의 전원 스위치가 망가져서 버렸다. 그동안 하루에 몇 번씩 커피 타 마실 물을 끓이고 그냥 마실 물을 끓이고 계란을 삶아 먹고 등등 잘 썼는데 앞으로 좀 불편하게 생겼다. 이제는 마실 물은 생수를 사마시고 커피 물은 숙소에 부탁해서 얻어야 한다.

 

오후 2시에 나가서 가벼운 식사를 했다. Darjeeling은 Shimla 같이 언덕에 세운 도시인데 언덕이 Shimla보다는 덜 가파르다. 이곳은 갑자기 비가 내리고 금방 해가 나고 안개가 많이 끼는 변화가 심한 날씨다. 사람들은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방에 미국의 CNN, 영국의 BBC 채널이 나오는 TV가 있어서 심심치 않다. 이곳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떠나야겠다. 여행할 때는 건강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Darjeeling은 산 위에 세워진 도시다

 

   

2005년 8월 30일, 화요일, Darjeeling, Crystal Palace Hotel

 

(오늘의 경비 US $19: 숙박료 300, 아침 25, 점심 58, 저녁 100, 식수 12, 약 85, 휴지 25, 소포 140, 인터넷 50, 환율 US $1 = 44 rupee)

 

이곳 전기 사정은 인도에서 최악인 것 같다. 하루에 반은 전기가 나가있는 것 같다. 한심한 인도여. 그래도 정치인들은 큰 소리만 친다. 며칠 전 신문에 보니 인도 대통령이 2030년까지는 인도의 에너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무책임한 애기다. 2030년에는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대통령 직을 떠난 지 오래 후일 것이다. 그 말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 내년 애기는 안 하고 25년 후 얘기만 하나. 인도 정치인들이 모두 그렇다. 전기뿐 아니라 수도, 하수도, 도로, 쓰레기 수거 등이 모두 세계 최고의 후진국 수준이다. 그런데 세계 제3의 경제대국이 곧 될 것이라는 등 헛소리만 하고 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중국은 상해의 동탄이란 지역에 뉴욕의 맨해튼 크기의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언제 공사가 끝날 예정인지는 몰라도 꿈같은 얘기다. 나는 중국이 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국은 이렇게 조용히 일을 해나가는데 인도는 만날 말뿐이다. 번지르르 하게 말만 잘하는 인도 사람들이여.

 

오전 10시쯤 나가서 아침을 먹었다. 두 번 먹었다. 처음에는 오트밀 죽을 먹었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 다음에는 소시지와 계란 부침을 먹었는데도 양이 안 찼다. 아직도 설사는 완전히 멎지 않았지만 식욕은 왕성하다. 좋은 증조다. 뒤늦게나마 약국에 가서 설사약을 샀다. 알약과 마시는 약 둘을 준다. 마시는 약은 탈수 증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데 주스 같은 약이다.

 

내일 Sikkim의 수도 Gangtok으로 떠날까 생각했는데 이곳에 하루 더 있기로 했다. 건강 회복을 완전히 하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했는데 고교 동창회 웹 사이트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아름다운 도시다

 

Darjeeling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광장에는 아직도 안개가 끼어있다

   

 

2005년 8월 31일, 수요일, Darjeeling, Crystal Palace Hotel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300, 점심 100, 식수 12, 환율 US $1 = 44 rupee)

 

오늘은 몸이 어제보다 훨씬 더 좋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날 때는 좀 어질어질하다. 오늘 잠에서 깨어보니 아침 8시다. 어제 밤에 잠을 잘 잔 것이다. 그러나 매일 새벽 4시에 회교 사원의 예배 시간을 알리는 방송 소리 때문에 잠을 깬다. 기분이 상쾌하다. 숙소에서 뜨거운 물을 얻어서 커피를 만들어서 어제 산 커피 케이크로 아침을 때웠다.

 

오전은 책을 읽고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제 책 두 권을 한국으로 붙이고 읽을 책이 없어서 호텔에 있는 책을 빌려서 읽었다. 미국 대중소설가 John Grisham의 “Partner"란 책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내려놓기가 싫었다. 이곳 책방의 책들은 너무 비싸다. 보통 한권에 400 rupee인데 인도 고객을 상대로 한 가격은 아니다. 400 rupee면 인도 노동자의 4일 수입이니 인도 사람들에겐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다. 결국 외국 여행객을 상대로 한 가격인데 인도에서 벌써 거의 20권의 책을 사서 더 이상 사고 싶은 생각이 안 난다.

 

오정 때쯤 점심을 하러 나가니 상점들이 모두 닫았다. 약방 한군데만 열렸다. 들어가서 물어보니 파업 때문이란다.

 

Darjeeling 지역에는 주로 티베트 계 네팔 사람들이 사는 모양인데 현재 Darjeeling이 속한 West Bengal 주로부터 독립을 원해서 하는 파업이란다. 인도에는 이렇게 문제가 없는 지역이 없다. 이곳도 언젠가는 게릴라전으로 될지도 모르는 곳이다.

 

간신히 조그만 호텔 음식점에 사정을 해서 식사를 했다. 이곳에 와서 제일 잘 먹었다. 오늘 오후 6시까지 파업이란다. 혹시나 해서 밥 한 그릇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Gangtok으로 떠나려했는데 오늘 Gangtok에 들어가는 여행 허가증을 얻을 수가 없어서 하루 더 연기할 수밖에 없다.

 

8월 달 경비 계산을 해보니 모두 $542을 썼다. 하루 $18인 셈이다.

 

 

2005년 9월 1일, 목요일, Darjeeling, Crystal Palace Hotel

 

(오늘의 경비 US $13: 숙박료 300, 아침 20, 점심 100, 식수 12, 지프차 표 110, 환율 US $1 = 44 rupee)

 

이곳은 습기가 너무 많다. 가끔 햇빛이 반짝 나오고는 금방 짙은 안개로 바뀌거나 비가 내린다. 모든 것이 척척하다. 옷도 침구도 타월도 종이도 책도 모두 척척하고 내복이나 양말을 빨아서 널면 잘 마르지 않는다. 배낭 안의 물건들을 척척하지 않게 보관할 방법은 없을까?

 

드디어 9월이 되었다. 돌아갈 날이 가까워진다. Sikkim에 들어가기 위한 permit, 다시 말해서 여행 허가증을 얻으러 Magistrate Office라는 곳으로 찾아갔다. Magistrate는 “사법권을 가진 행정관”이란 뜻이라니 우리나라 이조시대 때의 관찰사나 군수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너무 일찍 왔다. Permit은 오전 11시부터 발급한단다. 또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Magistrate Office 여는 시간을 체크 안하고 나왔다. 항상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Lonely Planet를 꺼내서 보니 오전 11시부터라고 나와 있다. 왜 이런 실수를 자꾸 저지를까?

 

Magistrate Office 경내에 아담한 tea shop이 있어서 들어가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러나 음식이 엉망이었다. 토스트 빵이 척척해서 억지로 먹었다. 10시경에 사무실에 가보니 10시 반에 오란다. 10시 반쯤 다시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니 스탬프를 찍더니 Foreigners Registration Office에 가서 그곳 스탬프를 받아오란다. 20분 걸려서 Foreigners Registration Office에 걸어가서 스탬프를 받고 다시 Magistrate Office에 돌아와서 마지막 스탬프를 받았다. 기다리지는 않아서 좋았으나 두 군데를 다니면서 스탬프를 세 번씩이나 받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렇게 번거롭게 안 해도 될 텐데 쓸데없이 고생을 시킨다.

 

내일 아침 8시 반에 Sikkim의 수도 Gangtok으로 가는 합승 지프차 표를 샀다. 앞좌석을 잡았는데 제 시간에 떠나고 지정된 앞좌석을 차지할 수 있으면 약 4시간 동안의 편한 여행이 될 것 같다. 몸이 아직 100% 회복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Siliguri에서 하루, Darjeeling에서 4일 해서 모두 5일을 보냈다.

 

비탈에 있는 집들 아래로 차밭이 보인다

 

시내 중심가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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