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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의 동인도 여행기(4) - Kolkata, 옛 영국 인도의 수도 (속)

應觀 2017. 9. 6. 20:47



 

 박일선의 동인도 여행기(4) - Kolkata, 옛 영국 인도의 수도 (속)  

(elsonpark@gmail.com)(http://cafe.daum.net/els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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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17일, 수요일, Kolkata, Times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145: 숙박료 200, 저녁 68, 식품 94, 릭샤 30, 택시 30, 20, 20, 30, 30, Dhaka 버스 500, 방글라데시 비자 5,000, 입장료 150, 책 50, 인터넷 20, 환율 US $1 = 44 rupee)

 

인도 여행을 시작한 후 제일 돈을 많이 쓴 날이다. 방글라데시 3주 비자를 얻는데 수수료 5,000 rupee가 ($116) 들었다.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 제일 비싸다. 방글라데시는 비자 장사를 하는 나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수료가 일정하지 않은 듯 내 앞에 서있던 프랑스 남자는 3,250 rupee를 냈다. 택시 요금도 방글라데시 영사관과 Victoria Memorial을 가느라고 160 rupee나 썼다.

 

아침 7시 반쯤 숙소를 나와서 Mother Teresa Mission으로 걸어갔다. 30분 정도 거리였는데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금방 더워져서 그늘을 찾으면서 걸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릭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부모와 함께 타고 가는 학생들은 부잣집 학생들인 것 같았다.

 

거리의 번잡함이라니! 수도나 펌프 가에는 이를 닦거나 세수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상체 목욕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런데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 흙탕물인 것은 왜 그럴까? 한국도 옛날 못 살 때 이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 군인들이 본 한국 풍경이 이랬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서 이제 나는 그때 미국 군인들의 눈으로 인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숙소에서 Mother Theresa Mission까지 가는 길은 매우 못사는 동네 같았는데 예상외로 거지는 단 한 명만 봤다. 거지가 Kolkata 시내 어디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Mother Theresa Mission은 비교적 깨끗하고 전차가 다니는 큰길가에 있었다. 제법 크고 깨끗해 보이는 4층 건물이었다. 건물 근처에서 한 젊은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관광 가이드 노릇을 하겠다는 것을 떨쳐버렸다. Mother Theresa Mission은 밖에서 사진만 찍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잠깐 안을 들여다보니 병원 같이 보였고 외국인 자원 봉사자도 보였는데 관광객이 카메라 들고 들어갈 곳이 아닌 것 같았다.

 

Mother Teresa Mission이 있는 지역에 비하면 숙소가 있는 Sudder Street 지역은 거지 소굴 같다. 외국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은 거지들이 몰리게 되어있는 모양이다. Sudder Street는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거리다. 약 300m 길이의 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거리다. 서쪽 끝에는 Indian Museum이 있고 외국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싸구려 숙소가 몰려있는 곳이다. 그중 Salvation Army Guest House가 제일 인기 있는 곳인데 항상 만원인 것 같다. 나도 그곳에 들어갈까 했는데 70 rupee 짜리 dorm 밖에 없어서 지금 있는 Times Guest House의 독방에 묵고 있다. 특별한 방은 아니지만 Sudder Street에서 제일 좋은 방인지도 모른다. 숙소 매니저 말에 의하면 Mother Theresa Mission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던 독일인이 1년 동안 묵던 방이란다. Sudder Street는 미국 TV 프로그램 “Sesame Street"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항상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Sudder Street에는 거지들이 많다. 천막을 치고 사는 가구가 적어도 10여 가구는 될 것 같다. 어른 거지, 여자 거지, 애들 거지 등 다양하다. 인도 정부는 거지들은 아예 외면하는 것 같다. 아예 없는 것으로 치는 것 같다. Sudder Street에는 택시도 많다. 수십 대는 되는 것 같다. 주차를 해놓고 마냥 기다리다가 외국인이 지나가면 “택시, 택시"하고 야단법석을 친다. 릭샤도 20여대는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외국인이 지나가면 시내 관광을 가자고 들러붙는다. 가까이 다가와서 여자, 마약 얘기를 하는 친구도 있다. 옛날 서울의 아주 나쁜 동네 같다. 하루 종일 자동차 경적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로 조용할 때가 없다. 어떻게 보면 지옥 같은 곳이고 어떻게 보면 활력이 넘쳐흐르는 곳 같기도 하다. 인도 사람들에게는 살기 좋은 곳인지도 모른다.

 

내방 길 건너 아파트에 백인 노인이 살고 있는데 항상 상의를 벗고 베란다에 나와서 산다. 가끔 시중을 드는 인도인이 보인다. 철창살로 완전히 보호된 베란다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서 먹고 얘기하고 신문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 온 은퇴 노인 같기도 한데 아마 아닐 것이다. 아마 백인 피가 섞인 인도 노인일 것이다. 인도에는 영국인 피가 섞인 인도인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닌 혼혈의 인도인들이 제법 많단다. 250년 영국 통치의 잔재 중에 하나다.

 

Sudder Street에 사는 사람들은 소변 대변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거리에 천막을 치고 사는 사람들, 하루 종일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다. Sudder Street는 인분 냄새도 거의 안 나고 쓰레기도 매일 쳐가는지 다른 도시에서 항상 보는 쓰레기 더미도 안 보인다. 혼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지만 깨끗한 편이다.

 

오늘 신문에 보니 정부가 Kolkata에 사람이 끄는 릭샤를 (옛날에 한국에서는 인력거라 불렀던) 없애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났다. 비인간적이며 외국에 창피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전에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릭샤 운전사들의 거센 항의로 실패했다는데 이번에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다. Kolkata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찬성하는 것 같으나 문제는 릭샤 운전사들의 생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나 하는 것이란다. 그것은 정부의 몫인데 이번에도 별 대책이 없다는 모양이다. 손으로 끄는 릭샤를 자전거 릭샤나 오토바이 릭샤로 바꿔주는 것이 대책이다. Kolkata에 손으로 끄는 릭샤가 약 2만 5천대나 있다는데 최소 10만 명 시민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이들은 인도에서 제일 가난한 Bihar 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란다.

 

밤에는 자주 정전이 된다. 밤에 전기 소비량이 늘기 때문이다. 정전이 되면 선풍기가 안 돌아가서 방이 찜통이 된다. 다행히 내 방은 베란다가 있어서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헤드램프를 이용해서 책을 읽거나 Sudder Street를 내려다보면서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인도는 정전이 되는 나라, 수돗물이 끊기는 나라, 하수도가 넘치는 나라, 거지가 많은 나라, 사기꾼이 많은 나라, 지저분한 나라, 극도로 무질서한 나라,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 극도로 부패한 나라, 극도로 빈부의 차가 심한 나라,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하나 못 딴 나라, 한마디로 지옥 같은 한심한 나란데 인도의 일부 지식인들은 인도가 곧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환상과 자만에 묻혀서 살고 있는 나라다.

 

어느 날 신문에 “Floods Shatter Mumbai's Shanghai Dream"이란 재목의 기사가 났다. 인도 최대의 도시 Mumbai가 (옛날의 Bombay) 올 여름 홍수 때문에 중국의 Shanghai처럼 되는 꿈이 깨졌다는 얘기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중국은 조용히 Shanghai의 꿈을 이룩했는데 인도는 매일 큰소리만 치다가 홍수 한방에 꿈이 깨졌단다. 한심한 인도여!

 

그제 산 어깨에 메는 여행 가방이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다. 가볍고 주머니도 많고 크기도 적당하고 튼튼하다. 270 rupee를 주고 샀으니 $6정도인데 미국에서는 $60 짜리는 될 것이다.

 

인도에 사람이 끄는 릭샤가 (옛날 한국에서 인력거라 불렀다) 있는 도시는 Kolkata뿐인 것 같다

 

거리 음식점인가, 거리 부엌인가?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길이 매섭다

 

거리 공중목욕탕 같다

 

Mother Teresa는 일생을 Kolkata에서 빈민들을 돌보며 보냈다

 

Mother Teresa Mission 건물

 

전차가 다니는 Kolkata 답지 않게 한적한 길이다

 

숙소 근처 거리 풍경

 

들려다 못 든 구세군 게스트하우스는 Kolkata에서 배낭여행자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숙소다

 

여의도 공원 10배는 되는 Maidan 공원에는 풀 뜯는 염소들도 보인다

 

특이한 자세로 진흙물을 마시고 있는 염소

 

Maidan 공원 너머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들

 

Maidan 공원에는 제법 큰 호수도 있다

 

Kolkata에서 제일 장엄한 건물인 Victoria Memorial

 

250년 동안의 영국 통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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