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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여행기 (6)

應觀 2014. 2. 26. 12:05

 

키르기스스탄 여행기 (6-8)  Altyn Arashan 



     

 여행지도

 

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2006년 8월 7일, 월요일, Altyn Arashan, Yak Tours Guesthouse

 

(오늘의 경비 US$18: 숙박료 200, 세끼 식대 400, 온천 100, 환율 US$1= 40)

 

 오전에 게스트하우스 밖에서 독서를 했는데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몸이 으스스해서 보드카 술 한 잔을 요구했더니 보드카를 병 채로 안주까지 곁들여서 한 상을 잘 차려준다. 보드카를 조금씩 마시면서 경치 구경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니 낙원이 따로 없다. 그 동안 사막을 누비며 누적된 여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도 사막의 더위와 싸웠는데 이제는 춥게 느껴지니 믿을 수가 없다.

 

 Karakol에 있는 여행 안내소에서 대여해주는 영어 책이 몇 권 있어서 그 중 한 권을 빌려왔는데 제법 읽을 만 했다. 심심풀이로 그만이다. 이곳에 와서 트레킹을 좀 할까 했는데 별로 마음이 안 내킨다. 그저 하루 세끼 잘 먹고 시원한 날씨, 아름다운 산 경치, 따듯한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제일 좋다. 지난 두 달 동안 사막의 더위와 싸우면서 심신이 지친 모양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트레킹 생각이 안 나다니.

 

 오후에는 한 시간 정도 비가 왔다. 방안의 온도가 15도까지 내려갔다. 지금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병원에 있을 고교동창 김미자 생각이 났다. 그 동안 차도가 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고교 동창들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제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저녁때는 영국에서 온 젊은이 남녀 커플과 함께 식사를 했다. 잠은 텐트를 치고 자면서 식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는 모양이다. 남자는 인도 계통이고 여자는 동양인인데 어느 나라인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에는 직원인 듯한 18세 먹은 독일청년이 한 명 있는데 아마 가이드로 일을 하는 것 같다. 독일에서 이곳에 온지 6년이 되는데 러시아어를 현지인 같이 잘한다고 한다. 왜 독일청년이 이곳에 어린 나이로 와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침 요가를 하고 있는 일본 여자 여행객 Haruka

 

내가 묵었던 Yak Tours 게스트하우스

 

아침에 밖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드카 술을 얻어서 마시니 속이 뜨듯해서 한결 나았다

 

안주까지 친절하게 해주었다, 비싸게는 받았지만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함께 하루를 보낸 일본 여행객 커플 Haruka와 Masaru

 

풍차를 이용해서 게스트하우스에 흐릿한 전등을 킨다, 그러나 컴퓨터는 안 된다

 

게스트하우스 옆에 있는 yurt는 용도가 무엇인지

 

키르기스스탄 여행기 (7)  Altyn Arashan 온천


     

 여행지도

 

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2006년 8월 8일, 화요일, Altyn Arashan, Yak Tours Guesthouse

 

(오늘의 경비 US$18: 숙박료 200, 세끼 식대 400, 온천 100, 환율 US$1= 40 som)

  

오늘도 세끼 잘 먹고 오전에는 밖에서 보드카 술을 두어 잔 마시며 독서하고 오후에는 낮잠 자고 나서 온천욕을 했다. 어제와 같은 일정이었다. 산보 삼아서 숙소 서쪽 1.5Km 정도 강가에 있는 야외 온천에 다녀왔다.

 

온천에 다녀오니 내가 책을 읽고 있었던 곳에 소 떼가 풀을 뜯고 있었다. 가방을 놓고 갔다 왔는데 소 한 마리가 내 가방을 뒤지고 있어서 쫓아버렸다. 가방 안에 소가 먹을 것이 있었나보다. 이곳은 동물들에게는 낙원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먹을 것 많고 공기 좋고 더 바랄 것이 없는 곳 같다.

 

Karakol에 사는 숙소 주인 밸런타인은 이틀에 한번 정도 지프차나 dune buggy 같이 생긴 차를 타고 왔다가고 밸런타인의 여동생과 딸 모녀가 이곳에 살면서 손님을 치른다. 어머니는 30대 중반 정도이고 딸은 14살 정도로 보인다. 모녀 모두 순박하게 보이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도시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저녁때는 오늘 Karakol로부터 도착한 30대의 프랑스 젊은이 네 명과 함께 식사를 했다. 내일 이곳에서 왕복 8시간 정도 걸리는 호수에 갔다 올 예정이란다. 그 중 한 친구는 2002년 월드컵 때 일주일 정도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다. 서울 시청 앞 대형 TV 화면 앞에서 응원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서울 외에 부산과 설악산 구경을 했다 한다.

 

내일은 Karakol로 내려가야겠다.

  

울창한 소나무 숲

 

웅장한 Altyn Arashan Valley

 

앞 산 너머에 3박 4일의 멋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데 사막에 지친 몸과 마음이 못가겠다고 해서 안 갔다

 

설산과 어둔 산들의 조화가 아름답다

 

사이좋게 나란히 있는 남녀 뒷간 뒤로 풍차가 보인다

  

오른쪽 건물이 온천 건물이다

 

건물은 초라하나 물은 더 이상 깨끗할 수가 없는 온천 독탕

 

온천욕이 끝난 후에는 이 벤치에 앉아서 개울물 흘러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깐 쉬었다

 

자연도 말도 아름답다

 

살이 통통히 찐 양떼

키르기스스탄 여행기 (8)  

Altyn Arashan 온천을 떠나며 



     

 여행지도

 

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2006년 8월 9일, 수요일, Karakol, Yak Tours Hotel

 

(오늘의 경비 US$14: 숙박료 100, 버스 10, 우표 50, 책대여 80, 점심 100, 식료품 150, 저녁 66, 환율 US$1= 40 som)

 

 아침 9시에 게스트하우스 주인 모녀와 작별인사를 하고 Altyn Arashan 온천을 떠났다. 3일 동안 잘 먹고 푹 쉬었다. 날씨와 경치도 좋았지만 온천욕은 정말 좋았다. 이런 곳을 찾기 힘들다. 전기가 들어와서 컴퓨터를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인터넷까지 되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을 떠난 후로 짐을 지고 오래 걷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내리막이라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짐 무게가 아마 조그만 가방까지 합해서 13kg 정도일 것이다. 내 몸무게의 4분의 1도 못되는 무게다. 나만큼 짐을 적게 지고 다니는 배낭 여행자는 아마 만나보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컴퓨터까지 가지고 다니는데. 지난 4년 동안 배낭여행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책 무게만 줄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힘든 문제다. 어쩌면 어디선가 들은 eBook이나 audio book으로 일부는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직 잘 모른다.

 

 Altyn Arashan에서 내려가는 길은 냇물을 따라서 내려가는 길인데 정말 아름다웠다.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을 몇 명 만났고 올라오는 차도 두 번 만났다. 4시간 정도 걸으니 집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운 좋게 미니버스를 만나서 Karakol 숙소 근처에 와서 내렸다.

 

 전에 묵던 Yak Tours Hotel에 가니 주인 밸런타인은 안 보이고 밸런타인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직원이 (밸런타인의 형일까?) 반갑게 나를 맞는다. 방이 다 나갔다면서 2층 복도 구석에 칸막이로 만든 조그만 방을 준다. 갑자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졌을까. 뒷마당도 텐트로 꽉 차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도 두엇 보인다. 유럽에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어서 몰려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방이 작지만 창문도 있고 아늑하다. 방 값도 100 som으로 싸다. 방문을 잠글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방을 준 직원에게 얘기했더니 문제없다며 아무 걱정 말란다. 그래도 물건 단속을 잘 해야겠다. 또 하나 문제는 창문을 열 수 없게 되어있어서 방 안 공기가 후텁지근하다. 여러 가지로 방이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호텔로 가기는 싫다.

 

 짐 정리를 한 다음에 나가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여행안내소, 우체국, 인터넷 카페를 둘러보았다. 이 세 곳을 걸어서 다니면서 소련식 도시는 참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건물들 쓸데없이 크고 건물들 사이가 너무 떨어져있다. 땅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 모르지만 도시 중심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데. 우체국에 들어가 보아도 내부 공간은 매우 넓은데 일하는 사람은 두 사람 정도니 내부가 텅 빈 것 같다. 자본주의 국가 같으면 (예를 들면 인도) 조그만 건물 일부에 창구 하나 정도일 텐데. 이런 도시를 걷자면 쓸데없이 걷는 거리가 길어서 걷기 힘이 든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는 비효율적인 소련 체제가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인터넷 카페를 두 군데나 갔는데 인터넷이 안 된다. 자기네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인터넷 하기는 틀린 것 같다. 수도 Bishkek에나 가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가는 나라 타지키스탄의 GBAO permit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한데 알 도리가 없다. 서울과 미국 소식도 알 수 없다.

 

Altyn Arashan에서 3일 동안 푹 쉬고 떠나며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친구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세차게 흐르는 내를 따라서 내려갔다

 

뒤를 돌아다보니 Altyn Arashan 계곡은 자취를 감추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초원, 막 전투를 시작하려는 두 소나무 숲 같이 보인다

 

저 많은 물은 눈 녹은 물이라는데 Issyk-Kul 호수로 내려간단다

 

오정 때가 되니 제법 더워져서 그늘에서 가져온 바나나로 요기를 하면서 잠깐 쉬었다

 

여행객들을 위한 yurt 같다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해 있다

 

집집마다 잘 익은 살구로 가득한 살구나무가 없는 집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