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과 소멸의 교차로인 늦가을, 죽음을 생각한다. ‘철학을 한다는 건 죽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라는 명언의 주인공 몽테뉴는 살면서 늘 죽음에 관해 생각하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낯설기만 한 죽음의 공포도 잠재워질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아이러니가, 철학적 사유는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되었고, 아무 두려움 없이 담담하게 잘 죽는 사람은 정작 생각하지 않는 이들(가령 농부들)이었다. 그들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두려워할지언정 자신의 죽음은 걱정하지 않았으며, 죽음 자체보다는 사후 처리 문제(신부의 기도, 관, 무덤의 십자가 등)를 염려했다. 16세기 프랑스 시골 농부를 통해 몽테뉴가 깨달은 바, 죽음의 공포를 물리치는 진짜 힘은 깊은 사색이나 용기가 아니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꿋꿋하게 수용하며 살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