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거기에 있어 그곳에 간다
다짜고짜 이 말부터 해야겠다. 난 결코 전문산악인이 아니다. 히말라야 8000미터 고봉들, 아프리카 킬리
만자로나 남미의 아콩카구아 같은 대륙 최고봉은 물론 이렇다 할 세계의 산들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영국 산악인 조지 말로리는
'산이 거기에 있어 그곳에 간다'라고 말했다. 나는 조지 말로리의 신봉자인지도 모르겠다. 산이 그저 좋아
틈만 나면 산에 오르니 말이다.
감히 작은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인 대한민국에서 산이 주는
엄청난 혜택을 많은 사람이 함께 누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갈등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대의 삶속,
진정한 치유와 행복의 길이 산에 있다.
산에 오르는 것이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반드시 땀을 흘려야하고 시간속의 고
통을 인내해야하기 때문이다. '거저 얻는 것을 싫어하는 삶의 철학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폴란드산악인 보이테크 쿠르티카가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다'라고 말을 했나 보다. 산에 오를
때 왜 인생 내공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요즘은 산린이(산을 찾는 젊은 사람들)들이 많아
져 그런 의미에도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견디고 올랐을 때 산마루나 정상에서 만나는 풍광, 거기에 불어오는 바람에 한줄기에 땀
을 식힐 때 밀려오는 상쾌함과 성취감, 행복감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생각해보니 산에 오르는
것은 그대로 농부 정신의 체감인 듯하다. 씨를 뿌리고 풀을 매고, 장마와 땡볕을 이겨내며, 견디고 버티고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농군이야말로 산에 오르는 것과 많이 닮았으니.
앞만 보고 달려 나온 삶에서 벗어나 주위의 나무나 숲을 돌아보고, 풀벌레나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순간순간 온전히 깨어있는 삶과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이보다 더 가슴뛰고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으랴. 때론숨이 가빠오지만 이보다 더 살아있다는 증거가 어디 있으랴.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가 말했다.
우리가 정복한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은 괜찮지만,
남을 이기기 위해 산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라고
산악인 알랑드샤펠리우스는 말했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 시작한다"라고 폴베이 사르는 말했다
"온갖 일들이 규칙적으로 묶여 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남아있
는 일시적으로나마 완전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 중의 하나가 등산이
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등산은 삶에 자유를 선물하는 최고의
도우미다. 물론 거기에 땀과 용기,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가을이 무르익었다. 인생의 참맛을 느끼려면 사람의 숲으로 가
고, 진짜 가을을 만끽하려면 가을숲으로 가야 한다. 가을이 끝나기
전, 가을산, 가을 숲으로 떠나보자. 내 삶의 자유를 찾으러. 나는
오늘도 산이 있어 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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