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칼라스 총리 당신을 존경합니다
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태어난 칼라스 총리는 열네 살이던
지난 1991년 조국이 독립할 때까지 구소련 체제에서 성장했다.
어머니 크리스티가 생후 6개월 때 할머니와 함께 시베리아로 추방당한 일을
베갯머리 이야기로 듣곤 했다고 한다.
그는 “열한 살 때인 1988년 아버지와 공산권인 독일 동베를린으로 여행을 갔다.
그때 아버지가 서베를린 쪽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쉬어보아라.
이것이 자유의 냄새란다’라고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딸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했던 아버지 시임 칼라스는
1990년대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로 조국에 자본주의가 안착하는데 공헌했고,
2002~2003년 총리를 지냈다. 19년 후 딸이 대(代)를 이어 총리가 되어
‘발트의 호랑이’라 불리는 에스토니아를 이끌고 있다.
노화와 치매 전문 의사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 알츠하이머 연구센터장인 스몰은
“결코 잊지 않는 뇌란 없다. 사진같은 기억력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게 기억한다 해도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알츠하이머 같은 ‘병적인 망각’과 노화로 인한 ‘정상적인 망각’을 관장하는 뇌의 기관은 다르며.
그래서 ‘정상적 망각’은 당연한 것이자, 오히려 잊지 못하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긴다 말합니다.
나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기운이 빠지거나 심신이 지칠 때면 자주 산책을 나간다. 내 상태를 바꾸려는 뚜렷한 의지가 발동해서는 아니고 대개 본능적으로 그리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나 간단히 외출할 차림을 하고 집을 나와 거리를 돌아다닌다.
1951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일본 작가 미요시 주로가 1952년 9월에 쓴 산문 ‘걷는다는 것’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걷다 보면 자신을 속박하던 갖가지 굴레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고, 한동안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네요.
내가 나한테서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즉 이제껏 해온 맘고생이니 노력이니 사색이니 논리 추구니 하는 것을 방구석 책상 위에 그대로 버려둔 채 나만 쏙 빠져나왔다고 실감한다.
미요시는 산책하면서 일상의 잡다한 문제에 대해 논리대로 사고한 적이 거의 없답니다. 걸으면서 보고 들은 것과 그로 인해 솟구치는 감정을 맛보기에도 벅차서요. 그렇게 두 세시간을 보내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된답니다. 머릿 속 혼란이 가라앉거나 마음 속 피로가 풀렸다는 걸.
그러니 만일 나라는 인간 안에 조금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또 만일 나라는 작가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모두 산책이나 여행 덕분이다.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를 모은 ‘작가의 산책’(정은문고)에서 읽었습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 잊고 싶은 일들, 떨치기 힘든 고민이 있다면 마스크 벗어던지고 무작정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한센병을 연구하는 의사이기도 했던 소설가 기노시타 모쿠타로가 쓴 ‘거리 산책자’의 첫 문장처럼.
토요일 오후께 내일은 일요일이란 생각에 도쿄 거리를 마음 편히 두리번두리번 어슬렁어슬렁 걷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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