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의 남인도 여행기(19) - Amma 허깅맘 Ashram
(elsonpark@gmail.com)(http://cafe.daum.net/elsonpark/)
2005년 3월 10일, 목요일, Trivandrum, Pravin Tourist Home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215, 버스 32, 책 215, 환율 US $1 = 44 rupee)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물을 끓이는 도중에 전기가 나간다. 전기가 24시간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밤에만 들어오는 모양이다. 몇 분만 더 일찍 끓이기 시작했더라면 되었을 텐데. 미지근한 물에 인스턴트커피를 타서 마셨다. 같은 방의 이스라엘 젊은이가 나가면서 오전 11시에 Darshan 예식이 시작되니 나더러 가보란다. Darshan 예식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곳의 주인공 Amma를 만나보는 의식이다. Darshan은 "신의 만남"이란 뜻이란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천 명의 방문객들이 Amma를 만나서 Amma의 "hug"을 받는 예식이다. 그래서 "Amma, the Hugging Mother"라는 별명이 생긴 것이란다. 오늘 떠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하고 만나게 해줄 것이니 꼭 가서 Amma를 "hug"하는 영광을 받으란다. "살아 있는 신, The Living God"으로부터 "hug"을 받는 영광을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가보기로 했다.
오늘 "A Fine Balance" 책을 끝냈다. 어제 만났던 네덜란드 여자 말대로 "a sad book"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거지가 되면서 책이 끝난다. 나는 책이고 영화고 "happy ending"이 좋지 “sad ending"은 별로다.
오전 11시 반경 강당으로 갔다. Darshan 예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스라엘 젊은이 말이 하루에 수천 명이 Amma를 만난다고 했는데 좀 과장이다. 강당에는 천여 명 정도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강당 왼쪽에는 남자들, 오른쪽에는 여자들이 앉아있다. 중앙에는 강단이 있고 강단 위 중앙에 있는 높은 의자에 Amma가 앉아 있다.
Amma가 앉아 있는 의자 주위에는 Darshan 의식을 진행하는 사람들 여럿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Amma 의자 앞에는 Amma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 줄로 앉아서 움직이면서 한 사람 당 10초 내지 20초 정도씩 Amma와 시간을 보내는데 가져온 화환을 Amma 목에 걸고는 Amma의 “hug"를 받는다. 그러고는 바닥에 앉은 채로 움직이면서 강단에서 밀려 내려온다. 때로 간단한 대화가 오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 강당 안에는 녹음된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은은히 퍼지고 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외국인들은 특별 대접을 받는지 강당 제일 앞 3, 4줄 의자들을 차지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잠깐 강당을 떠나거나 떠났다가 돌아올 때는 Amma를 향해서 머리를 거의 마룻바닥에 붙이는 식의 절을 한다. 한 젊은 외국 여자는 눈을 감은 채로 계속 울고 있다. 정말 살아있는 신을 접견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하는 분위기다.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한 30분 구경하다가 강당을 떠났다. 예상했던 대로 나는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좀 역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종교를 가질 인성을 못 가졌나보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는데 30분이나 늦어서 오후 1시 반경에나 나왔다. 대형 쟁반에 밥, 국, 반찬을 따로 놓아준다. 오늘도 스푼이 없어서 인도 사람들 식으로 손으로 먹었다. 인도 사람들은 밥과 국물이 있는 반찬을 나물 무치는 식으로 섞은 다음에 손으로 한줌 잡아서 조그만 주먹밥을 만드는 식으로 손안에서 두세 번 굴려서 원형 비슷하게 만들고는 즉시 입에다 넣는다. 입에 든 밥을 씹으면서 반찬 건더기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먹는다. 반찬에 국물이 많으면 따라 찌어서 마신다. 인도 사람들은 자기네들 먹는 방식이 최상의 방식이라고 우기지만 식기를 사용해서 먹는 사람들에게는 안 통하는 얘기다.
오후 2시 반경 Amma의 ashram을 떠나면서 그곳에 있는 책방에서 "Amma and Me"라는 책을 샀다. 40대의 미국인이 7년 동안 이곳 Ashram에서 Amma를 모시고 살면서 경험한 얘기를 쓴 책이다. 이 미국인은 아직도 이 Ashram에 살고 있단다. 인도의 다른 ashram에도 이곳 같이 외국인들이 많은지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이곳 ashram에 왜 이렇게 외국인들이 많이 와있는가, 외국인들 눈에는 Amma가 어떻게 보이는 가 등의 내 의문이 풀릴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이곳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이 없는 것이 없다. 기념품 상점, 책방, 우체국, 환전소 등 외국인들이 필요한 것은 다 있다.
오후 3시 반경 유람선 배가 도착해서 올라타고 오후 6시 반경에 수로 관광이 끝나는 도시 Kollam에 도착했다. 오늘 본 Backwater 수로 경치는 어제 본 경치와 별 다름이 없었다. 인도는 역시 인구가 많은 나라다. Kollam까지 가는 동안 수로 양쪽에 집들이 계속 보인다. 인도 인구가 1930년대는 3억이었는데 70년이 지난 현재는 12억이고 조만간 중국을 추월할 추세라니 100년 후에는 30억은 될 것이라는 말인가?
"The Age of Kali" 책에 나온 대로 적어도 인도만은 말세에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도 옛날 “British India”의 일부였던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인구를 합치면 중국 인구보다 많다. "A Fine Balance"책에 보면 1970년대에 인도 정부가 얼마나 산아제한에 힘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인도의 제일 큰 문제가 가난의 퇴치이고 그렇게 하는 방법은 경제를 키우고 부의 분배를 균등하게 하는 것이겠지만 인구 성장을 줄이지 않고는 문제 해결은 없을 것 같다.
어제 같은 방에 묵었던 이스라엘 친구 말에 의하면 인도의 최고 직장은 공무원이란다. 그 중에도 교사가 최고란다. 공립학교 교사의 월급은 15,000 rupee로 사립학교 교사의 3배란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사립학교 교사들이 더 많이 받는데 인도는 반대이다. 15,000 rupee면 $300이 좀 넘는 금액이다. 날품 파는 인도 노동자가 한 달에 30일을 일한다 해도 1,500 rupee 밖에 못 버는데 교사는 그의 10배를 버는 것이다. 월급 외에도 다른 혜택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어디선가 인도의 공립학교 교사의 평균 출근율이 50%라고 읽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마디로 놀고먹는 "신의 직장"인 셈이다. 한심한 인도여! 대한민국은 인도 꼴이 안 되도록 다음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다.
Backwater 수로를 가는 동안 "Chinese Net" 어망이 계속 보인다. 한번은 그물을 올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거대한 그물을 어떻게 올리나 봤더니 도르래나 동력 사용 없이 사람 힘으로만 어렵지 않게 올린다. 지레 원리를 이용한 "A Fine Balance"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Chinese Net"이라는데 1999년 중국 여행을 했을 때는 왜 못 봤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안 갔던 광동성이나 복건성 해안 지대에 있는 모양이다. 어망이 있는 바로 옆에는 화장실 헛간이 많이 보였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면 물로 직접 떨어지도록 만든 자연 수세식이다.
오후 6시 반경 Kollam에 도착하니 아직도 해가 조금 남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100m 이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니 Trivandrum 버스 한 대가 막 출발하고 있어서 올라타고 Trivandrum으로 향했다. 한 시간 반 걸리는 거리라는데 두 시간 걸려서 Trivandrum에 도착했다. 아마 퇴근 시간이라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이 지역에 무슨 축제가 있는지 Trivandrum까지 가는 동안 길가를 크리스마스 전등 같은 장식을 해 놓았다.
인도 거의 남쪽 끝에 위치한 도시 Trivandrum에 도착하여 다행히 호텔들이 버스 터미널에서 500m 이내에 있어서 쉽게 찾아갔다. 그러나 호텔 세 곳을 체크했으나 1인용 방은 빈방이 없어서 할 수 없이 2인용 방을 215 rupee에 들었다 (1인용은 140 rupee). 내일이라도 1인용 방이 나면 옮겨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그렇게 해주는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었다.
호화 유람선
Ashram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Backwater" 수로와 끝없이 펼쳐진 야자수 숲과 중국식 어망들
조금 더 날이 밝아진 시간의 경치
또 다른 경치
Amma, the Hugging Mother 살아있는 신의 사진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인도양 바다 쪽 경치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Ashram 강당 앞마당
유람선에서 내리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무엇을 찾으려고 이곳에 오는가?
중국식 어망
매우 커 보이는데 사람 힘으로 내리고 올릴 수 있단다
하필이면 벽돌 더미 앞에서 명상을 하고 있나
교회 건물로 보인다
수영을 즐기고 있는 두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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