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의 남인도 여행기(25) - 남인도 다시 가는 길
(elsonpark@gmail.com)(http://cafe.daum.net/elsonpark/)
너무 더운 남인도를 쫓기다 싶이 떠나서 시원한 네팔과 북인도를 여행하고 다시 남인도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먼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것은 인도 철도가 비교적 잘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허름하지만 침대에서 잘
수 있고 요금이 싸고 음식도 쌉니다. 인도 철도는 영국 사람들에 만들어 놓은 것이고 인도 사람들이 물려
받아서 유지보수를 그런대로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인이라고 60% 였던가 많은 할인도 해주고 외국
인이라고 기차표를 내국인보다 쉽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철도에 관한 한 인도 정부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2005년 7월 29일, 금요일, Amritsar-Chennai 기차
(오늘의 경비 US $4: 점심 50, 저녁 32, 아이스크림 25, 콜라 10, 릭샤 60, 택시 350, 기차표 환불 350, 환율 US $1 = 44 rupee)
아침 9시에 일어나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기차역으로 나갔다. 벌써 내가 탈 기차가 1번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었다. 기차에 올라서 온도 적응하는데 한참 걸렸다. 밖 온도는 적어도 35도인데 기차 안은 에어컨 때문에 25도이다. 기차가 떠날 때 보니 좌석이 반 이상 비었다. 내 옆자리 둘도 비어서 편하다. 아침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나는 기차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숙소에서 만들어 온 커피와 어제 산 바나나로 아침 식사를 막 끝낸 후였지만 그래도 주면 먹을 것이다.
Amritsar를 떠나서 Delhi로 가는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넓고 넓은 평원이다. 인도의 식량 혁명이라 불리는 “Green Revolution”이 일어난 곡창지대다. 인도 인구가 10억이 넘지만 먹을 것이 부족해 보이지 않은 것은 이 곡창지대 때문이란다. 이곳 땅은 매우 비옥해 보인다. 인도 여행 초기에 본 Deccan 고원 지대의 메말라 보이는 땅과 Uttar Pradesh 주의 피곤해 보이는 땅과는 다르다. 인도의 경작면적은 한국 몇 배나 될까? 30배 이상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10억이 아니라 20억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도는 먹을 것이 없어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자살하던 1960년대의 한국보다는 잘사는 나라인지도 모른다. 1960년대의 한국은 너무 못살았다.
기차역을 둘 지난 다음에는 좌석이 만원이 된다. 내 옆 좌석에도 젊은이 둘이 앉았다. 이 기차에 탄 인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기차는 고급 기차이니 돈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Amritsar-Delhi 구간은 거리는 약 450km이고 걸리는 시간은 약 6시간이다. 요금은 600 rupee인데 나는 30% 경로할인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은 경로할인을 안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도에서는 외국인도 경로할인을 해준다. 그 점에서는 인도는 한국보다는 후한 나라다.
아침 식사가 나왔는데 간단했다. 식수, 커피나 홍차와 과자 부스러기였다. 오늘 신문을 준다. 화장실에 가보니 액체 비누와 화장지가 있고 변기와 창문에 걸린 커튼이 깨끗하다. 아침 6시에 나온 아침 식사로 생각한 음식은 음료수 서비스였고 정식 아침 식사는 8시에 나왔는데 빵, 잼, 버터, 오믈렛과 커피나 홍차로 먹을 만했다.
기차가 Ambala를 지난다. 두 달 전 Ambala에서 에어컨이 시원치 않은 방을 400 rupee나 주고 하루 밤을 자고 다음날 Shimla 행 기차를 탔던 생각이 난다. Ambala에서 시작해서 Shimla, Spiti Valley, Dharamsala, Manali, Ladakh, Kashmir, Amritsar를 거쳐서 다시 Ambala로 돌아오는 큰 원을 그리면서 여행을 한 셈이다. 성공적인 두 달 간의 북인도 여행이었다.
Delhi 기차역에 도착하고 에어컨 기차에서 40도나 될 듯한 밖으로 나오니 훅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다. 기차역 역사가 너무나 낡았다. 인도 대국의 관문인 Delhi 기차역 역사가 이렇게 낡다니 너무 하다. 미터가 있는 택시에 올라서 남인도의 Chennai 행 기차가 떠나는 Nizamuddin 기차역으로 갔다. 제법 먼 거리였다. 가는 도중에 Delhi의 관광 명소인 Red Fort, India Gate, Rajpath 등을 지났다. Delhi는 나중에 다시 올 곳이라 택시를 세우지도 않고 사진도 안 찍고 눈도장만 찍으면서 갔다. Red Fort와 Rajpath가 인상적이었다.
Nizamuddin 기차역에 도착하니 택시 요금이 350 rupee가 나왔다. 거기에다 팁까지 요구한다. 아무래도 미터가 외국인용인 것 같다. 미터를 무시하고 요금을 흥정을 해서 올 것을 잘못했다. 인도 택시는 미터가 항상 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배웠다.
Nizamuddin 기차역에는 전혀 기대치 않았던 청천벽락 같은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갈 탈 Chennai 행 기차가 취소되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탈 기차는 Chennai에서 와야 되는 기차인데 중간에 내린 폭우로 못 왔다는 것이다. 기운이 쭉 빠진다. 어제 Amritsar에 기차표를 쉽게 사서 기분이 좋았는데 하루 만에 엉망이 된 것이다. 인생지사는 정말 새옹지마인 것인가? 이제 어떻게 한담? 우선 기차표를 물렀다. 기차표를 무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땀을 바가지로 흘리면서 한 시간 이상 줄을 기다린 다음에 물렀다.
혹시 오늘 떠나는 다른 Chennai 기차가 있을까 해서 물어봤으나 기차는 있는데 빈자리가 없단다. 그러면서 직원 말이 나는 외국인이니 New Delhi 기차역 안에 있는 International Tourist Bureau에 가서 Tourist Quota로 사는 것이 상책이란다. Tourist Quota란 외국 여행객을 위해서 특별히 할당된 기차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International Tourist Bureau에 가면 내국인은 못 사도 외국인은 살 수 있는 기차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엔 택시 대신 릭샤를 타고 New Delhi 기차역으로 갔는데 택시 못지않게 빨리 가고 불과 60 rupee에 갔다. 350 rupee를 내고 택시를 탄 돈이 아까워서 배가 몹시 아팠다.
New Delhi 역에 도착해서 International Tourist Bureau에 가보니 굉장히 큰 규모다. 다른 도시에서는 제법 큰 도시라도 “Foreign Tourist Window"라고 쓴 매표구 창구 하나뿐인데 (그것도 없는 곳이 더 많고) 이곳은 기차역 대합실 규모의 대형 사무실이다. 인도에 외국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오늘 밤 10시 반에 떠나서 이틀 후인 일요일 아침 7시에 Chennai에 도착하는 기차표가 있어서 샀다. 이제 Chennai까지는 갈 수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내가 가려하는 도시 Ooty로 가는 기차표는 Chennai에 도착해서 해결해 볼 생각이다. 우선 남인도의 관문 도시인 Chennai까지만 가면 성공인 것이다.
오후 4시에서 밤 10시 반까지 지겹게 기다렸는데 기차에 오를 때까지 혹시 또 기차가 취소되는 것이 아닐까 해서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기차에 올라서 다른 승객과 침대를 바꿨다. 내 것은 “Lower” 침대였는데 “Side Upper" 침대로 바꿨다. ”Lower" 침대는 낮에는 “Middle" 침대와 ”Upper" 침대 승객들과 (침대가 3층으로 되어있다) 함께 앉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안 좋아하는데 대부분 인도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들, 여자, 노약자) 오르고 내리고 할 필요가 없는 “Lower" 침대를 좋아한다. “Side Upper" 침대는 3층 침대 복도 건너편에 복도를 따라서 있는 2층으로 되어있는 침대의 2층 침대인데 낮잠도 잘 수 있고 프라이버시가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침대이다.
이렇게 해서 Delhi에서 2,200km 떨어진 Chennai까지 가는 긴 기차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에 탄 Amritsar-Delhi 구간까지 합하면 거의 2,700km의 기차여행이다.
인도의 곡창 지대 Punjab 평야
수많은 정복자들이 지나갔던 Delhi 가는 길이다
Delhi의 중앙로 Rajpath (King's Way)
2005년 7월 30일, 토요일, Delhi-Chennai 기차
(오늘의 경비 US $3: 아침 40, 점심 20, 커피 15, 홍차 10, 아이스크림 15, 바나나 10, 식수 12, 신문 3, 환율 US $1 = 44 rupee)
다행히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다. Delhi에서 기차표를 바꾸고 기차 출발 시간을 기다리느라고 고생은 했지만 Chennai에 내일 아침 7시에 도착하고 내가 가려는 Ooty로 가는 기차가 떠나는 밤 9시까지 Chennai 구경도 할 수 있다. Ooty에는 원래 일요일에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하루 늦게 월요일 도착이다.
인도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은 꽤 고역이다. 중국에서는 돈을 조금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고급 대합실이 있어서 편했는데 (그래도 대부분 중국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았다) 인도에는 그런 대합실은 없고 모두들 사용하는 무료 대합실은 플랫폼 같은 곳보다 오히려 불편하다. 인도 사람들은 피크닉을 하듯이 대합실 바닥이나 플랫폼에 담요를 깔아놓고 눕거나 앉아서 음식을 먹어가면서 기다리는데 조금도 힘들어 보이거나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나 한번 해봐야겠다.
어제 밤은 잘 잤다. 밤 11쯤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 6시 반에 깼다. 밤중에 화장실에 가느라고 한 번 일어났다. 귀마개와 눈가리개를 하고 잤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차지한 “Side Upper” 침대가 참 좋다. 언제나 들어 눕고 싶으면 들어 누울 수 있고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오르내리기도 편하다. 나쁜 점 하나가 있다면 창문이 없어서 밖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인데 밖 경치를 보고 싶으면 화장실 근처로 가면 된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물수건으로 몸을 대강 닦고 면도를 하고 땀 냄새가 나는 모자, 티셔츠, 목수건을 빨았다.
미국 CIA에 의하면 인도는 세계 제일의 폭력과 무질서의 나라란다. 어제 Kashmir 주 수도 Srinagar 시내 한복판에서 정부군과 Kashmir 테러리스트 군과의 총격전이 벌어져서 여러 명이 죽고 수많은 부상자를 냈다한다. 내가 Srinagar를 떠난 바로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네팔에서도 내가 떠난 직후에 40여명의 사망자를 낸 버스 폭발사고가 벌어졌는데 바로 내가 버스를 타고 지나간 길에서 벌어졌다. 내가 떠난 직후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내가 있을 때 벌어졌더라도 내가 피해를 당할 확률은 아주 적다. 그러나 기분은 안 좋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나라들이다.
아침과 점심 식사를 사먹고 커피와 홍차도 석 잔이나 사마셨다. 무슨 대형 사고가 나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Bhopal이라는 도시를 지나갔다. 점심 식사 후에는 졸려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오후 2시 반인데 기차는 Nagpur라는 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반쯤은 온 것이다. 기차에서 내려가서 식수, 아이스크림, 바나나를 샀다. 낮잠을 자서 그런지 몸이 가뿐했다.
오후 3시에 Nagpur를 떠났다. 승객들은 낮잠을 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기차 안은 조용하기 짝이 없다. 승객들은 대부분 남인도 사람들인지 피부색이 검다. 거의 미국 흑인들만큼 검다. 그러나 골격은 서양인 모습에 가깝다.
오후 6시경 저녁 식사를 돌린다. 내가 낮잠을 자는 동안에 주문을 받아간 모양이다. 결국 저녁 식사를 거르고 점심때 산 바나나로 때웠다.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보냈다.
북인도에서 남인도까지 거의 3,000km를 기차로 갔다
인도는 기차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있어서 인도 어디나 거의 기차로 갈 수 있다
외국인이라도 60세 이상이면 30% 경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역에서 파는 기차 시간표 책을 사용해서 미리 기차 여행 계획을 짤 수 있어서 편하다
철로 위에 이 주인 없는 개는 기차 승객들이 던져주는 음식으로 사는 것 같다
승객들은 모두 낮잠을 자는지 기차 안이 조용하다
낮잠을 자는 모습
엄마와 한 침대에서 자고 있는 어린이
기차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소도시 풍경
농촌 풍경
밀림 풍경
Delhi를 떠난 후 두 번째 밤의 노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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