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기쁨
-후반생 40년을 꽃피우는 12가지 주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나이듦의 기쁨>이다. 지난 수년간 장수혁명의 덕택으로 오늘날 중장년층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게 올 일하고 오래 살아간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의 전반부와는 확연하게 다른 후반부 삶의 기술을 학습할 수 있다면, 삶은 깊숙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비밀의 화원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애비게일 트래포드는 이 주제를 다루기 위해 ‘오후는 아침이 꿈에도 그려보지 못한 일들을 안다’라는 스웨덴의 금언을 인용하면서 책을 열어가고 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의 오후에는 어떤 놀라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예상치 못한 놀라운 기쁨을 창조해 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개조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가?
이같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저자는 ‘인생의 오후’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과 의미를 지니게 된 현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인구통계상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그저 수명만 늘어난 게 아니라 생물학적인 달력을 새로 써야 할 만큼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중년과 노년의 중간쯤에 생의 르네상스기라 부를 만한 완전히 새로운 단계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보너스의 시간은 매끈한 포장도로를 흘러가듯 보낼 수 있는 시기는 결코 아니다. 해고를 당하고 암 검사를 받고 열쇠를 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해 헤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기에 인생의 위기를 맞거나 혼란에 빠져든다. 어쨌거나 성인기의 주된 과제들을 마쳤을 때 찾아오는 이 보너스의 시간(저자는 예전에는 없던 ‘나만의 시간’의 탄생으로 이 시기를 설명한다)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럼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우리의 조상들이 안락의자에 앉아서 편히 쉬었던 나이에 우리는 새롭게 살고 사랑하고 일할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만 한다는 발달과제를 또 하나 부여받게 되었음을 일깨우며, 보너스 시간에 우리가 새로운 목적과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생물학적인 연옥에 갇히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있다.
저자는 이 ‘나만의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수백 명의 남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시간의 입구에서 성인기의 마지막을 고하는 사건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장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개인적인 관계는 물로 공적인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면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보너스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여준 그들은 교사, 변호사, 의사, 전업주부, 음악가, 회사 경영자, 성직자, 공무원 등 저마다 서로 다른 인생 전반부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
인터뷰 대상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서술과 풍부한 위트, 그리고 깊은 애정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은 그들이 단순히 제2의 직업을 찾거나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를 구하거나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마침내 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과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재건해서 덤으로 얻은 이 행운(Good Luck)의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지,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어 이 시기의 한 특징을 이루는 ‘받은 것을 되돌려주기’의 항목에서, 저자는 자아를 쌓아올리는 데 집중했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나만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멘토이며 안내자, 코치, 현명한 조부모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주고 또 주어야 하는 자원봉사’의 함정 또한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에게 자신의 삶을 드러내어 보여준 사람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했다. 그들은 묻고 또 물었다 “똑같은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이 새로운 시기를 경이로움과 불안감 속에서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일정한 패턴을 서서히 잡아냈고 그것을 12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나만의 시간에 걸맞은 정체성 찾기, 이 시기에 빈번하게 경험하는 상실을 승화시키기, 새로운 꿈을 꾸기, 받은 것을 되돌려주기, 정신을 확장하기, 다음 세대에게 유산 남기기, 우정과 로맨스와 가족을 재발견하기 등 이 시기에 이르렀기에 맛볼 수 있는 인생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12가지 주제 속에는 위기와 승리에 관한 고무적인 실화들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수많은 인터뷰 대상들의 서로 조금씩 다른 삶의 변주를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우리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한 언제라도 우리의 삶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며 그 미지의 화원은 이전의 삶에서 보아온 것과는 다른 충일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리라는 것이다. 삶을 바꿀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창조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에 가슴이 설레어 또 다른 모험을 계획한다는 것이 어느 연령이 지나면 불가능한 일일까.<나이듦의 기쁨>은 그에 대해서 희망을 제시해 주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적인 인식이나 제반 여건이 뒤따르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 이러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적용시키려면 더 많은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준비는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고령화사회는 이미 눈앞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긴 시간을 살아온 타성이 너무 강하다. 이제껏 살아온 방식대로 남은 인생도 별 탈 없이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너무나 무척이나 유혹적이다. 그러나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때가 변화가 가장 필요할 때는 아닐까. 인생의 전반에 경험했던 것보다 더 극복하기 어렵고 더 두려운 상실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변화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우리를 내몰지도 모른다. 우리가 후반부의 새로운 삶을 살기 원한다면 하늘의 연어 빛, 분홍 빛, 오렌지 빛, 노란빛의 소용돌이로 물드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감사함으로 벅차 오를 때 사랑이 주는 환희, 우정이 주는 축복, 기회가 주는 은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 다가오는 어떤 일을 기다리면서...
□ 글맛보기
나이는 많지만 보다 활력 있게 사는 연령층의 출현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에 관한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장수혁명이 문화의 모든 영역을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늘 보아왔다. 정치지도자들은 급속도로 불어나는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수치 때문에 고민을 하고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에 대해서 개탄한다.
한편 발 빠른 기업가들은 노화방지 운동을 활발히 펼치면서 보톡스 주사, 체중감량 보조제, 영성수련회, 평생교육센터, 섹스매뉴얼 등 50세 이상의 연령층을 공략하는 온갖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약동하는 레저산업은 인생의 황금기를 겨냥한 크루즈, 여행 패키지, 은퇴자를 위한 실버타운 등을 통해서 국가경제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만의 시간을 위한 심리학적인 로드맵(안내지도)은 없다. 내 주변에서 이 시기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놓고 씨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세대는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문제로 골치 아프지 않았음을 안다. 이름도 없고 고정된 형태도 없는 수수께끼다. 나만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11쪽)
꿈을 꾸는 일은 또한 불확실성에 대한 해독제도 된다. 미래는 알 수 없는데 보너스로 주어지는 시간만 앞에 망망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당신은 불안감을 느낀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었던가?'
"무엇을 할 생각인가가 큰 결정거리입니다. 일을 계속할 것인가? 자원봉사를 할 것인가? 언제나 하고 싶어 했던 일을 쫓아야 하는가? 이제껏 엔지니어로 살아왔는데 지금부터라도 그림공부를 할 것인가? 학교로 돌아가서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훈련을 받을까? 그냥 은퇴해서 골프나 칠까? 사람들은 이런 선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시기는 사춘기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지요.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보스턴의 심리학자이며 <<100세 인생: 모든 나이에 잠재능력을 최대화하며 사는 방법>>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마저리 실버의 말이다.
"당신은 또한 성숙해져 있습니다. 사춘기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대학과 배우자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른 당신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연륜을 지녔습니다. 당신은 보다 보람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가치판단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 점이 멋지지 않습니까."
"중년의 어른들이 이런 종류의 커다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새로운 꿈을 꾸기, 120~121쪽)
당신은 무엇인가를 뒤에 남기고 싶어 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삶에 대한 기록이 되어줄 만한 것을 남기고자 한다. 보너스 시간은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 세대에도 오래도록 남을 긍정적인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다.
유산은 구겐하임 박물관이나 버지니아 대학의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처럼 거대하고 공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조카에게 물려주는 목걸이나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성경책처럼 작고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물건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떤 철학이나 사랑의 행위, 용기의 표현이 유산이 될 수도 있다. 보통은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이 합쳐져서, 즉 물건과 의미가 합쳐져서 유산이 된다. 유산은 미래에 대해 당신이 남기는 메시지다. 노년학자 로버트 버틀러가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유산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남기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당신 자신과 살아온 세월과 가치관들의 어떤 부분을 보존해서 남기고 싶은가? 많은 경우 힘겹게 노력하며 쌓아온 삶 자체가 곧 유산이 된다. 당신은 자신이 분투해온 과정을 승화시켜서 미래에 다른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게 할 수 있다. 유산이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 당신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당위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인생이든 역사든 모든 것은 강물처럼 흐른다고 보았다. 유산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흐름을 상기시켜준다.
(다음 세대에게 유산 남기기, 231~232쪽)
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 작업을 통해 깨어나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들과 이 단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새롭게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내가 던진 질문들이 나에게로 되돌아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그려보지 못했던 풍부한 인생경험을 비추어주었다. 참으로 찬란한 체험이었다.
수십 년간 나는 저널리즘이라는 격렬한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일상에서 자행되는 악과 파괴, 어리석은 관료체제, 허식으로 가득 찬 정치와 같은 주제들을 가로질러왔다.
그러나 나만의 시간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권력과 고통이라는 헤드라인의 너머에 있는 이야기다. 가능성과 관계의 위력에 대한 현대판 전설이다.
이야깃거리를 구하고 인터뷰를 하느라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나는 생의 새로운 단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 인상이 두드러졌다.
첫 번째 받은 인상은 사람들이 정말 선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세상에는 뱀처럼 간교한 사람들,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 학대하는 사람들, 배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업의 스캔들, 정부의 부패, 가정붕괴, 전쟁의 참상도 일어난다. 그렇지만 내가 인터뷰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 기품이 있었다. 그들은 예민한 도덕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지난 50여 년간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수명이 늘어난 덕분에 떠들썩한 뉴스들로 넘치는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받은 인상은 사람들이 정말 강하다는 점이었다. 참혹한 상실을 겪은 후에도-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더욱- 나만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다시 새로워졌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이혼, 실직, 경제적인 쇠락, 절망적인 순간들, 장애로 인한 제약 등 온갖 종류의 상처를 다 겪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유받았고 다시 새로워질 수 있었다.
세 번째 인상은 사람들이 정말 너그럽고 사랑이 풍부하다는 점이었다. 남에게 무언가 주고싶고 또 보살펴주고 싶은 충동이 나만의 시간에 분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자에게 <<샬롯의 거미줄>>을 읽어주든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든지 무보험 환자들을 위해 진료소를 운영하든지 그 모습은 다양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이러한 연령층이 나라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
(신선한 충격, 찬란한 체험, 389~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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