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종교와 나

석주큰스님의 다비식

應觀 2021. 8. 2. 20:51

부질없는 반문이지만 "사람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가 다시금 궁금해집
니다. 생물학적으로야 어찌어찌 설명하고, 부모의 사랑이 빚어낸 금쪽같은 혈육
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게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오고 감의 근원이 무엇
이며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화두인가 봅니다.
"응애~"하는 울음소리로 시작된 생은 "깔딱!"하고 숨 거둔다는 표현으로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으로 구분됩니다. 살아생전 그렇게 많은 사고(思考)의 산물을 남
겨놓은 그 많은 사람들의 위대하거나 대단한 영혼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며,
하루 태어나는 수만의 새 생명과 함께 하는 그 무궁무진의 영혼들은 도대체 어디
로부터 오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한국 불교계의 마지막 선지식이라 일컫던, 향년 96세의 석주(昔珠) 큰스님 영결
식이 18일 부산 금정산 범어사에서 있었습니다. 대찰 범어사를 빼곡하게 메운 수
많은 참배객들의 애도 속에 전통 불교방식으로 진행된 영결식과 다비식 내내 많
은 사람들 가슴에 남긴 부질없는 질문이 바로 그것, "인생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
는가?"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금정산 떠난 이방인처럼 글을 쓸 때마다 '금정산인석주(金井山人
昔珠)'란 글을 꼭 써넣으시더니 이제 정녕 금정산인이 되신 모양입니다. 아직은
철 이른 14살에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 따르며 부처님 닮은 삶을 사시겠다고 가
시밭길보다 험하고 힘들다는 6년의 행자생활을 포함해 81년간을 수행정진하던
스님이십니다.
살아생전 친정집 그리듯 그렇게 당신이 금정산인임을 흔적으로 남기시려 하더니
정녕 한줌의 재로, 한줄기 연기로 그렇게 금정산으로 귀토하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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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이 남겨 주신 **부자 되고 행복해지는 열쇠**입니다. 살아생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삶을 내생에서도 유지하려는 듯 임종게 하나 남기지 않으셨기
에 가슴에 간직해도 좋을 법한 스님의 귀한 **오유지족** 글을 보며 통곡 같은
108배를 올립니다.

하늘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범어사에 마르지 않을 물을 공급해야할 금정산 자
락에 무형의 구도자로 다시금 환생하고 싶으셔서 그렇게 금정산인임을 붓끝에
달고 다니셨는지도 모릅니다. 붓끝에 먹물로 머금다 글씨로 불러주던 스님의 법
문과 금정산 사모곡은 이제 스님의 귀의처가 되었습니다.
▲ 큰스님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이 금정산 범어사 경내를 가득 메웠
습니다. 방방곡곡 전국에 계신 스님들도 다 함께 하신 듯하니 스님의 큰 그늘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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