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7일, 일요일, Madikeri, Honey Valley Estate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150, 점심 50, 저녁 90, 맥주 40, 환율 US $1 = 44 rupee)
오늘 8시간 동안 등산을 했다.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어쩌면 남인도 전체에서) Tadiyendamol 산 (1,750m) 등산을 했는데 산 중턱까지만 갔다. 산정에 가봐야 경치가 더 좋을 것 같지도 않고 나무 그늘이 전혀 없는 민둥산이라 산정까지 한 시간 정도 오르는 길이 너무 더울 것 같고 너무 천천히 걷다 보니 산 중턱에 당도하니 벌써 3시간을 소비해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에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체면 상 산정까지 갔다고 했다.
인도에는 인명과 지명이 너무 길다. 숙소에 묵고 있는 Bangalore에서 온 인도 친구에게 Tadiyendamol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나는 너를 좋아한다" 비슷한 뜻이란다. 미국 인디언들처럼 인명이나 지명에 한 단어가 아닌 한 문장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예를 들면 미국 영화 "Dances with Wolves"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이 "Dances with Wolves", "Smiles a Lot" "Stands with a Fist" 이런 식이다. 인도의 인명과 지명도 그런 모양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도의 언어들이 중국어처럼 표의어가 아니고 표음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북한산을 북한산이 아니고 "한양 북쪽에 있는 산"이라고 불러야한다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Tadiyendamol 산 중턱에 당도하니 멀리 보이는 경치가 참 좋았다. 날씨가 깨끗한 날에는 Kerala 주의 인도양 바다까지 보인단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Tadiyendamol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인도 사람들이었는데 10여명 단체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고 외국 여행객들도 5, 6명 보았다.
내가 숙소에서 얻은 외국 여행객이 만들었다는 등산로 지도는 참 정확하다. 아마 이 지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이드를 고용해서 등산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은 (Palace Estate 쪽으로) 매우 복잡해서 한 번 길을 잃어버려서 30분 정도 헤맸다. 지도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이었다.
내 방이 있는 건물은 아직도 미완성이어서 낮에는 아래층에서 공사하는 소리 때문에 제법 시끄럽다. 이 집을 짓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목재, 시멘트 블록, 기와 같은 건축자재를 전부 며칠 전에 내가 타고 온 지프차로 운반했단다. Kabbinakad Junction에서 Honey Valley Estate까지 오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지프차 아니면 올라올 수 없단다.
그런데 건물이 좀 엉성하다. 2층에 방이 다섯 개 있고 1층에는 차고, 부엌, 식당이 있는데 2층 방들은 대낮에도 전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둡다. 천장에 조그만 "하늘 창"을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방 사이 벽을 시멘트 블록으로 만들었는데 옆방에서 기침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메아리 효과 때문인지 벽이 없는 것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방 앞에 있는 복도 겸 베란다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The Age of kali" 책을 읽으면서 인도에 관해서 많이 배우고 또 생각하고 있다. 인도의 많은 문제는 힌두교 때문에 생긴 것 같다. 힌두교에서는 우주는 새로 만들어지고 한참 동안 잘 나가다가 말세가 되어서 멸망되고 하는 주기를 영원히 반복한다고 믿는다. "The Age of kali"에서는 지금이 말세라고 하는데 그래서 인도에 문제가 많은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의 말세는 2,500년 전 부처님이 살던 시대나 그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인도의 최대 문제는 아마 극심한 빈부의 차이일 것이다. 인도에는 못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동시에 잘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잘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사는 것 같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을 것이다. 부처님, Gandhi 같은 사람이 수없이 나왔어도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두 번째는 힌두교의 카스트간의 싸움이다. 학교에서 배울 때 인도 카스트는 천민을 합해서 5계급인 줄 알았더니 각 카스트마다 하급 카스트가 있어서 전부 약 3,000의 카스트가 있단다. 카스트 간에는 결혼도 못하고 입는 옷의 색깔도 다르고 교실에서 낮은 카스트의 학생들은 의자에 앉지 못하고 땅바닥에 앉아야 한단다. 외국 여행자 눈에는 안 보이는 차별이 수없이 많단다. 정부가 이런 차별을 없애려 하고 있지만 4천여 년 걸려서 만들어진 것이라 쉽게 없애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제는 큰 사고가 날 뻔했다. 개울을 건너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다쳤다. 개울물에 있는 돌을 딛고 건너는데 돌이 기우뚱하면서 뒤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바위에 머리를 부닥쳤다. 부닥치는 순간 실신하나보다 했는데 별만 보이고 아무 일 없었다. 그래도 한동안 얼떨떨해서 앉아서 한참을 쉬었다. 손으로 머리를 만져보니 피가 조금 묻혀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그것으로 끝났다. 아무도 없는 산 속인데 실신을 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등산하기에 좀 더운 날이다
나무가 우거진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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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능선에는 나무가 없다
멀리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1,750m) Tadiyendamol 산정이 보인다
능선에 바람이 제법 세다
저 멀리는 Kerala 주의 인도양 해안이다
낮은 고도에는 나무숲이 우거졌다
붉은 색의 꽃인지 잎인지 잘 모르겠다
꽃이 만발해 있다
이름 모르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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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서는 길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2005년 2월 28일, 월요일, Madikeri, Honey Valley Estate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150, 점심 90, 저녁 90, 환율 US $1 = 44 rupee)
오늘은 등산을 안 하고 하루 종일 숙소에서 쉬었다. 외국 여행객들은 매일 떠나고 새로 도착하는데 평균 4일 정도 묵다가 떠나는 것 같다. 나는 6일을 묵고 내일 Hassan이라는 곳으로 떠난다.
숙소에 내 책 Vivekananda 자서전을 주고 "Piano Tuner"라는 책을 얻었다. 이 책은 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에 오른 미얀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저자가 좀 특이한 친구다. 20대 말이나 30대 초의 젊은이인데 Harvard 대학교를 나오고 1년 동안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에서 말라리아 연구를 한 다음에 University of San Francisco 의과대학에 들어갔는데 이 책을 쓸 때는 의과대학 학생일 때였다. University of San Francisco 의대는 Harvard 의대, Stanford 의대 Johns Hopkins 의대와 더불어 미국 탑 5에 속하는 의대이다.
저녁때 숙소 주인 Suresh가 그 동안 먹고 잔 청구서를 가지고 왔는데 청구 내역이 정확했다. 첫날 농장으로 올 때 탔던 지프차 값은 안 받고 총액이 2, 060 rupee인데 2,000 rupee만 내란다. 6일 밤 먹고 자고 등산을 즐겼는데 하루에 7천 원 정도니 참 싼 가격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이곳만 같다면 배낭여행자 살맛 날 것이다. 그러나 숙소 주인 Suresh는 우리 같은 사람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주는 것이 감지덕지할 뿐이다. 우리들이 불평이 안 나오도록 잘해준다. Lonely Planet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Lonely Planet이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Lonely Planet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후기. Lonely Planet은 1972년에 처음 나왔다. 영국인 커플이 자동차로 London에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거쳐서 호주까지 여행한 다음에 집에서 95 페이지의 여행기를 쓰고 직접 복사기와 호치키스를 이용해서 1,500부를 만들었는데 순식간에 다 팔렸단다. 세계 최대의 여행안내서 책인 Lonely Planet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Lonely Planet의 인기는 인터넷이 나온 후로 계속 떨어져가고 있다.>
농장 지프차는 다목적으로 사용한다
이 지역 원주민들은 아프리카 흑인 못지않게 피부가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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