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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도
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
(오늘의 경비 US$38: 숙박료 450, 택시 900, 아침 40, 점심 75, 식품 61, 환율 US$1= 40 som)
오늘이 8월 1일, 여행을 떠난 지 넉 달이 지났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려면 두 달이 더 남았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 비자가 얻기 힘들어서 못 갈 것 같았던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도 잘 됐다. 앞으로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만 잘되면 된다.
오늘은 Osh를 떠나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Bishkek으로 왔다. 아침 6시 반쯤 호텔을 나섰다. Bishkek까지 12시간 걸린다니 아침 7시쯤에 떠나는 합승택시가 있을 것 같았다. 호텔 방을 나서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호텔 주인여자가 나타나서 손을 내밀며 “money"하면서 숙박료를 요구한다. 그러지 않아도 너무 이른 시간이라 호텔 주인여자가 아직도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숙박료를 어떻게 주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6시 반인데 벌써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Bishkek 합승택시가 떠나는 곳에 걸어가니 한 친구가 나에게 요금흥정을 붙인다. 자기네 요금을 얘기 안 하고 얼마 주겠느냐고 묻는다. Lonely Planet에 400 내지 500 som이라 쓰여 있어서 500 som을 (약 US$12) 종이에 써서 보여주었더니 900 som이라 되쓴다.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휘발유 가격 때문이라며 3년 전 휘발유 가격과 현제의 가격을 써서 보여준다. 금방 떠나온 우즈베키스탄보다 50% 더 비싼 가격이다. 두 나라 다 석유가 안 나는 나라인데 왜 이 나라는 50%나 더 비싼지 모르겠다. 말이 안 통해서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어쩌면 세금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제 영어를 하는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을 때도 900 som이라고 했으니 900 som이 맞는 가격이긴 한 모양이다. 택시가 고물이지만 독일제 고급 차 벤츠라 적어도 좌석은 편할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일찍 나온 모양이었다. 손님 세 명이 타야 떠나는 합승 택시라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서야 손님 두 명이 더 나타나서 9시가 넘어서야 떠날 수 있었다. 해가 있을 때 Bishkek에 도착하는 것을 틀린 것 같았는데 10시간 달려서 오후 7시경에 Bishkek에 도착했다. 이곳 오후 7시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치면 오후 6시라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있었다. 고맙게도 택시 기사는 내가 묵으려는 호텔 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오는 동안의 경치는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우즈베키스탄의 Fergana Valley의 연장이었다. 넓은 농경지였는데 목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보였다. 해바라기 꽃밭도 가끔 보였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해바라기 씨를 즐겨 까먹는다.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씩 쉬지 않고 까먹는다. 공원 벤치, 버스 좌석 등 해바라기 씨 껍질이 널려져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두어 시간 더 달린 다음에는 아름다운 강이 나오고 수력 발전소가 나오고 거대한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가 끝나는 곳에서는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제법 높은 산맥을 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무가 우거진 알프스 산 같이 아름다운 산이더니 나중에는 나무 하나 없는 푸른 풀로만 덮인 산이다. 풀로 덮인 산에는 가축 떼들이 많이 보인다. 이 나라는 가축이 하도 많아서 전체 인구의 3배 정도란다. 뒤에 탄 승객 청년이 자기 나라가 세계에서 고기를 제일 많이 먹는 나라라고 한다. 근래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항상 그랬었단다. 우리나라는 옛날에는 고기는 너무 비싸서 부자나 먹는 음식이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껏 먹고 살아왔다니 참 부러운 나라다. 북한의 지도자가 매일 쌀밥에 고기 국 먹고 사는 것이 자기네들이 이루려는 사회주의 사회라고 했는데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이 나라는 사회주의를 안 하고도 옛날에 그 목적을 달성했으니 정말 부러운 나라다.
이 청년에게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세계에서 최단 시일 내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라고 한다. 주저하지 않고 금방 그렇게 대답을 하는 것을 보니 평시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같다.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나라 사람들뿐만이 아닐 것 같다. “세계에서 최단 시일 내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 참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나라가 부럽다. 넓은 땅, 적당한 인구 (약 600만), 아름다운 자연, 충분한 먹거리,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고도가 높아지니 (3,000m 이상) 공기가 시원해진다. 이렇게 시원한 공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터키 동부지방을 떠난 후 줄 곳 사막만 다녔는데 앞으로는 평지가 가끔 나오지만 주로 계속 산이다. “사막이여 안녕”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제는 더위 걱정이 끝난 것 같다. 몽고에서 본 yurt가 많이 보인다. 이 나라에는 아직도 여름에는 이런 yurt에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yurt 마다 차가 한 대씩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벤츠 택시에 나는 앞좌석에 앉고 뒷좌석에는 젊은 청년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탔다. 택시 기사하고는 말이 안 통해서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뒷좌석에 탄 두 승객은 영어가 유창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둘 다 “Turkish High School"을 졸업했단다. 여자는 곧 대학에 가는데 ”Turkish University"에 다닐 예정이라 한다. Turkish High School이나 Turkish University는 터키에서 (터키 정부인지 터키 개인 단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경영하는 학교인데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단다. 한국의 국제학교와 비슷한 것이다. 그러니 이 두 사람의 영어가 유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터키는 다른 나라에 와서 이런 학교를 경영할까? 이 나라 말고도 중앙아시아의 다른 나라에도 그런 학교가 있는 모양이다. 몇 달 전에 지나온 카자흐스탄 Turkistan이라는 도시에서 최현대식 건물의 Turkish University를 본적도 있다. 이런 터키 학교들이 중앙아시아의 웬만큼 큰 도시에는 다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1년 학비가 (기숙사 포함) 약 US$150 정도였는데 지금은 US$600로 올랐다 한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면 교사진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터키 사람들일까? 원어민 교사들일까? 어쨌든 이런 학교가 있어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터키가 이렇게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학교를 세우는 이유는 터키의 건국이념 중의 하나인 “Pan-Turkeyism"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서 터키 말을 사용하는 모든 나라들을 묶어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터키 말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터키 외에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코카서스의 아제르바이잔 등이고 그 외에도 중국 신장성에 사는 위구르 족, 러시아 코카서스에 사는 여러 소수민족들이 있다. 이들이 모두 합쳐서 ”United States of Turkish Peoples" 같은 나라를 만들면 중국에서 그리스에 이르는 거대한 나라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배낭여행을 하면서 세계 인류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중남미를 여행할 때 중남미에도 흑인종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인도 여행할 때는 4천 년 전에 러시아 남부에서 이주해 왔다는 아리안 족이 인도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중앙아시아는 중남미나 인도보다도 더 흥미롭다. 인종도 더 많고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한민족과는 달리 주로 유목민족이었던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항상 움직이면서 살아왔다. 이들이 정착해서 살게 된 것은 이민족의 영향과 강압 때문이었는데 처음에는 페르시아 사람들과 회교를 가져 온 아랍 사람들의 영향 때문이었고 19세기에 들어와서는 러시아의 강압에 의해서였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10세기부터 15세기경까지 약 5백 년 동안 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Yenisei강 유역으로부터 지금의 키르기스스탄으로 옮겨왔단다. 처음에는 이웃 나라 몽골에서 전쟁이 나서 이곳으로 피난을 왔는데 나중에는 칭기스 칸의 몽골군의 일부로도 왔다고 한다. 같이 타고 온 젊은이에게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젊은이의 이름은 칭기스 칸에서 나온 칭기스인데 중앙아시아 여행을 시작한지 두 번째로 만난 칭기스다.
그리고 자기 조상들이 천 년 전 Yenisei강 유역에 살 때는 홍발과 벽안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흑발과 흑안이란다. 참 신기한 얘기다. 이 나라 사람들이 홍발과 벽안이었을 때도 언어는 지금처럼 터키 계통의 언어였을 텐데 언어는 안 바뀌었는데 외양은 바뀌었다는 얘기다. 2천년, 3천 년 전에는 어땠을까? 홍발과 벽안이었을까? 흑안과 흑발이었을까? 터키 계통 말을 썼을까? 전혀 다른 계통의 말을 썼을까? 어쩌면 우리 한민족도 옛날에는 홍발에 벽안이었다가 한반도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피가 섞이게 되어서 지금처럼 흑발에 흑안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오후 7시쯤 이 나라 수도 Bishkek에 도착하여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호텔에 들었는데 호텔 건물에 붙은 간판은 International School of Management & Business이다. 대학에 부속된 호텔인데 왜 대학 안에 호텔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위치 좋고 숙박료 싸고 방도 쓸 만하니 대만족이다. 호텔이 텅 빈 것 같다.
오늘 잠깐 본 Bishkek 인상은 참 좋다. 깨끗하고 널찍하고 나무가 많다. 내일 타지키스탄 대사관에 가서 타지키스탄 비자를 해결하면 모래 이 나라의 최고 경치라는 Lake Issyk-Kul로 떠날 예정이다.
Bishkek 가는 길, 넓은 벌판 너머로 산이 보인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해바라기 씨를 즐겨 먹는다
갑자기 오아시스 마을이 나온다
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산인가!
산을 보니 이제 살 것 같다
멀리 높은 산에는 눈도 보인다, 더위여 안녕!
산등성이를 덮은 가축 떼가 보인다
유목민 yurt가 많이 보인다, yurt 옆에는 항상 차가 보인다
길가에서 무언가 팔고 있는 yurt
휘발유를 팔고 있다, 간이 주유소인 셈이다
소 떼가 자주 차도를 막고 있는데 소들은 전혀 차를 무서워 안 한다
합승택시의 운전사와 청년 승객, 이 나라 사람들은 남자고 여자고 모두 훤하게 잘 생겼다
올해 대학생이 되는 이 처녀는 영어로 가르치는 “Turkish High School"을 다녀서 영어가 유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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