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27) / Mie (三重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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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Mie (三重驛), Masunoi Hotel
(오늘의 경비 US$74: 숙박료 5,300, 점심 550, 식품 1,080, 커피 100, 아이스크림 100, 환율 US$1= 97 yen; 자전거 주행: 거리 79km, 시간 7, 평균 속도 11.2km)
오늘은 별난 경험을 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경험이었다. 캄캄한 방중 첩첩산중에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라. 어떻게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TV 일기예보를 보니 오정 때쯤 그칠 것이란다. 그런데 그보다 이른 9시 반쯤 비가 끝이고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보통 아침에 숙소를 나오는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어서 오늘 가려고 한 도시 Saiki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고 Saiki 전에 있는 어느 도시에서 오늘 밤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출발을 했다.
25km 정도 달린 후 달리고 있던 10번 국도와 326번 국도가 갈라지는 곳에 있는 도로 표지판을 보니 두 국도가 모두 내가 내일 지나갈 Oita라는 도시를 지나간다. 그래서 지도를 보니 326번 국도가 10번 국도보다 더 가깝게 보였다. 10번 국도를 달리던 트럭들도 대부분 326번 국도로 길을 바꾸어서 간다. Oita 쪽으로 가는 트럭들 같은데 10번 국토로 가는 것보다 326번 국도로 가는 것이 더 빠른 모양이었다. 더구나 10번 국도는 산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326번 국도는 강을 따라서 간다. 강을 따라서 가는 길은 보통 평평한 길이다. 모든 면에서 326번 국도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지도에 보면 10번 국도는 철로를 따라서 가는 도로라 도중에 조그만 도시들이 많이 보이는데 326번 국도는 도중에 도시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도시가 전혀 없을 것 같지는 않아서 326번 국도로 바꾸어서 갔는데 조그만 마을 두어 군데를 지났을 뿐 전혀 도시가 없었다. 약 55km를 달려서 오늘 밤을 묵은 Mie라는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그 흔한 편의점 한 군데 없었다. 결국 Mie에 도착하기 전에 해는 넘어가고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갔다. 10km 이상 걸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날씨는 풀려서 해가 넘어갔어도 춥지는 않았다. 배도 고프지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가끔 트럭들이 지나갔는데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나를 보고 정지하는 트럭은 하나도 없었다. 나를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설 수가 없었는지 모른다. 40km 정도만 가면 Mie가 도시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55km를 가서야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밤 7시 경에 Mie에 도착해서 기차역을 찾아가고 호텔 소개를 받고 찾아가서 호텔에 들었다. 짐을 풀자마자 호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고맙게도 호텔 근처에는 편의점이 항상 있다) 맥주, 오뎅, 주먹밥, 모찌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가지고 돌아오니 사막을 헤매다가 오아시스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고생은 아마 이번 여행에 마지막으로 하는 고생인 것 같다. 고생한 덕분에 오늘의 원래 목적지였던 Saiki보다 훨씬 더 많은 79km를 달렸다. 오늘 326번 국도에서 달린 55km 길 주위는 아마 Kyushu에서 제일 오지인 것이 틀림없다. 일본에는 어디에 가나 도시가 많아서 오지 같은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고생한 덕분에 내일 Beppu까지 가는 것은 쉽게 갈 것 같다.
밤새 내리던 비가 오전 9시 반쯤 그치고 서쪽 하늘부터 개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출발을 했는데 내가 가는 북쪽 하늘은 아직도 짙은 구름이 끼어있다
일본에는 교회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 오늘 아담한 교회를 지나갔다. 일본은 1600년대에 거의 기독교 국가가 될뻔 했을 정도로 기독교가 융성했는데 Tokugawa 막부에 의해서 축출 당한 후 복구하는데 실패했다.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데 왜 그럴까?
오늘 수많은 터널을 지나갔다
터널 안에는 갓길이 거의 없어서 자전거 앞뒤 등을 키고 당당하게 도로 한가운데를 달렸다
오늘의 원래 목적지였던 Sakai가 54km 남았는데 아침에 너무 늦게 출발해서 그 전 어느 도시에서 오늘 밤을 보낼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민속영웅 Saigo Takamori의 광고 표지판을 발견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사이고의 Seian War 마지막 격전지 박물관이 있었다
이곳에서 패하고 산길로 약 4백리 떨어진 Saigo의 고향 Kagoshima 뒷산에 이르러서 정부군의 포위를 당하고 자결을 했다
Saigo 박물관 근처에 아담한 전형적인 일본 단독주택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10번 국도를 버리고 326번 국도로 들어섰다
326번 도로는 지금까지 달린 Kyushu 도로와는 달리 조용하고 아름답고 자전거 여행자의 천국 같은 길이었다
첩첩산중에 강을 따라서 난 길어었다
이렇게 긴 터널을 수없이 지났는데 터널이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해는 넘어가고 캄캄한 산길을 두어 시간 동안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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