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뇌는 언어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습관적으로 하는 말에 담긴 심리가 우리 몸과 마음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말했다. '좋아' '감사하다' '사랑한다' 같은 말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 반면, '짜증 나' '힘들어' '죽고 싶어' 같은 말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뿌리는 것이다.
- ▲ 그래픽=김충민 기자,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언어가 심신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사례는 많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남석인 교수팀이 60대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TSL(Thank Sorry Love)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했다. 10명에게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매일 쓰게 하는 TSL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고, 10명은 교양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했으며, 10명은 평소대로 생활하게 한 뒤 3차례 몸과 마음의 변화를 측정했다.
몸의 변화는 혈액 속 산화성 스트레스 지표(8-Isoprostane:정상 범위 40~100pg/mL)로, 마음의 변화는 우울 지표(0~15점:8점 이상일 때 우울증 의심) 등으로 각각 나타냈다. 프로그램 시작 1주 전, 프로그램 종료 1주 후, 5주 후 총 3차례 측정한 결과 세 그룹의 수치에 뚜렷한 차이가 났다.
TSL프로그램 참여자 10명의 산화성 스트레스 지표는 115.82→76.33→55.07pg/mL로 현격히 감소했다. 교양 프로그램 참여자는 114.85→103.52→107.09pg/mL로 약간 감소한 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룹은 104.90→129.66→125.99pg/mL로 증가했다.
우울 지표도 TSL프로그램 그룹은 4.5→4.1→3.6점으로 떨어졌다. 반면, 교양 프로그램 그룹은 3.8→3.5→3.9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그룹은 3.9→4.0→3.9점으로 변화가 없었다.
남석인 교수는 "중년 여성, 직장인 남성, 청소년 대상 등으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매일 하게 했을 때도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을 칭찬하는 말을 할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영국 스태포드셔대 연구,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자주할 때 친밀한 인간 관계를 맺게 된다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도 있다.
◇문제 해법을 찾는 언어를 써야
건강한 언어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말이 자주 튀어 나온다면 그 말을 '와우' 같은 감탄사나 '괜찮아' 같은 말로 순화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우종민 교수는 "막다른 길에 섰을 때도 '안된다' '끝이야'라고 말하기보다 '그럼 어떡하지?'처럼 해법을 찾는 언어를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정 상황에 직면했을 때 '늘' '항상' 같은 말로 상황을 일반화시키기보다 '이번에는' 같이 상황을 개별화시킨다. '나는 늘 이래'라기보다 '이번에는 운이 없네'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반드시' '꼭' 같은 말보다 '~하면 좋겠다' 같이 심리적 압박을 줄일 수 있는 말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