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여행기 (1) - Khiva | |
우즈베키스탄 여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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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 |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Khiva, Isak Hoja Hotel
(오늘의 경비 US$24: 숙박료 US$10, 택시 US$10, 물 600, 600, 600, 저녁 2,200, 환율 US$1=1,200 som)
우즈베키스탄 입국수속은 비교적 빨리 되었다. 그러나 보통 나라들보다는 느리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많다. 짐 조사를 하는데 돈을 보자고 하더니 돈을 센다. 돈을 세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고한 액수와 맞지 않는데 그것에 대한 질문은 안 한다. 신고한 액수와 맞지 않는 것은 돈을 두 곳에 나누어 한 곳에 있는 돈만 세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투르크메니스탄에 비하면 훨씬 빠르게 되었고 돈을 요구하려는 눈치도 없었다.
입국 수속을 끝내니 오전 10시 반 정도다. 택시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택시기사들이 덤벼들기 시작한다. 버스나 합승택시는 안 보이고 택시를 나 혼자 타고 가야할 것 같았다. 택시기사가 한 친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영어로 묻는다. 영어를 좀 하는 친구로구나 생각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 한다. 반가워서 나도 우리말로 인사를 했더니 역시 우리말로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Khiva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 차를 타고가자고 한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냥 태워다 주겠다고 계속 우리말로 한다. 공짜로 갈 수는 없고 론리에 나와 있는 대로 10불을 내겠다고 하니까 맘대로 하란다.
차를 타고 가면서 계속 우리말로 얘기를 했는데 대구 근처에서 약 5년 간 일을 하다가 2년 전에 돌아왔단다. 처음 2년 동안은 연수생으로 일을 했고 그 후에는 불법체류를 했단다. 한국에서는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11만원씩 번적도 있다 한다. 지금 자기는 택시를 굴리지만 다른 직장을 잡는다면 한 달 봉급이 20불에 불과 하단다. 너무나 적은 금액이다. 그 돈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이 나라 물가가 엄청 싼 모양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하루에 11만원을 벌었다면 약 110불에 해당하는 돈인데 우즈베키스탄 5개월 월급이다. 한국에서 하루에 우즈베키스탄 5개월 월급을 벌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느 마을 근처를 지나면서 자기네 마을인데 자기 집에 가서 차를 한잔하고 가자한다. 한국 사람을 만나서 정말 반갑단다. 그리고 2년 만에 처음 해보는 한국말이란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사람 못지않게 한국어를 잘 했는데 이제는 많이 잊어버렸단다. 결국 택시기사 집에는 들리는 대신 근처 음식점에 들려서 생선요리 대접을 받았다. 목이 말라서 물을 찾으니 우물물인데 소금기가 있어서 물맛이 안 난다. 이 나라 물은 모두 염분이 높아서 사람들이 소화기 병이 많단다. 생수를 파는 것이 있지만 모두 사이다처럼 탄산가스가 들어있는 물이라 못 마시겠다. 한국 5년 살다 오니까 자기 나라지만 맘에 안 드는 것이 많단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은데 길이 없단다. 날더러 초청을 해 줄 수 없느냐고 묻는다. 할 수 있으면 해 주고 싶지만 나는 한국시민이 아니라 자격이 없다고 했더니 아쉬워한다. 한국에서 하루에 11만원씩 벌다가 이곳에 와서 택시를 굴리자니 일할 기분이 안 나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얘기하며 Khiva에 도착했다. 다음 도시 Bukhara 가는데 원하면 자기가 데려다 주겠단다. 이 나라 차들은 에어컨 없는 대우 소형차들이다. 석유가 안 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Bukhara 가는 길은 매우 더워서 낮에는 못 가고 새벽 4시에 떠나서 가야 한단다.
Khiva에 도착하여서 어느 길모퉁이를 도니 사진에서 본 Khiva 성벽이 나타났다. 예기치 않고 있다가 보니 정말 인상적이었다. Khiva는 역사가 많은 도시다. 중앙아시아에서 제일 큰 노예시장이 있던 곳이다. 이곳 노예시장에서는 러시아인과 페르시아인 노예들이 제일 많았었는데 이들을 공급한 사람들은 투르크메니스탄 유목민들이었다. 가축을 몰고 사막을 전전하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을 만나면 납치해서 Khiva나 Bukhara의 노예시장에 내어다 팔았다고 한다.
러시아 노예가 수천 명에 달했다 하는데 19세기에 들어와서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공략하는 핑계를 삼았다 한다. 당시 인도에서 근무하던 영국 장교 한 사람이 혼자 천신만고 끝에 Khiva에 와서 Khiva 왕을 설득해서 수천 명의 러시아인 노예들을 왕으로부터 넘겨받고 손수 그들을 이끌고 수백 km의 사막을 넘어서 카스피아 해안에 있던 러시아군 요새로 데리고 가서 해방시킨 일은 당시 유럽의 큰 화제 거리였다 한다.
1717년에 러시아 피터 대제가 4,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해서 천신만고 끝에 Khiva에 도착했는데 Khiva 왕은 그들을 환영하는 척하면서 Khiva 근처 여러 마을에 500명씩 나누어서 숙소를 정하게 한 다음 밤중에 공격을 해서 4,000여명을 몰살하고 이 소식을 러시아 황제에게 전하라고 몇 명만 살려서 보냈다. 러시아는 여러 가지 국내외 문제 때문에 150년이 지난 후에나 다시 군대를 보내서 Khiva를 자기네 땅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사건 덕분으로 Khiva 왕국은 150년 동안은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숙소에 짐을 푼 다음 오후 4시경 배가 고파져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오후 햇빛을 받은 Khiva성 성벽이 너무나 찬란해 보여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환상적인 성벽이다. 흙벽돌로 만든 성벽의 색깔이 햇빛 때문인지 연한 베이지 색깔이다. 은행에 가서 돈을 좀 바꿀까하고 1km 정도 떨어진 은행 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더워서 100m도 못 걸어가겠다. 택시를 세워서 “Bank" 하니 못 알아듣는다.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수프와 케밥을 시켜먹었다. 수프도 케밥도 소꼬리로 만들었는데 얼마나 기름이 많은지 느끼해서 간신히 먹었다. 수프 자체도 기름 국인데 거기다 기름 덩어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맛은 있으나 혈관이 막히는 기분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매일 먹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모양이다.
제일 더운 시간이라 나다니는 사람도 안 보인다. 전부 실내에 있거나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간신히 호텔로 돌아왔다. 삼성 에어컨이 돌아가는 방은 시원하기 짝이 없다. Khiva에 도착하여 이 도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Hotel Khiva에 묵으려고 누구에게 물어보니 Hotel Khiva는 비싸고 자기가 싸고 좋은 새 호텔을 소개하겠다고 해서 따라가 봤더니 정말 싸고 좋은 호텔이었다. 최근에 새로 생긴 호텔이라 론리에도 소개가 안 된 호텔인데 숙박료가 Hotel Khiva는 26불이고 이곳은 10불인데 방 자체는 이곳이 더 좋은 것 같다. 방도 널찍하고 새 호텔이라 모든 것이 깨끗하다. 주인과 주인의 딸도 영어를 잘해서 의사소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음 도시 Bukhara로 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며칠 푹 쉬어가기 좋은 곳 같다.
저녁때 성내 산보를 했다. 낮에는 성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받는다. 카메라 사용료까지 약 7천 원 돈이다. 성으로 들어가는 길이 동서남북에 여러 군데 있는데 입장료는 서쪽에 있는 문 한 곳에서만 받는 것 같다. 외국 사람들에게만 받는 것 같다. 안 내고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일 내고 들어가자. 한번 내면 이틀 간 유효하단다. 서문 밖 광장에는 산보하러 나온 사람으로 가득 찼다. 시원한 시간이라 그런 모양이다. 흡사 내가 사는 분당의 중앙공원의 저녁때 같다. 어둠 컴컴한데도 애들은 어떻게 내가 외국 여행객인 것을 알아보고 따라다니며 헬로를 외친다.
저녁 9시쯤 되어서 밖이 너무 시끄러워서 나가보니 야외 음식점에서 결혼식 피로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손님들이 수백여 명 모여 앉았고 밴드에 따라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아주 분위기가 만점인 도시다.
우즈베키스탄 국경에 있는 환영 탑
Khiva 성의 대문 격인 서문, 이곳에서만 입장료를 받는다
거의 2백년 된 회교 신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Hotel Khiva와 그 옆에 있는 Kalta Minor Minaret
환상적인 Khiva 성벽은 흙벽돌로 만들고 흙으로 덮었다
사막의 성답게 생겼다
성벽의 경사가 수직과 45도 정도의 2단계로 만들어 진 것이 특이하다
2.5Km의 길이의 성벽에는 40여 개의 요새가 있다
밤에 열린 결혼식 피로연 이용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탄은 땅이란 뜻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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