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클래식모임

유명한 아리아 4곡

應觀 2023. 12. 28. 20:54

音聲은 ‘소리 나는 명함’이다

오페라 아리아 중 ‘음성’이 들어가는 유명한 아리아가 넷 있다. 로시니의 유쾌한 작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로지나의 노래 ‘방금 들린 그대 음성’.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 고백에 부치는 응답송이다. 영리한 책사(策士) 피가로의 조언으로 가난한 대학생 ‘린도로’로 위장한 백작은 진즉에 로지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방금 들린 당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요. 사랑이 움텄어요. 오 내 사랑,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나는 순진하고 부드러운 여자. 우아하고 품위 있죠. 그러나 나를 실망시킨다면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세요.” 극한의 기교를 동반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위한 명곡. 체칠리아 바르톨리(56)와 안젤라 게오르규(58) 연주라면 귀 호강이다.

다음은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에 나오는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이다. 실론섬의 아름다운 처녀 레일라의 소임은 사람들이 진주를 캘 때 기도와 노래를 하는 것. 청년 주르가와 나디르는 둘 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우정이 더 소중하다며 레일라를 잊기로 맹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흘러 귀향한 나디르는 레일라의 노랫소리가 들리자 마음이 흔들린다.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리네. 마치 산비둘기가 부르는 노래 같네. 황홀한 밤! 거룩한 환희여, 매혹적인 추억이여! 타오르는 광기여, 아 달콤한 꿈이여!”

리릭 테너 알랭 방조(1928~2002)처럼 노래해야 맛이 산다. 소위 오트 콩트르(Haute-Contre). 프랑스적 가치는 언제나 우아하고 세련됨이어야 마땅할 터. 한껏 내지르지 않고 높은 음을 길고 고르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오트는 하이(High), 콩트르는 ‘접근’과 ‘대항’의 뜻을 동시에 갖는다. 하이톤을 유지하면서 그 음과 대결하라는 뜻. 레오폴드 시모노(1916~2006)도 근사하게 잘 불렀다.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도 있다.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2막에 나온다. 기원전 1150년경 팔레스타인 가자(Gaza) 땅이 배경이다. 히브리의 영웅 삼손은 불세출 천하제일의 장사. 블레셋인(팔레스타인人)들에게 삼손은 ‘넘사벽’ 그 자체다. 팜파탈 델릴라가 블레셋 민족 구원과 해방을 위해 나선다. 삼손의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 깊은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그대 음성에 내 마음이 열려요. 새벽 공기가 키스하면 예쁜 꽃망울이 터지듯. 그대여, 제게 영원히 와 줄 순 없나요? 제 눈물을 닦아주세요. 제 사랑에 제발 응답해주세요. 들판의 밀 이삭이 산들바람에 하늘거리듯 그대 음성에 위로받고 싶어요. 화살촉보다 더 빨리 저는 당신 품에 안길 수 있어요.”

삼손은 결국 유혹에 굴복한다.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임을 고백하고야 만다. 이름마저 멋진 타이론 파워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1949년 영화는 고전의 반열에 어엿하고, 머리털이 잘리고 눈마저 뽑히는 삼손을 그린 렘브란트의 명화 ‘델릴라의 승리’(1636)도 오롯하다.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녹음은 압권이다. 강건하고 칼칼하고 비감 어린 그녀의 목소리는 늘 감동 너머에 우뚝하다. 드라마틱 소프라노면서 메조소프라노의 중저음과 극고음 콜로라투라의 스펙트럼을 담았다. 생전이라면 지난 2일이 백 번째 탄생일. B.C와 A.D는 오페라에서 달리 쓰인다. Before Callas, After Diva! 칼라스의 전과 후로 역사가 나뉜다는 뜻.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태생의 흑인 메조소프라노 그레이스 범브리(1937~2023)의 델릴라도 개성 넘친다.

마지막은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엘비라는 결혼식 날 신랑 아르투로가 사라져 버린다. 그는 옛 군주의 왕비를 구출해 내고자 했던 것. 기가 막힌 신부는 반쯤 실성한 상태로 원망⸱추억⸱미련이 엉킨 채 ‘부드러운 그의 음성이 나를 부르고’를 노래한다. “여기서 부드러운 그의 음성이 들리곤 했네. 잔인한 사람, 어디로 떠나갔단 말인가. 돌아올 기약 없다면 나를 죽게 해주오. 사랑하는 이여. 달빛도 은은한 밤. 어서 돌아오라, 내 사랑.”

안나 모포(1932~2006). 빛나는 미모의 샌프란시스코 출신 프리마돈나는 고급스러운 엘비라의 전형(典型)으로 수많은 오페라 영화를 섭렵했다. 조수미(61) 또한 못지않게 잘 부른다. 음성은 이토록 힘이 세다. 로지나도 나디르도 삼손도 엘비라도 모두 목소리에 무너졌다.

음성, 즉 목소리는 ‘소리 나는 명함’이란 말이 있다. 인상착의가 찰나적⸱즉발적인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음성은 감출 수 없는 은근한 진정성의 표현이다. 외모가 훅 하고 들어오는 파장 같다면 음성은 슥 다가서는 입자라고나 할까. ‘얼굴이 예쁘다’는 언사는 억측과 오해를 낳지만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칭찬은 섬세한 관찰이 담겨 있어 온전히 평화롭다. 좋은 음성의 소유자가 되고픈가? 매력적 대안이 있다. 발음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벼리는 노력을 체화하는 것.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로 기분 좋게 인식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