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이 화사하게 핀 올림픽공원을 걸어 약속장소인 공원역 도착
서정원 선배가 가지고 있던 옛날 카메라와 비디오를 관주가 가지러
온다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공원 정문에 있는 송도불고기집 에서 오랜만에 셋이서 만나 맛있게
점심을 들고 투썸플레이스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신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다. 대학들이 오래된 만큼 그 주변의 노포(老鋪)들도 꽤 남아있다. '대구삼겹살'<사진>도 그중 하나다. 목장갑을 끼고 도마 위의 '통삼겹'을 자르며, 투박한 사투리로 손님을 맞이하던 주인의 모습은 여전히 단골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작년 한국 방문 때 문득 생각이 나서 들렀다. 현재는 작고한 주인의 대를 이어 따님이 운영하고 있었다. "예전에 아버님과는 가끔 장미사우나(마광수 교수의 소설로 유명한 장미여관의 사우나)에 같이 가곤 했었다"는 말에 따님은 "선생님 같은 분들이 아직도 찾아주셔서 여전히 장사가 잘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 다른 노포 고깃집이 있다. 영화 배경으로 등장했을 만큼 분위기가 그럴듯한 골목에 자리 잡은 곳이다. 역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찾아갔다. .
노포의 분위기는 손님을 끄는 세계 공통의 코드다. 언제부터 열었다는 문구 하나로 그 전통과 일관성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를 갖기 마련이다. 넉넉하지 않았던 대학생 시절의 음식이 그리 대단했던 건 아니다. 옛 공간과 시간 속으로의 감정이입, 한결같이 손님을 환대하는 주인의 마음,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포용성 때문이다. 노포가 그 정서를 잃어버리면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것이다. 밀려오는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또 다른 노포 '미네르바'로 향했다. 새로 가게를 맡은 주인은 따듯한 인사와 덕담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1970년대부터 사용하던 사이펀으로 추출한 케냐산 커피도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