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종교와 나

서산대사 해탈시

應觀 2018. 1. 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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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 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라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한밤의 눈보라 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 아침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주고 가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리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러 가는 것일 뿐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 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인생은 내 인생

뭐 별거라고 하오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것이라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으오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시(解脫詩)이다.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임진왜란 때 73세의 노쇠한 몸으로 1500명의 승병을 이끌며 전선에 선 노승 서산대사처럼  
38선을 배고 누워서라도 분단을 막으려던 김구 선생도 이 시를 즐겨 읊으며 삶을 담금질 했다고 한다.

“유(儒)·불(佛)·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하며 삼교통합(三敎統合)을 말씀하신 서산대사의 시를 

사무실 책상머리에 붙여두고 매일의 경구로 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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