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의 남인도 여행기(20) - Trivandrum
(elsonpark@gmail.com)(http://cafe.daum.net/elsonpark/)
2005년 3월 11일, 금요일, Trivandrum, Pravin Tourist Home
(오늘의 경비 US $83: 숙박료 215, 점심 14, 버스 3, 릭샤 20, 스리랑카 항공권 3,300, 인터넷 22, 환율 US $1 = 44 rupee)
오늘 꼭 해야 할 일은 스리랑카 항공권을 사는 일이다. 이 달 안에 스리랑카와 스리랑카에 붙다시피 한 인도 최남단 Tamil Nadu 주 여행을 끝내야한다. 오전 11시쯤 호텔을 나와서 Airline Agency라는 곳에 가서 항공권을 샀다. 내일 것은 없다고 해서 모래 13일 아침 10시 떠나는 것을 샀다.
이곳은 날씨가 매우 덥다. 조금만 걸어도 티셔츠에 땀이 푹 밴다. Trivandrum의 중심가 Mahatma Gandhi Road는 너무나 복잡하다. 길은 좁고 차와 사람은 넘쳐흐른다. 차와 사람을 피해가면서 걷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릭샤를 탔다. Mahatma Gandhi Road를 따라서 북쪽으로 가자고 하니 북쪽 어디에 가느냐고 묻는다. MG Road에 있는 Airline Agency를 찾아가는데 대강 위치는 알지만 주소는 없다. 근처에 Stadium과 Zoo가 있어서 "Stadium" "Zoo" 근처로 가자고 했는데 알아들었는지 확인이 안 된다. 릭샤 운전사가 영어를 좀 하긴 하는데 발음이 이상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다. 꼭 입안에 자갈을 물고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조금 가더니 Mahatma Gandhi Road를 벗어나서 다른 길로 들어선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놔두었다간 안 될 것 같아서 릭샤를 정지시키고 한참 승강이를 하다가 다시 Mahatma Gandhi Road로 들어섰는데 이번에는 북쪽으로 안 가고 남쪽으로 간다. 북쪽으로 가자고 했더니 그쪽은 Mahatma Gandhi Road가 아니란다. 아마 북쪽으로는 같은 길이지만 Mahatma Gandhi Road는 끝나고 다른 이름의 길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걸어가는 것이 날 것 같아서 세워서 내렸더니 미터를 가리키며 20 rupee를 달랜다. 기껏해야 1km를 갔는데 20 rupee라니 바가지 가격이다. 미터에 첫째 자리 숫자 9는 정확히 보이는데 둘째 자리 숫자는 9와 1사이에 있다. 9 rupee 같은데 19 rupee라고 우기는 것이다. 결국 내가 지고 20 rupee를 주었다. 인도에서 릭샤를 타고서 요금 시비가 안 나는 적이 거의 없다. 택시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정말 여행자를 지치게 만드는 나라다.
어떻게 해서 Airline Agency를 찾아서 항공권을 사고 돌아올 때는 3 rupee를 내고 시내버스를 타고 왔다. 호텔로 돌아오기 전에 우체국에 들려서 내일 한국으로 부치려고 하는 책 3권의 요금을 알아봤다. 소위 book rate로 부치면 보통 소포보다 싸고 그것도 배로 부치면 1kg에 63 rupee밖에 안 든다. 그만하면 싼 요금이다. 그 동안에 책 3권을 새로 사서 짐이 너무 무겁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현금이 거의 떨어져가서 은행 ATM에서 10,000 rupee를 찾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방에 들어와서 보니 인도 Lonely Planet이 없어졌다. 항공권을 산 Airline Agency에서는 틀림없이 있었고 우체국을 나올 때도 ATM이 있는 은행을 찾느라고 Lonely Planet를 본 것 같은데 그 후에 어디선가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그 후에는 은행 ATM과 문방구를 들렸으니 그 중 한곳에 놓고 나온 모양이다. Lonely Planet은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면서 무슨 일을 볼 때는 잠깐 씩 내려놓고 하는데 그래서 잃어버릴 것을 걱정했는데 결국 잃어버린 것이다.
호텔 방에서 좀 쉰 다음에 다시 나가서 문방구와 은행 ATM에 가봤으나 Lonely Planet은 없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모래 스리랑카에 갔다가 다시 이곳 Trivandrum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인도 Lonely Planet는 필요 없다. Trivandrum에 돌아와서 살 수 있으면 돈은 많이 들지만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스리랑카에서는 그동안 배낭에 지고 다니던 스리랑카 Lonely Planet을 쓴다.
오늘 점심은 14 rupee 짜리 thali를 먹었다. 맛도 좋았는데 지금까지 먹은 thali 중 제일 싼 가격이었다. 별 차이 없는 thali인데 45 rupee까지 낸 적이 있다. 한국으로 말하면 같은 된장찌개가 5천 원 짜리가 있는가 하면 만 5천 원 짜리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행비는 모든 면에서 다 그런 식이다. 같은 만족도의 여행을 해도 싸게도 할 수 있고 비싸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Trivandrum에서 이틀 밤을 더 자야해서 방을 2인용에서 1인용으로 옮겨보려고 근처 호텔 두 곳을 체크했는데 전부 빈방이 없다. 지금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는 호텔이 수십 군데나 모여 있는데 이 도시에 무슨 큰 행사가 있는지 지금까지 호텔 5 군데를 가봤는데 전부 만원이다. Trivandrum에는 별로 볼 것도 없고 대낮에는 너무 더워서 나가봐야 고생만 한다. 호텔에서 푹 쉬고 모래 아침에 스리랑카로 떠나야겠다. 다행히 호텔 방은 덥지 않다.
어제 산 Amma and Me 책은 제법 재미있다. 별로 길지 않아서 오늘 끝냈다. 이 책을 쓴 친구는 40대의 미국 Seattle 출신의 이혼남이다. Seattle에서 조그만 배의 선장노릇을 하던 친구인데 그만두고 Amma의 ashram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친구다. 내 눈에는 어쩐지 인생 낙오자로 보인다. Amma의 ashram에 오기 전에도 다른 ashram에서도 몇 년 살았다 한다.
인도의 ashram이나 구미에 있는 ashram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친구와 비슷한 사람들일 것이다. 정서적으로 극도로 불안해서 어딘가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없이는 못 사는 사람들이다. Amma는 그에게 그런 역할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Amma를 신으로 믿고 Amma를 떠나서는 못살 사람이다. 부모가 아직도 Seattle에 살고 있는데 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ashram에서 흰옷을 입고 수도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대강 짐작이 간다. 전혀 신비스러운 사람들이 아니고 그저 정서적으로 조금 비정상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2005년 3월 12일, 토요일, Trivandrum, Pravin Tourist Home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215, 식료품 215, 인터넷 50, 소포 포장 5, 소포 1.3kg 69, 환율 US $1 = 44 rupee)
어제 밤에는 잠을 잘 못 잤다. 아침 5시경에야 눈을 붙여서 8시경에 일어났다. 어제 낮잠을 너무 많이 자고 저녁때 강한 커피를 마셔서 그런 것 같다.
오늘 아침 우체국에 가서 책 4권을 (The Age of Kali, Gandhi 자서전, Amma and Me, A Fine Balance) 한국으로 부쳤다. 무게가 1.3kg인데 69 rupee가 들었다 (sea mail, book rate). 모두 나중에 다시 읽어볼 만한 책들이라서 부친 것이다. 책을 싸는 것은 우체국 옆에 있는 문방구에 가서 두꺼운 종이를 사고 테이프, 노끈, 가위를 빌려서 내가 직접 싸서 5 rupee 밖에 안 들었다. 우체국 근처에 있는 전문적으로 포장하는 사람에게 시켜서 포장을 했더라면 30 rupee는 들었을 것이다. Book rate로 부치려면 포장할 때 한쪽 끝을 개봉해야 해서 그렇게 했다.
우체국 직원에게 가져가서 sea mail, book rate로 부쳐달라고 했더니 누구엔가 가서 물어보고 오더니 해외는 book rate가 없단다. 내 Lonely Planet에도 해외 book rate가 있다고 나와 있고 그저께 ashram에서 한 방에 묵었던 이스라엘 사람도 이스라엘에 book rate로 부쳤다고 했더니 다시 누구엔가 가서 물어보고 오더니 부쳐준다. 한 20분 걸렸지만 부치고 나니 시원했다. 짐을 1.3kg 줄이게 되어서도 좋다.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Pai Book Store라는 책방에 어제 잃어버린 인도 Lonely Planet을 파는 것을 확인했다. 가격은 950 rupee인데 딱 한 권뿐이다. 당장 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스리랑카 여행하는 동안 배낭에 지고 다녀야 하는데 그것이 싫어서 스리랑카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사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팔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 멕시코 여행을 할 때 멕시코 Lonely Planet을 잃어버려서 한동안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리랑카에서 돌아와서 인도 Lonely Planet이 팔렸으면 다른 책방에 인도 Rough Guide라는 Lonely Planet과 비슷한 여행안내서 책이 있는 것을 봤으니 그 책을 사도되긴 한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어제 들렀던 Food World라는 대형 수퍼마켓에 들려서 음식을 샀는데 너무 많이 산 것 같다.
Amma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Amma 주위 사람들은 Amma를 생불 혹은 avatar로 믿는다. Avatar는 힌두교의 제일 높은 신인 Vishnu가 인간 세상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인간으로 태어나는 신적인 인간이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는 약 10여 명의 Avatar가 나왔다는데 그 중에는 Rama, Krishna 같은 인도의 전설적인 인물도 있고 Ramakrishna, 예수, 부처 같은 역사적인 인물도 있다. Amma도 그들과 같은 avatar라는 것이다.
Amma는 1953년 지금 그녀의 ashram이 있는 근처 마을의 가난한 집의 9자녀 중 4번째로 태어났다. 학교는 조금 다니다가 9살 때 집일을 돌보기 위해서 그만 두었다. 어릴 적부터 "신들린" 아이로 소문이 났는데 수많은 기적을 일구어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해서 20대 중반에는 그녀를 따르는 제자들이 생기게 되고 하루에도 수백 명씩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단다.
거의 30년 간 그런 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외국에도 많은 제자와 신도를 거느리고 있고 매년 2개월 이상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머물면서 그곳에 있는 제자들과 신도들을 접견한단다. 그녀가 벌리고 있는 자선 사업도 병원, 학교, 고아원, 양로원, 무료 급식, 노인 생활비 보조 등 수없이 많단다. 외국 여행을 할 때는 수백 명이 같이 움직이는데 장관이란다. 이 모든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까? 대부분 외국인 신도들로부터 나올 것 같다. 물론 이런 수입원은 극비 사항일 것이다. 외국인 제자들과 신도들은 아무리 열성적이고 오래 함께 있었더라도 Amma의 측근 그룹에는 끼지 못한다. 인도 사람들만이 낀다. Amma와 측근 그룹 사람들만이 깊숙한 비밀을 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이비 종교단체들이 그렇게 움직인다.
그러나 Amma는 인도의 다른 "guru"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다른 guru들은 대부분 영어가 유창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Vivekanada도 그랬고 미국이나 유럽에 알려진 다른 guru들이 모두 그랬다. 그들에 비해 Amma는 인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난하고 무식한 평범한 여자다. 키도 작고 생긴 것도 볼품이 없다. 그리고 그녀가 하는 것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hug"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녀가 근래에 열렸던 세계 종교대회에 인도 힌두교 대표 3인 중의 한 명으로 선택되어서 참가했다니 대단한 여자인 것은 틀림없다.
Amma는 "이 세상을 구하러 이 세상에 내려온 살아 있는 신"은 아니다. 인도가 필요한 것은 Amma 같은 "살아 있는 신"이 아니고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등소평 같이 인도를 "가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는 Amma나 Gandhi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만 나온다. 인도는 2,500년 전 부처님이 살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 못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다. 부처님이 살 때는 적어도 인구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니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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