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자·작가 무사 아사리드는 사하라 유목민 투아레그족 출신이다. 그가 스무 살 무렵 파리에 와 마주한 문명 세계는 이상야릇했다. 사막에선 해·달·별만으로 행복했는데 도시인은 물질이 넘치는데도 늘 불안하고 불행했다. 그는 어려서 부족 어른들이 들려준 지혜로운 말들을 새기며 책 '사막별 여행자'를 썼다. '노인은 성스러운 존재다. 후세에 전할 지식을 헤아릴 수 없이 지녔다.' 그는 아프리카 말리 작가 아마두 앙파테 바의 1960년 유네스코 연설을 인용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한혜경 교수가 영국에 머물며 만난 노인들은 여유롭고 행복했다. 일흔한 살 레베카 할머니는 일주일에 이틀 노인 대학 U3A에 나간다. 하루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하루는 뜨개질을 가르친다. 자선 가게에서 하루 봉사하고 동네 도서관에서 또 하루 동화책을 읽어준다. 이민자에게 영어도 가르쳐준다. 한 교수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자니 지팡이 짚은 아흔 줄 할머니가 멈춰 섰다. '도움을 청하려나 보다' 하는 순간 할머니가 물었다. "도움이 필요한가요?"('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샘터).
▶'오래전 할머니 돌아가신 후/ 내가 아는 으뜸 된장 맛도 지상에서 사라졌다/ …한 사람이 죽는 일은 꽃이 지듯 숨이 뚝 지는 것만 아니고/ …평생 닦고 쌓아 온 지혜와 수완이/ 적막해진다는 것, 정처 없어진다는 것…'(이희중 '숨결'). 노인은 지식의 저수지다. 나이 든다는 것은 통찰과 혜안을 쌓는 것이다. 죽음과 함께 한 사람의 재능과 솜씨가 사라지는 것은 적어도 서재 하나가 불타는 것이다.
▶18세기 계몽사상가 퐁트넬이 여든다섯에 말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쉰다섯부터 일흔다섯까지 20년이더라"고. 늙으면 더 이상 성공할 일이 없어 안도한다. 사회와 가족이 지웠던 책임과 의무가 가벼워지면서 이타적(利他的)이 된다. 프로이트 용어를 빌리면 이드(본능)와 에고(자아)는 옅어지고 수퍼에고(도덕적 자아)는 강해진다.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장·노년들 이야기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서울 은평구 '숨은 고수(高手) 교실', 도봉구 '우리 마을 달인' 같은 동네 무료 강좌에 서는 이들이다. 강남구 '지식 재능 기부'엔 '고수' 2000여명이 등록했다고 한다. 외국어부터 요리·바느질·목공에 피부 손질까지 없는 게 없다. 그곳에선 누구나 선생이 되고 학생이 된다.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은 나이를 이기는 최고 보약(補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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