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종교와 나

한국의 달마’ 경허스님 이름딴 길 생긴다 

應觀 2014. 5. 31. 23:07

한국의 달마’ 경허스님 이름딴 길 생긴다 

충남 서산 천장암 주변도로 3.8km 구간에 ‘경허로’ 지정

‘아직도 갈 길은 많이 남고 짚신은 헤져 발바닥은 물집이 잡혔다. 만공은 스승 경허에게 힘들어 도저히 못가겠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경허는 만공에게 “축지법을 써서 편히 가게 해주겠다”고 했다. 경허는 새참을 내오는 아낙네의 빰에 입을 맞췄다. 동네 사내들이 금방이라도 죽일 듯 쫓아왔다. 경허와 만공은 산길로 십여 리를 도망쳐 가까스로 봉변을 모면했다. 만공이 숨을 돌리고 “생불(生佛)이라는 스승께서 이런 몹쓸 짓을 할 수 있느냐”며 용기를 내어 따졌다. 경허는 “한 시간 전 그렇게 아파 걷지 못하겠다던 발이 지금도 아프냐”고 되물었다. 만공은 그제야 스승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를 깨우쳐 준 것을 헤아렸다.’

경허집에 나오는 이 유명한 이야기는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뒤 18년간 충남 서산시 고북면 천장암에 머물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국의 달마’ ‘제2의 원효’ 등으로 불리는 경허선사(鏡虛禪師·1846∼1912·사진)가 당시 천장암에 기거하면서 오가던 길이 ‘경허로’로 지정돼 23일 도로명 제막식을 갖는다. 이 길은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고북농공단지 네거리에서 고북면 장요리 천장사 부근까지 3.8km 구간이다.

서울에는 원효 스님을 기리는 ‘원효로’가 있고 경북 영주에는 의상 스님의 ‘의상로’가 있고 전남 화순에는 진각 스님의 ‘진각로’가 있고 홍성에는 한용운 스님의 ‘만해로’가 있다.

불교계에 따르면 서산대사 이후 끊어진 조선의 선맥을 이은 경허 스님은 날카로운 지혜를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봄 바다처럼 따듯했다. 어린 아이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외울 수 있는 한글 법문을 짓고, 늙거나 병들어 참선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도 염불로 성불하는 법을 가르쳤다. 2012년 경허 열반 100주기 기념행사를 추진했던 수덕사 전 주지 옹산 스님은 “우리 인생에도 스승이 필요하듯이 수행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며 “경허 스님이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면서 그분의 마음자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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