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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교수의글

應觀 2024. 3. 3. 20:02

어느덧 우리 인간은 지식의 총량에서 지구에 있는 어떤
종과 감히 비교조차 불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에요. 우리도 예전에는 수렵
채집해서 살고, 생존 방식도 구전을 통해 익혔습니다. 지식
을 글로 남겨 후손에게 전한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바로
공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표현을 종종 씁니다.
'인간은 출발선을 들고 다니는 동물이다. 물론, 다른 동물
들도 학습을 합니다. 불과 30~40년 전에는 이 사실을 생물
학자들 중에 누구도 학회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까닥
하면 돌 맞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감히 인간도 동물이라고 해서 그런가요?
그렇죠. 그때는 아주 두려운 일이었죠. 제 지도 교수님인
횔도블러 교수님의 스승이 마틴 린다우어 Martin Lindauer 교수
님인데요. 그분의 스승이 바로 꿀벌의 춤 언어를 밝혀서 노
벨생리의학상을 받으신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선생님
입니다. 이분들이 동물행동학의 중심 계보라 할 수 있습니
다. 폰 프리슈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 횔도블러 교수님은 하
버드대학교에서 출발해서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고, 린다
우어 교수님이 임종하셨어요. 린다우어 교수님이 물으셨대
요. “스승님, 동물도 생각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돌아가
시는 스승님에게 뭐 그런 걸 물으셨을까 싶은데, 물으셨다
니까 우리 후학들은 믿는 거죠. 그때가 1982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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