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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희망… 날개에 담아내다

應觀 2015. 1. 16. 09:19

자유에 대한 희망… 날개에 담아내다

이카로스의 비행, 하늘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 강하게 보여줘요
신라시대엔 새 신성하게 여겨 날개 모양으로 관모 꾸미개 제작
납으로 만든 책에 붙어있는 날개… 상상의 세계 열어준다는 의미죠

먼 옛날부터 인간은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어 했어요. 새를 동경한 나머지 새의 날개 구조를 본떠 비행기를 발명하였지요. 새의 날개에 특별한 의미를 붙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날개는 '신성한 힘' '초월' '자유' '해방' 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날개가 신성한 힘을 상징하는 사례는 성서 속 천사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어요.

작품 1 - 로소 피오렌티노, ‘음악 천사’ 사진
작품 1 - 로소 피오렌티노, ‘음악 천사’, 1520년경.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로소 피오렌티노는 음악의 천사가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그렸네요.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1은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에요. 그림 왼쪽 위에서 스미는 빛이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날개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눈여겨보세요. 왜 날개 안쪽을 빨간색으로 강조했을까요? 작품의 주인공이 평범한 아기가 아니라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예요. 즉 천사가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날개 색으로 알려주는 것이지요.

땅 위에 묶인 존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날개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발명가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섬 미노스 왕의 뜻을 거역한 죄로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미궁에 갇혔어요. 그는 미궁에서 탈출하고자 새의 깃털과 밀랍을 이용해 인공 날개를 만들지요. 그는 날개를 아들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들아, 너무 높이 날아서 태양에 가까워지면 그 열기를 이기지 못해 밀랍이 녹아버릴 것이다."

작품 2 -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이카로스를 위한 탄식’ 사진
작품 2 -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이카로스를 위한 탄식’, 1898년.

그러나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게 되었다는 기쁨에 젖어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채 태양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합니다. 그러다 결국 밀랍이 녹아 바다에 빠지고 말지요. 작품 2를 보세요. 영국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는 상상력을 발휘해 요정들이 이카로스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이카로스 신화는 사람들에게 자만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려주었지요.

금제 관모 꾸미개 사진
작품 3 - 금제 관모 꾸미개, 신라시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경북 경주시 황남동 천마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제 관모 꾸미개(보물 제618호)는 새 숭배 사상을 보여줘요. 작품 3은 신라 임금이나 왕족이 머리에 쓰던 금관 앞머리를 장식한 관모 꾸미개예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신라의 황금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이지요. 좌우대칭 형태의 관모 꾸미개는 새가 양쪽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요. 그렇다면 신라인은 왜 새 날개 모양으로 관모를 꾸몄을까요? 학자들의 설명으로는, 신라의 새 숭배 사상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고대인은 하늘을 나는 새를 하늘나라와 인간 세상을 오갈 수 있는 신령한 존재로 여겼거든요. 그래서 금관을 쓴 사람의 높은 신분과 지위를 더욱 빛내기 위해 새 날개 모양의 장식품으로 관모를 꾸민 것이지요.

작품 4 - 안젤름 키퍼, ‘Book with wings’ 사진
작품 4 - 안젤름 키퍼, ‘Book with wings’, 1992~1994년.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는 재미있게도 납으로 만든 무거운 책에 날개를 달았네요. 작품 4에서 무거운 책과 가벼운 날개의 대조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해요. 왜 책을 무거운 납으로 만들었을까요? 책은 규모도 크고 양도 많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담은 책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뜻일까요? 책을 납으로 만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책에 날개를 단 작가의 의도는 짐작할 수 있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의 날개, 상상의 날개가 돋아난다는 의미라고요.

작품 5 - 최수앙, ‘The wings’ 사진
작품 5 - 최수앙, ‘The wings’, 2009년.

한국의 작가 최수앙에게 날개는 현실에서의 해방을 의미해요. 작품 5를 보세요. 커다란 날개가 철사에 매달려 있네요. 멀리서 보면 양 날개를 활짝 펼친 모양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놀랍게도 깃털 하나하나가 사람의 손이에요. 그가 수많은 손으로 날개를 만든 의도는 무엇일까요? 작가에 따르면, 이 손에는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하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이 담겼어요. 그는 가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아버지께 큰 선물을 드리고 싶었대요. 선물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이상 세계를 향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말하지요. 그런데 왜 아버지의 두 손만이 아닌 수많은 손을 모아서 날개를 만들었을까요? 이 세상에는 그의 아버지처럼 상처받고 희생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지요. 작가는 꿈의 날개를 갖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그들의 손에 날개를 달아준 것입니다.

날개를 표현한 예술 작품은 사람들이 왜 날개를 동경하는지 깨닫게 하지요. 날개는 희망, 꿈,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