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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멋이 풍성한 양평-가평 나들이

應觀 2013. 8. 8. 11:43

[박종인의 사람과 길] 답답한 도시 떠나 달려온 이 곳… 아~ 멋있네 음~ 맛있네

  •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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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도 탈출하고 여름도 탈출하는 하루 나들이, 경기도 양평-가평 드라이브다. 식당과 모텔이 질리도록 많지만, 그 사이에 숨어 있는 보석을 잘 꿰면 양평과 가평은 우아하고 시원하고 맛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 코스, 이렇게 가본다. 아니, 이렇게 간다.

    <어비계곡 ‘민기남집’ 닭매운탕-‘가평요’ 도자기와 ‘레드박스’ 아메리카노-청평호반과 호명산중 드라이브- 2030은 ‘달과 6펜스’, 4050 이상은 카페 ‘경춘선’ 아이스라떼-우아한 저녁식사 ‘사각하늘’>

    가평 호명산 산중 숲길에 햇살이 반짝인다. 맛이면 맛, 멋이면 멋 한꺼번에 만족할 수 있는 경기도 양평과 가평의 숨은 보석 가운데 하나다.

    어비계곡 입구까지 오전 11시 정도에 도착할 것. 어비계곡은 6번국도 양평 못 미쳐 고읍교차로에서 청평, 홍천 방면으로 좌회전. 백현사거리에서 중미산쪽으로 좌회전한 뒤 농다치고개를 넘을 것. 고개 아래 삼거리에서 유명산자연휴양림 쪽으로 오른쪽 길을 택하면 유명산 입구가 나오고 그 왼편으로 ‘어비계곡’ 입구가 나온다. 나들이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민기남집 ‘가마솥뚜껑 장작불 닭매운탕’민기남집 ‘가마솥뚜껑 장작불 닭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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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시별미 타임 민기남집 닭매운탕과 어비계곡

    물고기가 날아다닌다고 해서 어비(魚飛) 계곡이다. 그런데 쓰레기 집어던지는 인간이 물고기보다 많아서 계곡은 철제 펜스로 막혀 있다(펜스 없는 지점이 두 군데 있다). 펜스 없는 다리 두 개를 건너면 닭매운탕집이 나온다.

    언뜻 보면 그냥 민가로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벽면에 각종 언론 소개 기사가 빽빽하게 걸려 있다. 이름은 ‘민기남집’. 여주인 민기남씨가 ‘가마솥뚜껑 장?舫?닭매운탕’을 파는 집이다.

    양배추, 깻잎, 닭을 넣은 벌건 육수를 솥뚜껑에 붓고 장작불로 끓인다. 어린이도 많이 오다 보니 생김과 다르게 그리 맵지 않다. 맵게 먹고 싶다면? 여주인에게 청양고추를 팍팍 넣어달라고 하면 된다.
    반찬은 3년 된 묵은지, 배추장아찌, 오이지, 취나물, 고추장아찌가 나온다. 여주인은 묵은지가 은근히 자랑스러운지 수시로 “3년 된 김치”라고 속삭이고 다닌다.

    먹는 장소는 함석으로 지붕을 만든 맨땅이다. 맨땅 군데군데에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장작불 터가 보인다. 주문을 하면 장작을 거기 쌓고서 부탄가스통 토치로 불을 지피고, 솥뚜껑을 올려놓고 요리를 붓는다. 그리고 반찬이 나온다. 주인 할 일은 거기까지. 플라스틱 앉은뱅이 의자를 가져오고 물이며 술이며 음료수 나르는 건 손님이 한다. 벽에는 “산골이라 일손이 모자란다”고 적혀 있다. 1마리(2인분) 4만원. 남은 건더기와 육수에 밥 볶아먹으면 끝이다.

    일손 모자란다는 똑같은 이유로, 하루에 40마리(80인분)까지만 만들고 주문도 오후 4시30분에 끝이다. 신용카드도 불가능, 예약도 불가능. 현금 없는 사람들을 위해 텔레뱅킹은 한다.

    집 앞에 작은 계곡이 있는데, 밥 먹고 그곳 평상에 앉아서 신선놀이를 하거나 물장난 치기 딱 좋다. 내비게이션에 민기남집 혹은 유명산자연휴양림을 검색하면 나온다.

    한마디: 손님 왈 “공기까지 맛있다”

    1시유유자적 가평요와 레드박스

    가평요가평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어비계곡에서 우회전해 37번국도를 따라 20km. 고려시대 검은 도자기인 흑유를 재현한 청곡 김시영씨의 작업실이다. 김시영씨는 공학도에서 산악인으로, 산악인에서 장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가평 현리에서 태어난 두 딸은 “아버지 하는 일 보면서 자라나 일체의 사교육도 받지 않고 굉장히 좋은 대학 미대에 들어간” 사람들이다. 여기를 클릭하면 이들 부녀의 재미난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앞은 전망 좋은 커피전문점 레드박스, 뒤는 가평요다. 2층 전시실에 청곡의 작품을 전시해놨다. 커피향을 즐기며 낯선 도자기를 감상하고 생활소품을 살 수도 있는 공간과 시간이다. 자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가평요 gapyeongyo.com, 031-585-4542, 레드박스 카페 031-584-4568. 사람이 없을 수 있으니 가평요는 미리 전화 요망. 김시영씨를 만나 졸라대면 차 한 잔과 도자기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

    한마디: 청곡의 다완은 일본에서 100만엔이 붙어 있다.

    청평호반과 호명산중 드라이브

    25km 남짓한 코스. 전반은 호숫가, 후반은 하늘 안 보일 만큼 빽빽한 숲속 길이다. 신청평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작은 길로 들어간다. 호수 경치가 좋다. 굽이굽이 돌다가 ‘삼거리슈퍼’가 나오면 왼쪽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울울창창 숲길이다. 직진하면 곧장 남이섬까지 연결되는데, 욕심은 부리지 말자. 오늘은 거기까지만.

    최근에 양수발전을 위해 쓰던 호명호수가 산책로로 개방되면서 산 반대편에는 카페, 펜션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환상’이다. 경치에 홀려 운전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 정말 아름답다. 가끔씩 차를 세우고 경치 감상, 공기 감상. 이 산중 드라이브코스를 걷고, 자전거로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마디: 마을 주민들 스스로 ‘환상의 드라이브’라 자랑하는 길. 길 초입에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을 정도.

    11시 ‘달과 6펜스’ 혹은 ‘경춘선’

    (위에서 부터) 달과 6펜스의 예쁜커피
카페 경춘선(위에서 부터) 달과 6펜스의 예쁜커피
    카페 경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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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길 끝에 카페 ‘달과 6펜스’가 있다. 고추장삼겹살과 털랭이국수를 내던 본가는 2년 전 문을 닫았고 대신 주인집 아들이 그 앞에 커피 전문점을 냈다. 적막에 싸인 옛 집터를 가만히 걸어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쑥부쟁이 가득한 운동장, 문 닫은 식당, 햇살 받는 나무들... 그런데 카페로 변한 달과 6펜스는 화려하다. 바닥만 빼고 온통 꽃밭이다. 예쁘다. 분위기를 원하는 젊은 층에 강추. 경춘선 상천역이 인근이라, 카페와 산중 산책만 원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마디: “손님 받는 것보다 꽃 가꾸느라 더 바쁘다”

    고전음악이 흐르는 격조를 원하는 사람은 현리쪽 카페 ‘경춘선’으로 간다. 청평검문소에서 1km 들어가 다리 건너 언덕꼭대기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곧장 직진하면 ‘아침고요수목원’이 나온다.

    경춘선은 작가 겸 만화가인 진병팔씨 부부가 운영한다. 고전음악에 해박하고 세상 만사에 대한 대화가 끝없다. ‘놀사모(놀는 걸 사랑하는 모임)’ 운영자. 소박한 인테리어가 오히려 정이 간다. 고등학교 때부터 썼던 전축과 스피커, 제니스 라디오 기타 등등. 인테리어 소품은 모두 이 진병팔 작가가 들고 와 설치했다. 상업 공간이라기보다는 개인집 같은 분위기다.

    한마디: “내 이름이 진병팔인데, 카페 이름도 똑같이 촌티 나게 지었다”

    달과6펜스 070-4124-2577, 경춘선 010-8265-5562

    11시우아한 저녁식사, ‘사각하늘’

    일본인 건축가 남편과 한국인 부인의 일식집, ‘사각하늘’일본인 건축가 남편과 한국인 부인의 일식집, ‘사각하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맛, 분위기, 서비스가 맛집의 3대 요소라면 점수는 각각 A+. 일본인 건축가 남편과 한국인 부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어떻게 글과 말로 표현할 길이 없는 공간과 맛이다.

    청평검문소에서 내려와 다시 청평대교를 건너 서종면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커다란 ‘N모텔’ 네온사인이 보인다. 이 시간 무렵이면 엄청나게 잘 보인다. 사각하늘은 그 옆 골목 끝에 있다. 차량 교행이 어려우니까 운전 조심.

    일본식으로 지은 목조기와집과 다다미가 주는 분위기가 일단 A+. 야생화 정원은 덤이다. 까다로운 완벽주의자 부부 덕에 집 짓는 데 2년 걸렸다. 집 한가운데에 작은 정원이 있는데, 아래에서 보면 하늘이 네모나게 보인다. 그래서 사각하늘이다.

    일본에서 공수해온 면발로 만든 ‘가마아에우동’ 정식의 비범한 맛도 A+. 삶은 면을 메밀국수처럼 유자소스 육수에 담가 먹는 우동이다. 튀김과 밑반찬도 신선하다. 1만5000원. 냉소면도 같은 가격에 정식이 나온다. 스키야키(3만원), 다도(茶道)로 끝나는 일본 정통 코스 가이세키(10만 원)을 비롯해 몇 안 되는 메뉴가 모두 기가 막히다. 이 모든 걸 여주인이 예의 바르게 직접 만들고 서빙한다.

    그냥 가면 안 되고,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가이세키 코스는 24시간 전 예약. sagakhanul.com, 031-774-3670, 화요일 휴무.

    한마디: ‘약간은 돈이 있는’ 팀의 깜짝쇼(‘너를 위해 준비했어, 하나, 두울, 셋!’ 류의)에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