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골목에서 만난 트렌디한 맛,종로 익선동 식당과 카페
종로3가역 4번출구에서 좁은 골목을 따라 몇 걸음 들어가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풍경과 마주친다. 1920년대에 지은 한옥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익선동이다. 세월의 때가 묻은 골목을 거닐다 보면 '열두달' '식물' '경양식 1920' '4.5평 우동집' 등 이름만 봐도 들어가고 싶은 공간이 줄줄이 나타난다. 숨은 듯 자리한 익선동에 1~2년 사이 문을 연 밥집과 찻집을 소개한다.
열두 달 자연이 주는 재료의 맛, 열두달 마켓&다이닝 골목 초입, 반듯한 나무 간판을 따라 '열두달'에 들어서면 연기 자욱한 마당에 장작 타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열두달은 훈제 햄을 만드는 '말마햄', 수제 잼 마켓 '제이제이', 수제 청 마켓 '手청', 뿌리채소 전문점 '루트', 전통주 제조 모임 '자주', 수제 맥주 펍 '스킴45' 등 7개 브랜드로 구성된 식재료 마켓이자 식당이다. 이름 그대로 1년 열두 달 자연이 주는 맛의 즐거움을 지향한다. 너른 마당을 품은 한옥에서 고집스런 생산자의 손을 거쳐 나온 느리고 건강한 맛을 누릴 수 있다. 각 브랜드의 재료를 활용한 연근크림파스타, 수제햄샌드위치, 견과류주먹밥 등은 한 끼 식사나 맥주 안주로 즐기기 좋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며 봄을 맞아 달래냉이오일파스타, 봄나물꽃비빔밥, 애기사과청에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유로운 마당 테이블은 열두달의 명당이다. 루트의 연근크림파스타와 말마햄의 훈제목살베이컨햄샌드위치 말마햄은 혜화 마르쉐, 이태원 계단장 같은 플리마켓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다. 냉장한 고기를 소금과 허브에 7일 동안 절인 뒤 하루 정도 말리고 히커리, 참나무, 벚나무 장작을 태운 연기로 짧게 2시간, 길게 5~6시간 익힌다. 하루나 이틀 식혀서 내놓기까지 꼬박 10일 남짓 걸리는 과정은 프랑스 시어머니에게 배운 레시피다. 가장 상태가 좋은 햄은 수제햄&치즈플레이트 메뉴를 통해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스킴45의 신선한 수제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돼지 안심, 등심, 항정살, 베이컨 등 부위별로 100g당 5000원에 포장 판매도 한다.
[왼쪽/오른쪽]1920년대에 지은 한옥의 멋을 잘 살린 공간 / 장작 연기를 입힌 햄이 맛있게 익어간다. '칼질'의 추억을 찾아, 경양식 1920의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1920'이라는 이름은 익선동 한옥마을이 조성된 1920년대에서 따왔다. 경양식 1920은 '백 투 더 아날로그'라는 콘셉트로 열두달과 익동다방을 꾸린 '익선다다' 팀이 최근에 오픈한 식당이다. 투박한 통유리, 서까래가 드러난 천장, 에디슨 전구, 분홍색 소파가 어우러져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3월 중순 이후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임시로 문을 열었는데도 점심이나 저녁 시간이면 기다리는 줄이 길다.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세트 메뉴는 옛날 경양식 집의 전형적인 음식보다 세련됐다. '멕시칸사라다'와 수프를 곁들인 것 외에 고기 아래 리소토를 추가했다. 옛날식 걸쭉한 크림수프 대신 단호박과 당근을 넣고 뭉근하게 끓인 수프가 입맛을 돋운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갈아 촉촉하게 구운 함박스테이크는 달걀 프라이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돼지 등심을 노릇하게 튀긴 돈가스는 양이 푸짐하다. 식사 메뉴 외에 비엔나커피, 와인과 맥주, 하몽, 미제 소시지 등 안주도 판다. 통유리에 둘러싸여 종로 일대의 야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다.
사로잡는 함박스테이크 / 창가 테이블은 골목 풍경을 즐기며 식사하기 좋다. 한옥의 멋과 빈티지 소품이 어울린 카페, 식물 익선동 골목에 여행자의 발길이 스미기 시작한 건 '식물'이 둥지를 튼 다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골목에서 핫한 곳이다. 밖에서는 컨테이너 한 채가 덩그러니 있는 듯 보이지만, 들어선 순간 반전의 매력이 있다.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린 공간에는 못 박히고 부서진 나무 기둥이 그대로 남았다. 자개 문양 테이블, 이곳 사장이 유학 시절에 쓴 낡은 소파,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 등이 독특하게 어울린다. 비닐 막을 벽처럼 두른 마룻바닥 옆에는 키 큰 선인장 화분이 놓여 온실 같은 분위기마저 감돈다. 식물은 낮에는 자연광이 환하게 들어오는 카페로, 저녁이면 어두컴컴한 바로 바뀐다.
온실 같은 느낌을 주는 식물 내부 공간이 주는 분위기만큼 메뉴 또한 독특하다. 커피 얼음 조각에 우유와 베일리스(아이리시 크림과 위스키 등으로 만든 알코올음료)를 부어 마시는 식물커피가 대표 메뉴. 소주와 홍차를 섞은 카파도키아, 망고 맥주와 말리부를 조합한 마추픽추, 열대 과일 리치가 동동 뜬 화이트데저트 등 칵테일 이름도 개성이 넘친다. 세계 곳곳에서 만난 여행지의 느낌을 칵테일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녁에는 이따금 공연도 한다. 공연 정보와 바뀌는 메뉴는 인스타그램(@sikmu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개 테이블과 낡은 소파가 어울린다. [왼쪽/오른쪽]식물커피와 청키누텔라선인장 컵케이크 / 식물 입구 '혼밥' 하기 좋은 4.5평 우동집 익선동의 중심 골목에서 조금 벗어나면 아담한 간판이 눈에 띈다. 부암동 4.5평 우동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식당이다. 부암동 가게가 문 닫은 지 3년 만에 같은 이름으로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 사이 가게 규모도, 메뉴도, 맛도 업그레이드되었으며 메뉴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동 만드는 법을 따로 배운 적도 없고, 메뉴는 대부분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우동도, 덮밥도 이 집 사장님 방식이란다. 이를테면 마늘을 볶다가 '마늘 기름을 우동 국물에 넣어볼까' 해서 나온 메뉴가 마늘우동이다. 면을 뽑는 기계도 직접 만들었다. 반죽 재료는 소금, 물, 밀가루가 전부다. 발로 치대고 밀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을 뽑아낸다.
[왼쪽/오른쪽]두툼한 소고기와 당근이 맛있게 씹히는 카레우동 / 살살 녹는 연어가 일품인 연어덮밥 4.5평 우동집의 대표 메뉴는 스테이크용 부채살을 숭덩숭덩 썰어 넣은 카레우동과 사르르 녹는 연어를 얹은 연어덮밥. 반숙 달걀을 간장 소스에 재운 맛계란도 인기 메뉴다. 짭조름한 소스와 노른자의 고소한 맛이 입에 착 감긴다. 연어덮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알려준다. 비비지 말고, 연어 한 점에 고추냉이를 조금 올려서 간장에 찍은 다음 밥 한 숟가락 얹어 먹을 것. 바지락술찜, 들기름에 구운 두부와 쑥갓 등 저녁 안주 메뉴는 사케 한 잔과 곁들이기 좋다. 가게 안쪽에도 아기자기한 공간이 숨어 있다.
[왼쪽/오른쪽]혼자 밥 먹기 좋은 1인 테이블 / 4.5평 우동집의 오픈 주방 여행정보열두달
경양식 1920
식물
4.5평 우동집
주변 여행지
숙소
글, 사진 : 강민지(여행작가) |
'모음글 > 건강과 기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화시키는 가장큰 주범은? (0) | 2016.06.30 |
---|---|
어깨뭉침,결림에 좋은 운동 (0) | 2016.04.16 |
다섯 손가락 운동으로 건강 찾는 법 (0) | 2016.01.25 |
멋있게 늙어야 뇌가 생생하다는데... (0) | 2015.11.06 |
잠들기 전에 ‘물 한잔’ (0) | 2015.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