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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서산의 역사의 숨결

應觀 2014. 7. 3. 20:33

8道 100味

  • 서천=정상혁 기자
    • 이메일

  • 입력 : 2014.07.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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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 아니면 생선회. 여름휴가 가서 제일 많이 먹는 음식이라죠. 좀 지겹지 않으신가요. 이번 휴가 때는 지역 별미나 특산물을 맛보면 어떨까요. 그러기엔 재래시장이 제격입니다. 이번 주에는 주말매거진팀이 엄선한, 전국 유명 휴양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괜찮은 시장과 그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별미를 도(道)별로 소개합니다. 주말매거진이 그리는 '2014 맛집여지도'입니다.

    이달 중순 끝물인 쫄깃쫄깃한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의 갑오징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정선오일장의 메밀배추전 등
    지역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이 있습니다. 이번 휴가 때는 이와 같은 지역 별미나 특산물을 맛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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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서 찾은 맛의 오케스트라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갑오징어

    이달 중순 끝물인 갑오징어… 상추쌈에 막된장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

    충남 최남단 서천으로 간다. 동쪽엔 금강이 소멸하며 부려놓은 옥토, 서·남쪽엔 갯벌이 펼쳐진 땅이다. 서천의 대표 재래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 2004년부터 상설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1층에서 횟감을 사 2층 식당가로 올라가 상차림 값 1인당 4000원을 내고 식사하면 된다.

    갑오징어 회. 막된장에 마늘을 쌓고 상추에 쌈을 싸 오물거리니,
    저작근(咀嚼筋)이 뿌듯하다.

    어물전마다 게나 광어가 잔뜩이지만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갑오징어다. 등에 길고 납작한 뼈(甲)가 있어 이름 붙은 갑오징어는 맛으로도 오징어계의 갑(甲). 서천에선 5~6월 꼴뚜기와 갑오징어의 앞글자를 딴 '꼴갑축제'도 연다. 큰 놈은 800g 정도 나가는데, 주로 즉석에서 회를 쳐 먹는다. 한 마리는 회로, 한 마리는 데쳐 먹으려고 손질해 2층으로 올라간다. 식당 19곳 중에 아무 데나 들어가 앉는다. 10분 뒤 대령한 놈을 한 점 집어 씹는다. 이가 살점에 한참이나 들어가 박힌다. 두툼한 살집과 찰기 덕분에 보통 오징어와는 차원이 다른 식감이다. 막된장에 마늘을 쌓고 상추에 쌈을 싸 오물거리니, 저작근(咀嚼筋)이 뿌듯하다. 재래시장답게 식당 안 데시벨(㏈)은 이미 월드컵 길거리 응원 수준. 얼굴이 불콰한 아저씨가 회덮밥이 담긴 대야를 들고 오더니 한 숟갈을 입에 떠먹이며 말한다. "바로 이 맛 아닙니까."

    위치·전화 충남 서천군 서천읍 686-1(춘장대 해수욕장에서 약 25㎞), (041)951-1445
    시장 정보 갑오징어는 7월 초·중순까지만 나오니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큰 놈은 1만5000원, 작은 놈은 1만원대다.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 2층 식당은 가격이 통일돼 있다. 상차림은 1인당 4000원. 탕이나 공깃밥은 1000원이다. 전어구이·주꾸미·꽃게찜·대하구이·간재미 무침은 1㎏에 5000원이다.


    서천 한산5일장&한산모시냉면·한산소곡주

    '한산모시'만 아는 당신, 모시막걸리·모시전·모시물냉면 맛보세요

    모시물냉면과 모시전

    배를 불리고 나오니 오후 3시, 아직 해가 짱짱하다. 시원한 게 당긴다. 서천 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한산모시'가 나와야 하는 법. 서천읍에서 차를 몰아 10분쯤 가니 한산면이 나온다.

    한산초등학교 근처에서 매달 1·6일로 끝나는 날 소규모 5일장이 열리는데, 갖가지 모시를 만나볼 기회다. 모시로 옷도 짓지만 음식도 한다. 한산모시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담쟁이넝쿨'로 간다. 식당 앞엔 웬 장독대가 200~300개가 늘어서 있는데, 모시로 담근 고추장·된장이다. 메뉴판에 모시막걸리며 모시된장찌개, 모시비빔밥 등 별별 모시 음식이 걸려 있다. 모시물냉면과 모시전, 모시막걸리를 주문한다. 모시를 온종일 삶아 우려낸 국물에 메밀면을 섞어 먹는데, 국물이 묘하게 시큼해 목 넘김이 짜릿하다. 파 대신 모시를 썰어 구운 모시전 한 점에, 미숫가루처럼 뽀얀 모시막걸리로 입을 헹군다. 이왕 취기가 돈 김에, 1500년 역사의 한산소곡주도 한 병 주문한다. 맑은 금빛의 술이 식도를 타 넘을 때마다 연한 매실처럼 달큰한 향이 난다. 도수는 16~18도 정도지만 '앉은뱅이술'이라 불리니 조심할 것.

    위치·전화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182번지, (041-950-4125)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정보 시장 주변에 한산소곡주 전문 소재점이 도열해 있다. 대략 용량은 750㎖나 1500㎖로 나뉘는데 2만~4만원 정도 한다. 담쟁이넝쿨 이 식당은 모시 전문점으로 TV에도 여럿 소개된 적이 있다. 식당 뒤편에 모시밭이 있어 '진짜 모시'를 구경 못 해본 도시 사람들에겐 신기한 구경이 될 수도 있겠다. 모시막걸리는 5000원. 냉면은 6000원, 모시전은 1만원. 문의 (041)951-9288

     

    그래픽 = 김충민 기자

     

    구포시장&구포국수

    바람에 말린 구포국수… 한 젓가락에 바닷바람 머금은 듯하다

    (위)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구포국수.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아래) 삼진어묵 '어묵고로케'

    구포시장은 재래시장이지만 규모가 크고 활기가 넘쳤다. 부산의 서쪽 끝 낙동강 어귀에 있는 구포는 조선시대부터 물자와 인물이 모이던 큰 장이었다. 1905년 경부선 구포역이 개통되면서 더욱 중요한 교통 요지가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밀 등 각종 곡물이 구포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 자연 곡물 가공공장이 성황을 이뤘다. 제분소가 생기자 국수공장들이 구포에 들어섰다. 6·25가 끝나고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국수공장들은 호황을 이어갔다. 구포는 소면(素麵) 즉 가는 밀국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구포국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덕천고가 '진땡'.구포국수의 명성은 시장 안 이원화구포국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디포리(밴댕이)로 뽑은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국수는 시골 색시처럼 소박하고 얌전한 인상이나, 입안에서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했고, 구포에 부는 바닷바람을 머금기라도 한듯 짭조름했다. 디포리 육수의 진한 감칠맛에 밀리지 않고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어릴 적 아버지의 국수공장에서 생산하던 구포국수 맛을 재현하고 있다는 이원화(53)씨는 "바람을 얼마나 통하게 하느냐의 노하우"라고 했다. "그냥 말리는 게 아닙니다. 국시를 처음에는 15㎝ 간격으로 널었다가 차츰 간격을 좁혀줘야 면발이 흩날리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있죠."

    구포시장에는 많은 구포국수 전문점이 있다. 온국수·냉국수 3500원, 비빔국수 4000원으로 가격은 비슷하다. 냉국수는 차갑게 식힌 디포리 국물을 부어 내는데, 비린내나 쓴맛이 없고 국수가 오래 쫄깃함을 유지한다. 건면을 살 수도 있다. 500g짜리 구포국수 1다발 2500원, 3개 7500원, 6개 1만4000원, 18개 4만2000원. (051)333-9892, www.guksoo.com

    위치·전화 부산 북구 구포동 589(해운대에서 약 17㎞), (051)309-4901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근처 맛집
    구포시장 건너편 덕천고가(德川古家) 명함엔 ‘뼈다구가 있는 집’이라고 새겨 있다. 부산시 공인 부산 최고(最古) 돼지국밥집이란 자부심의 표현이다. 대표 메뉴인 ‘진땡’은 돼지뼈를 24시간 고아 우려내 사용하기도 한다. 날달걀 1개가 딸려 나오는데, 단골들은 국밥이 식기 전 달걀을 풀어 먹는다. 진땡에 된장을 풀고 푸성귀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 장국도 맛있다. 진땡·장국 5500원. 부산 북구 구포1동 609-8, (051)337-3939, www.jangguk.com

    삼진어묵 '어묵고로케'.삼진어묵 베이커리는 구포시장에서 꽤 떨어진 영도에 있지만, 이곳 ‘어묵고로케’가 워낙 인기라 굳이 소개한다. 오래된 부산어묵 제조업체인 삼진어묵에서 옛 공장을 역사·체험관으로 만들었다. 1층에 수십 가지 어묵을 빵집처럼 손님이 직접 골라 담게 했다. 이 중 최고 히트작이 어묵고로케다. 생선살 반죽 속에 새우·치즈·감자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 1개 1000원, 6개 1상자 5500원. 부산 사하구 장림동 다대로 1066번길 51, (051)265-5468


    삼천포용궁수산시장&쥐치포

    국내산 쥐치로 만든 진짜 쥐치포를 구할 수 있다. 흔히 파는 베트남산과 달리, 두툼하고 불그스름하고 쫄깃하고 감칠맛이 배 있다. 생산공장 겸 판매처인 성일산업에서 400g 3만원에 살 수 있다. 남해 수산물이 여기만큼 풍성하고 다양한 시장도 드물다. 수산시장 맞은편 횟집들에 가서 몇천 원 정도의 '초장비'를 내면 회를 썰어주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위치·전화 경남 사천 동동 485-2(남일대해수욕장에서 약 4.5㎞), (055)835-2229
    시장 근처 맛집
    오복식당(055-833-5023)과 파도한정식(055-833-4500)은 삼천포 대표 맛집이다. 해산물 정식 1인분 1만1000원. 팔포회타운 원조물횟집은 이름처럼 물회를 잘한다. (055)833-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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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리만자로의 2봉 마웬지봉. 화성(火星) 표면을 닮은 거친 고산 사막지대다.
    구름에 쌓인 킬리만자로의 2봉 마웬지봉. 키 낮은 나무가 빽빽한 하산길에 찍었다.
    구름에 쌓인 킬리만자로의 2봉 마웬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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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마다 한 번씩 잎을 내고 125년 만에 정확하게 죽는 세네시오 킬리만자리.
    호롬보캠핑장의 은하수. 이렇게 장엄하게 운항하는 은하수는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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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내 가젤 무리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얼룩말들. 멀리 마사이 청년이 보인다.
    만야라국립공원 내 사자 무리
    만야라국립공원 내 홍학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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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리만자로는 '흰 눈의 산' 이라고도 하고 '새도 못 갈 산'이라고도 한다.
    킬리만자로, 일단 오르면 우리가 산 흔적이 낙인처럼 따라다닐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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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 이이화(왼쪽·77)씨가 ‘동학농민운동과 의병 유적을 찾아서’란 주제로 충남 서산과 홍성 등을 돌며 설명하고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왼쪽·77)씨가 ‘동학농민운동과 의병 유적을 찾아서’란 주제로 충남 서산과 홍성 등을 돌며 설명하고 있다. / 이기본 사진작가

    심은 버들

    -한용운

    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 맵니다.

    하지(夏至)가 지닌 들녘은 시퍼렇게 번져 있다. 개망초와 소리쟁이 솟구친 그 자리에 서 본다. 자주와 인권을 위한 민중의 투쟁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부당한 외세에 대한 배격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향한 항거의 자취를 찾아 충남 홍성(洪城)과 서산(瑞山)의 들녘은 더 오지게 푸르다. 조선일보교보문고가 주최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이 주관하는 이번 탐방은 근대적 자아의 각성과 그 저항 정신의 자취를 더듬는 일이었다.

    서산의 해미읍성(海美邑城)은 충청권 호서좌영(湖西左營)의 진영으로 당시 준동하던 왜구와 외세에 맞서던 유서 깊은 읍성이다. 읍성 안에서는 예전 마을과 관아와 천주교 탄압 현장이 복원돼 볼거리가 풍부하고 성곽 둘레길을 바람을 쐬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론 동학 농민군들이 관군과 전투를 벌이며 반봉건 반침략 전쟁을 벌였던 내포 지역의 요충지였다. 유명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젊은 시절 해미읍성에서 잠시 봉직했었다. 조선 말에는 서학, 즉 천주교를 믿는 신도들을 박해하고 처형하던 아픈 기억을 간직한 곳인데, 곧 있을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방문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민족 불교의 선각으로 항일 투쟁의 정신을 보여준 만해 한용운 선사의 생가 터였다. 거대한 진리의 수레바퀴를 돌린다는 선사의 '轉大法輪(전대법륜)' 휘호 판각이 낯설지 않았다. 툇마루 한편에 걸린 '님의 침묵'은 참 재밌는 시다. 그 대상을 연인에서부터 조국과 소시민의 다양한 욕망, 참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을 대입하더라도 별 버성김이 없는 연애시로 눈길을 끈다. 읽는 것보다 가만히 읊조리면 좋다. 어느 결에 한용운 시인의 눈길이 주변에 머무는 듯하다. 동학운동 당시 관군의 중군장으로 농민군을 토벌하는 아버지와 형을 보고 심경의 변화를 느껴 출가했다는 일화는 역사의 슬픔과 아이러니를 갖게 한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한용운의 파란만장한 구도와 구국의 역정을 얘기하다 만해의 시 '심은 버들'을 즉석에서 유장하게 읊었다. 그 짧은 시행 속에 사랑의 정한(情恨)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3·1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닦은 선생의 의기는 이런 연가풍의 시에서 더 새뜻하다.

    홍성이 낳은 불세출의 독립군 장군 김좌진의 생가는 지주 계급의 여느 부잣집과는 다른 높은 의기와 도덕성으로 소슬하게 다가선다. 지략과 용맹으로 청산리 전투에서 일본군 섬멸의 혁혁한 공로를 세운 백야(白冶) 장군의 대의(大義)는 우국의 시 '단장지통(斷腸之痛)' 현액에서도 선연히 드러난다. 생가 옆 백야기념관에는 장군의 독립운동과 당시 시대 상황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되새길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다시 자리를 옮겨 찾은 홍주의사총(洪州義士塚)은 조선 말기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두 차례 의병 항쟁의 희생자들을 합사(合祀)한 큰 무덤이다. 순절한 900여 의병의 결의는 자주 국권과 근대 시민의 권리에 대한 민중의 봉기라는 위상을 보여준다. 정인보 선생이 쓴 '병오순란의병장사공모비'는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비문으로 오롯하다.

    홍성의 옛 지명은 홍주(洪州)다. 홍성군청의 현재 대문은 옛 홍주아문(洪州衙門)의 소슬대문과 나란히 있어 이채롭다. 옛 홍주 관아의 동헌인 안회당(安懷堂)과 오늘의 군청 건물이 두동지지 않고 어울려 신구의 조화미가 돋보인다. 또 인근 홍주성(洪州城)은 홍화문과 조양문을 복원했으며 일부 성곽 둘레는 동학 농민군과 의병들이 일본군이 가세한 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읍성으로 호젓하다. 동학 농민군과 의병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참된 나라와 민중이 웃고 사는 세상을 열망해 일신의 안위를 초개와 같이 버렸다. 그 현장은 세월의 흐름 속에 무심한 풍경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는 치열하고 아프고 웅숭깊다. 성 둘레길 한편에 허균과 허난설헌의 문학 스승이었던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시비에 눈길을 주는 것도 가만한 즐거움이다. 그런 웅숭깊은 정신에 걸맞게 젓갈로 유명한 광천을 찾았다. 광천 젓갈의 특징은 토굴에서 발효 숙성시킨다는 점인데, 막걸리 한 잔에 낙지젓 한 점을 안주로 입안에 단맛이 돈다. '의리'라는 말이 유행어로 번지는 세상이다. 역사의 의리는 인간에 대한 한없는 예의와 사랑을 그칠 줄 모르는 저항 정신에 깃든다. 쓰고 시고 매운맛을 본 역사는 언제든 단맛의 역사를 준비하고 누려야 할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