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피면 한번 모인다
봄꽃이 피면 한번 모인다 |
금강스님 (전남 해남 미황사 주지) |
지난해 태풍 볼라벤의 비바람이 불던 날 밤에는 온 산이 울었다.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불던지 숲의 생생한 나무 이파리들이 찢기고 떨어져 밤하늘을 빙빙 돌다 휩쓸려 떨어지고는 했다. 삼년 째 남도 땅의 겨울도 지독하게 추웠다. 지난 2월 어느 날 동백의 숲을 거닐다. 그 두텁고 푸르던 이파리들이 추위에 동그랗게 오무라드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들은 한여름의 땡볕에도, 무서운 비바람의 태풍에도, 뼈를 깎는 추위에도 꿋꿋하게 한자리를 지키다 새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작고 아름다운 꽃들을 내밀며, 싱그러운 새싹을 돋아낸다. 이번 봄은 유달리 꽃이 많이 피었다. 온 산에 붉은 동백꽃이 가득하고, 매화향기가 도량에 진동 한다. 달마산 바위 틈새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피어난다. 행복한 삶은 맑은 차 한잔과 만남에서 온다 지난겨울 낙엽 떨구고 움추려 들었던 것들이 꽃과 향기를 만드는 과정이었나 보다. 꽃들이 마치 누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사람을 부르는 듯 마력이 있다. 이 화사한 봄을 혼자보기란 아깝다. 봄꽃은 누군가와 함께 보아야 한다. 꽃구경하고 차 한잔 하자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차
한잔
-금당다회- 오래전부터 함께 꽃 계절마다 만나는 차 모임이 하나있다. 각자가 차와 다과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만나는 모임이다. 매화가 필 무렵이 되면 악양 동매골에 매화차회를 하기위해 벗들이 모여든다. 퇴계의 매화시첩을 읊조리고 매화 띄운 차 한잔을 마신다. 연꽃이 피면 무안 회산방죽이나 강진 금당연못의 연꽃과 함께 연꽃을 노래하고 차를 마신다. 산국이 피면 땅끝마을로, 눈꽃이 피면 봉화 청량사로 모여 맑은 차 한잔과 귀담아 들을 지혜의 이야기와 속사정을 살피는 만남은 반갑고 기쁘다. |
다산선생도 시 짓는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고 죽란시사첩(竹欄詩社帖)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5천 년 가운데서 더불어 같은 세상에 사는 것은 우연이 아니고, 그와 더불어 같은 나라에 사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늘할 때 서지(西池)에서 연꽃 구경을 위해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철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이고, 세모(歲暮)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가 피면 한 번 모인다. 아들을 낳은 사람이 있으면 모임을 마련하고, 수령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품계가 승진된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자제 중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있으면 마련한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찾아보자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그 중에서 귀하게 만나는 만남이야 말로 큰 복은 없다. 부처님께서도 도반은 수행의 전부라고 까지 했다.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IMF이후 급격하게 개인화되고, 경쟁화 되었다. 가까운 친구들이나 직장의 동료들에게서 오히려 긴장하고 갈등이 생겨 병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긴장을 풀고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모임이 있다면 든든하지 않겠는가! 먼 곳에서 자신의 멘토를 찾기 보다는 주변에서 찾고 만남을 만들어 보자. 나를 지혜로 이끌어주는 사람은 문수요, 좋은 행동으로 늘 돕는 이는 보현이다. 한 시대를 살면서 함께할 도반과 만남을 지속하게 하는 차 모임을 만들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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