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골목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를 보다가 구골목서가 인기 질문 랭킹 2위에 오른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구골목서는 웬만한 사람은 이름도 생소한,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천이나 산국·산수유 같은 전통적인 강호를 누르고 꽃 검색 2위까지 오른 겁니다. 1위는 소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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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골목서는 구골나무와 목서(은목서)의 교잡종이라 먼저 부모인 구골나무와 목서(은목서)를 알아봐야합니다. 목서는 꽃 향기가 진하고 주로 잎에 가시가 달린 나무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중국에선 향긋한 꽃을 피우는 목서 종류를 계(桂)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동요 ‘반달’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계수나무는 우리가 아는 단풍 드는 계수나무가 아니라 바로 목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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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목서는 하얀색 꽃이 핍니다(국가표준식물목록에 나오는 은목서는 목서와 다른 종인데, 목서 분류 체계는 블로그 ‘낙은재’에 나오는 방식이 합리적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이 분류 방식에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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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구골나무가 있습니다. 구골나무는 잎이 작고, 같은 가지에 날카로운 큰 톱니가 있는 것(어린 잎)과 톱니가 전혀 없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꽃은 흰꽃이 피는데, 꽃잎이 뒤로 말리고 두 수술이 긴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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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골목서는 구골나무와 목서(은목서)의 교잡종입니다. 그래서 두 나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특징들을 갖고 있습니다. 구골나무와 은목서 둘 다 꽃이 흰색이니 흰꽃이 피는데, 꽃잎이 뒤로 말리지 않습니다. 잎도 구골나무와 은목서의 중간쯤입니다. 구골나무는 잎에 날카로운 큰 가시가 있고 목서(은목서)는 잎이 밋밋하거나 상반부에만 미세한 톱니가 있다고 했는데, 구골목서는 톱니가 촘촘하고 대신 톱니 길이는 짧습니다. 잎 크기도 구골나무<구골목서<은목서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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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골목서를 남부지방에서 공원이나 아파트 조경할 때 많이 심은 모양입니다. 아파트 조경을 할 때 대전을 기준으로 이북엔 자작나무 등 추위에 강한 나무를, 이남엔 배롱나무와 목서 종류를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이 구골목서가 서울 등 중부권에까지 진출했습니다. 15일 아침 서울 마포구의 대단지 아파트 화단에서도 아래 사진처럼 구골목서가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대신 꽃이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풍성하지 않고 몇 송이 달리는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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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구골목서가 남부지방을 장악하고 수도권까지 진출하는데다, 요즘같이 꽃이 귀한 시기에 꽃이 피어 있으니 시선을 확 끌고, 더구나 향기가 강하니 호기심까지 생겨 꽃검색 순위에 오른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