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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의 남인도 여행기(28) - Kanyakumari, 인도 땅끝 도시

應觀 2017. 8. 28. 17:01


 

 박일선의 남인도 여행기(28) - Kanyakumari, 인도 땅끝 도시 

(elsonpark@gmail.com)(http://cafe.daum.net/elsonpark/) 

Map 4a.JPG

2005년 8월 2일, 화요일, Kanyakumari, NRS Lodge

 

(오늘의 경비 US $9: 숙박료 150, 점심 30, 저녁 22, 식품 40, Madurai 버스표 110, 인터넷 25, 환율 US $1 = 44 rupee)

 

어제 밤새 귀를 쩡쩡 울리던 버스 안 음악은 오늘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꺼졌다. 그러나 오늘 아침 7시가 되니 또 켜진다. 항상 소리가 지나치게 큰 것은 볼륨 조정이 안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서는 버스차장은 무슨 벼슬자리나 된 듯 승객을 마구 대한다. 꼭 군대에서 장교가 사병을 다루 듯 한다. 승객들은 그런 차장에게 고분고분하다. 좀 이상하다.

 

Kanyakumari 가는 길은 아주 좋았다. 고산지대인 Ooty에서 남인도 평원으로 내려와서는 버스가 속도를 낸다. 그러나 자주 서는 것을 보니 완행버스인 모양이다. 버스 좌석은 편한 편인데 잠은 제대로 못 잤다. 음악소리가 너무 큰 것도 한 이유였다.

 

Ooty에서는 날씨가 써늘했는데 평원으로 내려오니 더워진다. 그러나 Kanyakumari에 가까워지면서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서 다시 시원해졌다. Kanyakumari는 인도양, Bay of Bengal, Arabian Sea의 세 바다가 만나는 인도의 “땅끝”이다. 그래서 바람이 센 모양이다. 시원해서 좋다. 날씨도 개였다.

 

Ooty는 몬순이라는데 이곳은 아닌 것 같다. Ooty를 떠나오기 잘했다. Ooty가 아무리 좋은 곳이라고 해도 비가 오면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하고 길은 지저분하고 하루 밤을 묵었더라도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방안에서만 있었을 것이다.

 

내일은 남인도의 최대 힌두교 사원 도시 Madurai로 떠난다. Kanyakumari 구경은 오늘 바닷가 구경으로 그만이다. 인도의 땅끝에 와서 인도양, Bay of Bengal, Arabian Sea 세 바다를 보았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Kanyakumari에 도착하여 버스는 버스 터미널로 안 가고 시내 중심가로 가서 승객을 내려준다. 나는 버스 터미널에 가까운 TTDC Youth Hostel에 (하루 밤에 50 rupee) 묵으려고 해서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달라고 차장에게 얘기했더니 들은 척도 안 하고 무조건 내리란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차장이다.

 

할 수 없이 내렸는데 금방 숙박소 호객꾼들이 달려 붙는다. 바다 경치가 좋은 150 rupee 짜리 방이 있다며 가자고 하는데 바로 근처다. 이곳은 호텔은 많이 보이는데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주말에만 붐비는 곳인 모양이다. 호객꾼을 따라서 가보니 5층 방인데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좀 힘들지만 정말 바다 경치가 환상적이다. 넓고 밝고 깨끗하고 욕실도 딸려 있고 코너 방이라 베란다가 남쪽과 서쪽에 둘이나 있다.

 

그래서 들기로 하고 짐을 대강 풀고 20분 후에 등록을 하러 1층 리셉션으로 내려가니 나를 데리고 온 호객꾼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자 팁을 달란다. 팁 때문에 내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객꾼은 호텔로부터 커미션을 받을 텐데 팁은 무슨 팁, 안 주었다. 호객꾼은 할 일도 없는데 밑져야 본전 식으로 기다렸다 요구해 본 것이다.

 

목욕을 하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며칠째 목욕을 못했다. 기차 화장실에서 젖은 타월로 상체만 한 번 닦은 것이 전부였다. 긴 바지를 짧은 바지로 고쳐서 입고 샌들을 신고 나갔다.

 

이곳 볼거리는 대부분 호텔 근처에 있었다. 이 도시 최대의 힌두교 사원인 Kumari Amman Temple로 갔다. 구경꾼들은 모두 인도인들이다. 이곳은 외국 여행객들은 잘 안 오는 곳인지 외국 여행객은 한 사람도 안 보인다. 행상들이 귀찮게 군다. 사원에는 들어 갈 생각이 안 나서 (힌두교 사원 내부는 너무 우중충하다) 사원 바로 뒤에 있는 바닷가로 나갔다.

 

해변에서 약 200m 떨어진 조그만 섬 같은 곳에 힌두교 성인 Vivekenanda 기념관이 보이고 그 옆에 41m 높이의 거대한 석상이 있는데 기원전 31년에 태어난 남인도의 최고 시인 Thiruvalluvar의 석상 이란다. 인도의 “Statue of Liberty"란 별명이 붙은 석상이다. 그 시인의 책 Thirukkural은 60개 국어로 번역되었다는데 무슨 책인지 궁금하다.

 

바다 경치가 너무 좋다. 세 바다가 이곳에서 만난다는데 만나는 지점이 어딘지 분간이 안 간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다. 습기가 많을 텐데 바람이 세서 못 느끼겠다.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이곳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오정 때부터 오후 3시까지는 상점이 모두 문을 닫는다. 숙소에서 쉬다가 오후 4시쯤 다시 나가서 Vivekenanda Museum과 Gandhi Museum 구경을 해야겠다. 오늘 점심은 숙소 옆에 있는 음식점에서 인도 전통 음식 thali를 배불리 먹었다.

 

오늘 나를 보고 네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을 만났는데 남인도에 와서 벌써 두 번째다. 북인도에서는 일본 사람 아니면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데 이곳에서는 왜 네팔 사람이냐고 묻는지 모르겠다.

 

저녁 6시쯤에 산보를 나갔다. 그늘도 지고 바람도 시원할 정도로 적당하다. 간단히 노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계속 거리 행상들 덤벼든다. 오후에는 Vivekenanda Museum에 가려고 했는데 갈 기분이 안 나서 그만두었다. 사실 별 흥미가 없는 사람이다.

 

Vivekenanda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일종의 힌두교 pop star다. 신식 대학교육을 받아서 영어가 유창하고 미남인데 “Did you see god?” 하며 인도의 이름난 guru들을 찾아다니다가 “Yes” 하는 Ramakrishna라는 guru를 만나서 스승으로 삼고 수제자가 된 친구다. 그러나 자신은 끝내 god을 보지 못하고 실의에 찬 인생을 살다가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God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나 보았다는 사람이나 좀 비정상 아닌가? God을 보았다는 Ramakrishna는 어떤 인도 사람들은 힌두교 최고의 신 Vishnu의 환생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그는 1893년 시카고에서 세계 박람회의 일부로 열린 “세계 종교대회”에 초청도 받지 않고 자칭 힌두교 대표로 나타나서 대회 중에 최대의 스타가 되었다. 그가 인도에 돌아왔을 때는 언론의 힘으로 금의환향하는 영웅의 대우를 받았다. 20대 말의 무명의 젊은이가 갑자기 세계 힌두교 스타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도 국내와 국외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당시 최대의 힌두교 guru가 되었다. 한마디로 그는 힌두교를 구미 여러 나라에 처음 대대적으로 알린 사람이다. 

 

어제 버스에서 목감기로 좀 고생을 했다. 기차 에어컨 때문에 걸린 것 같다. 한동안 고생하겠구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오늘 거의 없어졌다. 여행하다가 아프면 고생이다. 몇 번 코감기와 설사는 있었는데 다행히 금방 없어졌다. 목감기는 처음인데 역시 쉽게 사라졌다. 다행이다.

 

내일 아침 9시 반에 떠나는 Madurai 행 버스표를 샀다. 오후 3시 반에 Madurai 도착인데 힌두 사원 한 곳만 보고 다음날 Rameswaram으로 떠날 생각이다. Madurai는 남인도에서 힌두교 사원으로 제일 유명한 곳이지만 이제 힌두교 사원을 보는 것은 지쳤다.

 

Kanyakumari는 마음에 드는 곳이다. 도시가 혼잡스럽지 않고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다. 방값도 싸고 음식점도 싸고 맛있는 곳이 많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 Ooty 보다 더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다. 거리에서 행상들이 따라붙는 것이 험이지만 견딜 만하다. 시간이 있었더라면 3, 4일 쉬어가도 좋을 곳이다.

 

넓고 넓은 남인도 평원의 논

 

인도의 “땅끝” 도시 Kanyakumari 가는 길

 

간판으로 덮인 원통 건물

 

숙소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Kanyakumari 시내 풍경

 

여러 가지 색깔의 어선들

 

Kanyakumari는 남쪽엔 인도양

 

서쪽엔 Arabian Sea

 

동쪽엔 Bay of Bengal이 만나는 곳이다

 

바람이 센 해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조그만 섬에 Vivekenanda Museum이 있고

 

그 오른 쪽에 남인도의 최고 시인 Thiruvalluvar의 석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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