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8일, 화요일, Kerala 버스
(오늘의 경비 US $1: 인터넷 30, 환율 US $1 = 44 rupee)
Mysore 숙소에서 오후 5시까지 쉬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인터넷을 한 시간 반 동안 한 다음에 버스 터미널로 나갔다. 밤 7시 15분에 Kerala 주의 Ernakulam이라는 도시로 떠나는 버스인데 8시나 되어서야 떠났다. 좀 편한 버스인줄 알았는데 에어컨도 없는 불편한 버스다. 차장도 아주 불친절하다. 버스에 오르는데 차장이 짐을 뒤로 가지고 가란다. 버스 안 제일 뒷자리에 놓으라는 것인지 버스 뒤쪽에 짐 싣는 곳이 있다는 것인지 확실치 않아서 버스 뒤쪽으로 가보니 있어야 할 짐 실어주는 사람이 없다. 결국 버스 뒤쪽에 있는 짐칸에 실었지만 너무 애를 먹였다.
인도 버스는 남미 버스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 버스 질, 서비스, 버스 터미널 설비 등 모두 떨어진다. 누가 인도를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는 나라라고 했나. 내 눈엔 그렇게 안 보인다. 통계로 봐서 그렇다면 통계가 엉터리거나 통계 해석에 오류가 있을 것 같다.
2005년 3월 9일, 수요일, Amma the Hugging Mother Ashram
(오늘의 경비 U $13: 숙박료 150, 아침 20, 점심 45, 식수 12, 버스 51, 배 300, 환율 US $1 = 44 rupee)
어제 밤 버스 안에서 잠을 잘 못 잤다. 도로가 나빴는지 버스 요동이 너무 심했다. 이럴 때 "bumpy ride"라는 영어 표현이 딱 맞다. 손님을 내리고 태우는지 서기도 수없이 했다. 버스표 조사를 몇 번씩 철저히 한다. 차장이 했는데도 나중에 버스회사 주인인지 직원인지 다른 사람이 한다. 차장이 50대로 보이는 사람인데 회사에서 믿지 못하는 모양인가?
아침 6시에 어느 도시에 도착해서 어딘가 하고 물어보니 내 버스표의 종착역인 Ernaculam이란다. 그리고 버스는 Alappuzha, Kollam, Trivandrum까지 계속해서 간단다. 원래 계획은 Ernaculam에 내려서 근처에 있는 옛 포르투갈 도시 Kochin 구경을 하고 내일 Alappuzha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Kochin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이른 시간이라 버스에서 내리기 싫어진 것일까? 내리면 고생만 될 것 같고 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호텔들은 24시간 체크아웃 제도라 내일 아침 6시에 호텔에서 나와야하는 것도 싫다. 옛 포르투갈 도시는 작년 브라질 여행할 때 많이 봤고 얼마 전에 묵었던 Goa에서도 봤으니 꼭 보지 않아도 된다. (추신. 지금 생각하면 Kochin을 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그래서 Ernaculam에서 내리지 않고 한 시간 더 가서 Alappuzha에서 내렸다. 오전 7시 반 정도라 날도 밝았고 버스 터미널 길 건너 "Backwater" 가에 있는 간이식당에 들어가서 아침을 들었다. Kerala 주의 Backwater는 인도양 해변을 따라서 나있는 운하 같은 수로인데 Kerala 주에서는 제일 인기 있는 볼거리란다. 간이식당에서 20 rupee에 커피와 처음 보는 인도 빵 3개를 사먹었는데 충분히 요기가 되었다.
아침을 먹는 동안 한 늙은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침을 끝내고 Backwater 관광배가 떠나는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니 따라온다. 왜 따라오느냐고 가라고 하기도 뭣해서 그냥 따라오게 내버려두었더니 선착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거리에서 선착장에 있는 매표소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배표를 사는 곳이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혹시나 소개비를 받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닐까 했더니 달라는 말이 없다. 어쩌면 나중에 매표소에서 받았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냥 외국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도 그런 식으로 당해서 그런 따듯한 생각은 안 든다.
배표를 사고 오전 9시에 배에 올랐는데 벌써 인도 사람들 대여섯 명이 배 안에 앉아 있었다. 10시쯤 되니 외국 여행객들이 몰려오고 배가 떠나는 시간인 10시 반에는 배가 만원이 된다. 배가 떠나서 오후 3시경에 Amma the Hugging Mother Ashram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 반 동안 Backwater 수로를 항해했다.
항해하는 동안 보이는 경치는 작년에 갔던 남미 아마존 강 지류를 가는 것과 비슷했다. 수로 양쪽으로는 야자수가 무성한 농촌 풍경이다. 산은 전혀 안 보인다. 집들이 수로에 가까이 있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이 잘 보인다. 수로에서 빨래를 하는 여자들,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애들, 낚시를 하는 노인들, 수로 뚝 길을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는 할머니들, 가축 등,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수로에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다니는데 관광선 외에도 벽돌, 모래, 기와 같은 건축 자재를 실어 나르는 배들도 보인다. 고급 house boat들도 자주 보이는데 가격을 알아보니 2인용 침실이 있는 배를 24시간 빌리는데 $110이란다. 세끼 식사가 포함된다니 둘이나 넷이 같이 타면 아주 좋은 비싸지 않은 여행이 될 것이다. 어쩌면 좀 깎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럴 때 나처럼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은 괴롭다. 하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가끔 운 좋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만나서 경비를 나눌 수 있다.
중간에 갑문을 한번 통과했는데 갑문 한쪽은 Backwater 수로의 담수고 다른 쪽은 바닷물이란다. 갑문을 통과하는데 10분 정도 걸렸다. 갑문을 사람 힘으로 열고 닫는다. (추신. 지금 생각하니 어떻게 사람 힘으로 열고 닫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동물의 힘을 빌렸나?)
갑문 근처에는 어린애들 5, 6명이 있었는데 배에 탄 한 여자 여행객이 미리 준비한 것 같은 연필을 어린애들에게 던져준다. 연필을 못 받은 애들인지 몇 명은 나중에 다른 여행객들에게 연필을 달라고 한다. 이렇게 연필을 주는 것이 좋은 일일까, 아닐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Lonely Planet에는 주지 말라고 나와 있다.
오후 1시 반쯤 어느 음식점에 내려서 점심을 먹었다. 미리 준비한 것인지 단 20분 만에 식사를 뚝딱 끝냈다. 45 rupee 짜리 thali 점심인데 먹든 중 제일 맛있는 thali이었다. 널찍한 야자수 잎에 thali를 따라주는데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먹고 외국인들은 스푼으로 먹는다. 한번 주는 양이 좀 적어서 또 한 번 달래서 먹었다. 음, 맛있어라!
식사가 끝나고 다시 배에 올라서 떠났는데 Backwater 수로가 큰 호수처럼 변하면서부터는 별로 볼 것이 없어진다. 좀 심심해져서 그 동안 읽고 있던 "A Fine Balance" 책을 꺼내서 읽으려하니 내 뒷자리에 앉았던 네덜란드 여자 여행객이 자기도 읽었다며 좋은 책이라고 한다.
한참 가다가 "Cantilevered Chinese Fishing Nets"라 불리는 어망 떼가 보인다. 중국에서 유래한 고기잡이 방식이라는데 어떻게 이곳까지 옮겨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망 떼 근처에는 조그만 오두막집들도 보이는데 사람이 그 안에서 지키면서 고기를 잡는 것 같은데 지금은 철이 아니라 그런지 모두 비어있다.
조금 더 가니 멀리 정면으로 한국의 고층 아파트 같이 생긴 건물 (15층 정도) 여러 채가 보인다.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그 동안 동양화 한 폭 같이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였는데 이 건물들이 그런 경치를 망친다. 이 시골에 왜 이런 고층 건물이 있나했더니 여기가 바로 Amma the Hugging Mother Ashram이다. 정식 명칭은 Matha Amrithanan-Damayi Mission이란다. Ashram은 힌두교 수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 밤 버스에서 지치지 않았더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쳐서 계속 갔을 텐데 너무 피곤하고 오후 6시에 Kollam에 도착하면 호텔을 찾느라고 또 애를 써야하는 것이 싫어서 이곳에서 하루 밤 자고 가기로 하고 배에서 내렸다. 나 외에도 외국 여행객 6, 7명도 내렸다. Ashrarm 안으로 들어가니 대학 캠퍼스 같은 분위기이고 젊은이들이 우글거리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배에서 내린 외국 여행객들을 따라서 "International office"로 갔다. 외국 여행자들은 우선 이곳으로 가야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반은 젊은 외국인들인데 전부 흰 파자마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도대체 이 수많은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문선명의 통일교 생각이 났다. 기분이 찜찜했다. 외국인 직원이 나에게 방을 배정하면서 여권을 맡는다. 돈을 안내고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인데 사무실이 하도 복잡해서 정신이 없어서 여권을 맡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 나중에 보니 여권이 없어서 사무실에 놓고 나왔나 하고 사무실에 돌아가서 물어보니 자기네들이 맡고 있단다. 맡으면 맡는다고 얘기를 할 것이지 말도 안 하고 맡다니, 기분이 안 좋았다.
물어 물어서 14층에 있는 내 방을 찾아갔다. 호텔처럼 복도 양쪽으로 방이 있는데 한쪽은 바로 앞이 인도양 바다이고 반대쪽은 Backwater 수로와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야자수 숲이다. 야자수 숲 안으로는 마을이 간간이 보인다. 내 방이 있는 빌딩은 전체가 기숙사인 것 같았다. 방안에 들어가니 3인용 방인데 한 명이 벌써 들어 있다. 내 방 경치는 바다 경치가 아니고 수로 쪽 경치라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기가 막힌 경치다. 어쩌면 단순한 바다 경치보다 더 좋을지도 모른다. 10평정도의 방인데 침대 대신 매트리스가 3개 있고 욕실 안에는 빨래를 하는 세척대도 있다. 별로 오래되지 않은 건물 같은데 싸구려 건축에 유지보수를 제대로 안 했는지 많이 헐어있다.
다른 건물에 가서 잠자리를 위한 시트와 베개 커버를 얻어왔다. 장기체류자가 대부분인 듯 500 rupee 예치금을 요구하는데 하루 밤만 잔다고 하니 내일 꼭 반납하라고 하면서 그냥 가지고 가란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도 외국인 청년이었다. 일본 여자 한 명이 일어로 반갑게 인사를 청한다. 나도 일어로 "간꼬구진 데스다" 했더니 (몇 마디 하는 일어다) 영어로 한국사람 한 명이 이곳에 수도를 하고 있단다. 이 여자도 흰 파자마 차림이었다. 파자마 차림의 외국인들은 좀 이상한 사람들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여자와도 별로 얘기를 더 나누고 싶지 않았다.
시트와 베개 커버를 받아 가지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승강기가 너무 느리다. 14층을 오르는데 10분은 걸린 것 같다. 승강기 입구에서 경비원 같은 사람이 International Office에서 체크인 할 때 받은 카드를 매번 체크한다. 방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매트리스에 시트를 깔고 누우니 피곤이 풀리는 것 같다.
한잠 푹 자고 오후 8시경 방 값에 포함되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넓은 강당 같은 곳에서 저녁을 주는데 사람들 수백 명이 우글거린다. 꼭 군대 같다. 그릇 하나씩 가지고 줄에 서서 밥을 받아먹는데 멀건 쌀죽에다 콩 볶은 것 같은 것을 조금 얹어준다. 저녁이라 간단한 것인가? 세끼 모두 이렇게 준다면 한 달만 있으면 영양실조에 걸리겠다. 형무소 식사도 이것보다 낫겠다.
이곳의 주인공 52세의 여자 Amma는 이런 식사는 안 먹는지 씨암탉처럼 (좀 속된 표현이지만) 통통하다. 인도의 높은 사람들, 정치인, 기업인, 경찰, 군인 등은 모두 뚱뚱하고 서민은 모두 홀쭉하다. 북한과 마찬가지다. 그것만 봐도 인도나 북한이 잘 못된 사회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중남미 나라들도 그런 편이다. 잘사는 나라들은 그 반대다. 예를 들면 미국에는 잘 사는 사람들은 잘 먹어도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 날씬한 사람들이 많고 못사는 사람들은 무절제하게 많이 먹고 운동은 안 해서 뚱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부 강당 바닥에 앉아서 먹는다. 강당에 식탁이나 의자는 없다. 모두 맨손으로 먹는다. 극히 소수의 외국인들만 자기가 가지고 온 스푼으로 먹는다. 나는 스푼이 없어서 인도 사람들처럼 맨손으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죽 같은 음식을 맨손으로 먹자니 쉽지 않았다. 밖에는 마을 사람들 같이 보이는 사람들 수백 명이 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마 무료로 먹는 사람들인데 돈 내고 먹는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다 먹은 사람들은 강당 밖에 있는 수도에 가서 그릇을 물로 헹구어서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비위생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옛날 군대에 있을 때는 수도는커녕 모두들 넣는 물통에 잠깐 넣었다가 꺼내서 수건으로 닦았다. 그러나 항상 내 그릇만 사용했으니 기분적으로는 좀 나았다고 할까?
저녁때 한 방에 묵는 30세의 이스라엘 청년과 얘기를 나누었다. 이 청년은 인도에 처음 왔을 때는 관광으로 왔는데 이제는 수도하러 온단다. 그리고 이제는 외국은 인도 외에는 아무 데도 안 간단다. 인도에서 수많은 Ashram에 가봤지만 만족을 못하고 있다가 이곳을 찾게 되었고 이곳은 대 만족이란다.
Ashram의 주인공 Amma에 완전히 빠진 친구다. Amma는 19세기의 힌두교 성자 Ramakrishna의 reincarnation, 즉 환생이라고 한다. Ramakrishna는 힌두교 최고의 신 Vishnu의 환생이라니 Amma 역시 Vishnu의 환생인 셈이다. 힌두교에는 세 명의 신, 즉 우주를 창조하는 신, 우주를 파괴하는 신, 우주를 운영하는 신이 있는데 Vishnu는 우주를 운영하는 신이다. 우주가 특별히 어지러울 때는 Vishnu가 이 세상에 내려와서 인간으로 환생해서 세상의 어지러움을 해결한다고 한다. 때로는 인간이 아니고 동물로도 환생한다는데 동물이 되어서 어떻게 세상의 어지러움을 해결하나. 힌두교에서는 불교의 부처님도 Vishnu의 환생으로 친다. Amma는 한마디로 살아있는 신인 것이다. 이 여자의 Ashram 지부가 전 세계적으로 20여 국에 있단다. Amma는 미혼인데 20세부터 30년간 지금 하고 있는 소위 "guru"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Vishnu의 환생이라는 부처님도 Ramakrishna도 Amma도 세상의 어지러움을 해결한 것 같지는 않다.
이스라엘 친구도 역시 흰색 파자마 차림이다. 이곳에 여러 번 왔었고 지금도 한 달 째 묵고 있는데 Amma 앞 땅바닥에 앉아서 Amma의 발을 만지는 것을 최대 영광으로 알 정도로 빠져있다. Amma를 정말 살아있는 신으로 믿는 것이다. 이곳에서 수도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 자원봉사 일을 하는데 이곳에도 최근에 일어난 쑤나미 피해가 있어서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치는 일을 돕고 있단다. 이스라엘 사람이면 모두 유태교인 인줄 알았는데 이 청년은 유태교인이 아닌가? 유태교인이면서 동시에 Amma를 살아있는 신으로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세상은 요지경이다.
Kerala 주의 최고 볼거리 Backwater 수로
수로 변으로 그림 같은 집들이 많이 보인다
수상 호텔 역할을 하는 호화 유람선이다
수로 변에는 사람 사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
목욕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