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4일, 금요일, Mysore, Hotel Maurya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140, 점심 23, 버스 130, 릭샤 10, 인터넷 30, 환율 US $1 = 44 rupee)
아침 8시 반부터 11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인터넷 카페에서 사진을 한국에 보내는 작업을 하고도 사진을 못 보냈다. Hotmail로 사진을 올리는 작업을 하는 중에 갑자기 Hotmail이 안 된다. 컴퓨터 문제인지 인터넷 문제인지 알 수 없다. 한 장도 못 보내고 포기하고 말았다.
Bangalore에 해금강이란 한국음식점이 있다. 제일 번화가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인이 한국 사람일 텐데 어떻게 이곳에 와서 음식점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호텔로 돌아와서 점심식사를 했다. 그럴듯한 thali가 불과 23 rupee였다. 방 값은 560 rupee인데 점심은 23 rupee라니 너무 싸다. 아니 방값이 너무 비싸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인도 사람들은 음식을 손으로 잘도 먹는다. 쇠 쟁반에 쇠 종지에 든 반찬이 대여섯 나오고 좀 큰 쇠 그릇에 밥이 나오고 인도 빵도 두 가지 나온다. 오늘 인도 사람들이 음식 먹는 것을 보니 반찬 종지를 쟁반에서 다 꺼내서 식탁 위에 놓고 쇠 쟁반에는 밥을 부어놓고 거기다 thali 반찬을 부어서 밥과 비벼놓고 손으로 먹는다. 빵은 손으로 잘라가면서 찌개 같은 thali 국물을 찍어 먹는다. 나도 그렇게 먹는 법을 배워야겠다.
오후 1시쯤 Bangalore 호텔을 나와서 버스 터미널로 가는데 또 애를 먹었다. 릭샤를 탔는데 릭샤 기사가 쇼핑을 가자고 하면서 이상한 길로 가려고 해서 정지시켜서 내리고 다른 릭샤를 탔다. 이번에는 딴소리 안하고 제대로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준다. 짐을 놓고 내리지 말라는 주의까지 주어서 릭샤 기사 얼굴을 보니 릭샤 운전사 인상이 좋다. 앞으로 릭샤를 탈 때는 기사 인상을 미리 체크해야겠다. 항상 맞는 것은 아닐 테지만 인상이 좋으면 덜 애를 먹일 것 같다. 버스 터미널에서 나올 때 따라붙는 릭샤 기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외국 사람들만 전문으로 노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들러붙으면 릭샤를 안 타고 걸어간다고 떼어버리고 길가로 나가서 지나가는 릭샤를 잡아서 타거나 줄을 지어서 기다리고 있는 릭샤 중에서 제일 앞에 있는 릭샤에 타는 것이 좋다.
오늘 인도 와서 처음으로 고급 에어컨 버스를 탔다. 그런데 비싸다. Mysore까지 3시간 가는데 130 rupee다. 그러나 제일 뒷자리에 들어 누워서 낮잠을 자면서 편하게 왔다. Mysore는 인구 80만의 도시인데 Bangalore 비슷한 전원도시인데 Bangalore보다 덜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지독한 관광도시다. 버스 터미널에서 호텔까지 가는 동안에 릭샤 기사와 호객꾼 7, 8명이 들러붙어서 따돌리느라고 애를 먹었다. 인도 같은 후진국에서 Mysore 같은 관광도시에서 배낭여행을 하자면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일이다.
저녁 7시경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 주위는 큰 상점가고 근처에는 시장도 있다. 상점들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사람들이 들끓었다. 재미있는 곳이다. 중국 음식을 한다고 써 붙여놓은 음식점에 들어가서 국수를 시켜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tandoori roti를 하나 시켜서 먹었는데 roti는 항상 맛이 좋다. 밀가루로 만든 얇은 빵인데 진흙 화덕에 굽는다. 호텔도 싸고 호텔 주위도 재미있고 며칠 잘 보낼 만하다. Shanghai라는 중국 음식점이 호텔이 있는 길에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다. 한번 알아봐야겠다.
2005년 3월 5일, 토요일, Mysore, Hotel Maurya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140, 점심 33, 식료품 30, 인터넷 60, 입장료 20, 책 325, 환율 US $1 = 44 rupee)
지금 오후 8시쯤인데 어디선가 영화에서 들었던 회교 주문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린다. 하루에 다섯 번 한다는 회교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틀림없다. Mysore는 힌두교 왕국의 수도였는데 회교도들도 살고 있는가보다. 오늘도 검은색 옷으로 온몸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 여자들을 보았다. 40도가 넘는 더운 날씨인데 얼마나 더울까? 습관이 되어서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덥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 오후에 인터넷 카페에 가서 사진 50여장을 한국으로 보냈다. 내 여행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서 보낸 것이다. Mumbai에 도착해서 2장을 보낸 다음 한달 만에 다시 보내는 것이다. 이곳 인터넷은 거의 한국이나 미국만큼 빠르다. 아마 인도 IT 산업의 중심지 Bangalore가 가까워서 그런 모양이다. 요금도 한 시간에 20 rupee면 제대로 되지도 않는데 60 rupee와 40 rupee를 받는 Hampi와 Goa에 비하면 아주 싼 편이다.
오전에 Mysore의 최고 볼거리인 Mysore 왕궁 구경을 했다. Mysore는 거의 600년 동안 Kingdom of Mysore의 (1399-1497) 수도였다. 왕궁은 거대한 규모인데 가까이 가서 보니 별로 고급스럽게 지은 건물은 아니다. 1912년에 4백만 달러를 들여서 지었다는데 남미에서 본 궁전이나 대형 저택들보다 건축 재료가 싸구려 같다. 지금까지 내가 본 궁전들 중에 규모는 중국 북경의 자금성이 최대이고 화려함은 Mexico City에 있는 Castillo de Chapultepec 궁전이 최고다. 유럽 궁전들은 아직 못 봤다.
궁전 안에 카메라를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맨발로 가게 한다. 궁궐 보호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좀 지나친 것은 아닌지. 아직도 궁전 한쪽에는 왕족 후손들이 사는 것 같다. 맨발로 걸어보니 기분은 좋다. 이곳 사람들은 더운 기후 때문에 옷을 간단히 입고 맨발로 살았는데 서구문명이 들어오면서 옷을 많이 입고 신발을 신게 되었는데 제일 불편한 것이 신발을 신는 것이란다.
이곳 젊은 여자들은 아주 조그만 꽃을 실로 꼬아서 만든 조그만 화환을 (하와이의 lei 화환 같은데 아주 소형이다) 뒷머리에 얹고 다니는데 가까이 가면 향기가 진동한다. 꼭 향수 냄새인데 자연스러운 향기라 향수보다 훨씬 더 좋게 생각이 된다. 거리를 걸어가면 계속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택시를 타라, 릭샤를 타라, 물건을 사라, 하면서 괴롭힌다. 가난하면 체면이고 예절이고 상식이고 다 없어지는 모양이다.
영화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폭력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주로 쌍권총이나 피가 흐르는 칼이나 도끼를 휘두르는 장면인데 인도에 얼마나 분노에 차있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 같이 생각되는데 나의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키스신은 아직도 허용이 안 된다는데 폭력 신은 제한이 없는 모양이다. 미국은 키스신은 문제없지만 피가 흐르는 칼이나 도끼는 안 된다. 상품 광고도 폭력을 주제로 한 것이 많이 보이는데 이 나라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나라다.
그 동안 읽던 Gandhi 자서전을 끝냈다. 뒷부분은 재미가 없어서 대충 읽었다. 다시 한 번 정독할 생각이지만 Gandhi를 재평가하게 된다. 옛날에 Gandhi를 잘 몰랐을 때보다 덜 좋게 평가가 된다. 중국의 모택동처럼 말이다. Gandhi는 인도와 영국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Gandhi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생긴 사람이다. 인도가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식민지였다면 생기지 않았을 사람이다. 중국 공산당은 얼마 전에 모택동은 70% 성공하고 30% 실패한 사람이라고 정리했다. Gandhi 자서전을 읽고 내가 느낀 것은 Gandhi는 70% 실패하고 30%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100% 실패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Gandhi가 이룩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인도의 독립은 Gandhi가 없었더라도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Gandhi 때문에 더 빨리 되었다고도 볼 수도 없다. 단 한 가지, Gandhi가 없었더라면 인도가 한 나라가 아니고 10여개의 다른 나라로 갈라져서 독립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랬더라면 인도는 더 잘 살고 평화로운 곳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Gandhi는 인도를 잘 살게 만들지도 못했고 더 좋은 나라로 만들지도 못했다. Gandhi는 인도 사람들에게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존경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인도의 Gandhi보다는 4천여 년의 보리 고개를 없앤 한국의 박정희가 훨씬 더 위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추신: 오늘 325 rupee 짜리 책을 샀는데 무슨 책을 샀는지 기록이 없다. 인도 책으로는 너무 비싼 가격이다.)
Mysore 시내 풍경
차들이 제법 많다, 교통경찰도 보인다
Mysore 왕궁 입구
1912년에 4백만 달러를 들여서 세운 Kingdom of Mysore의 (1399-1947) 왕궁이다
유럽 왕궁에 인도 건축양식을 접목시켰다 한다
왕궁 관광을 나온 여자들, 뒤쪽으로 힌두교 사원이 보인다
왕궁 정원에는 장미꽃이 가득하다
Mysore 왕국은 1399년부터 1947년까지 존재했으니 한국의 이씨조선 시대와 비슷하다
Kingdom of Mysore는 힌두교 왕국이었다
힌두교 신에게 마치는 꽃바구니를 파는 여인
힌두교 신 조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여자 관광객들
구걸을 하고 있는 남자의 인상이 험상궂어 보인다
주차장을 어슬렁거리는 소
조그만 공터에는 항상 마른 쓰레기가 널려있다
왕궁 앞 로터리 한 가운데 있는 석상은 Mysore의 마지막 왕일까?
구미식 시계탑이 보인다
처음 보는 과일인데 열대 과일인 모양이다
얇은 구리로 만든 물통이 아직도 많이 사용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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