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
아버님의 한 달 전쯤부터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셨어요.
놀러 가시는 것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웃으면서 다녀올게 하시며 매일 나가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래층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이 집 할아버지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며칠 전부터 저 먹으라고 사 오신 과일과 간식들이
아버님께서 어떻게 가져오신 것이지...
아들 집에 살면서 돈 한 푼 못 버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수거하시며 돈을 벌었던거죠.
저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리저리 찾으러 돌아다녀도 안 보이시고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친정 아버지도 평생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아버님께서도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실 거 같아
정말 두렵고 죄송한 마음에
한참을 펑펑 울고 또 울었습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말하니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이 찾으러 나간 지
한 시간쯤 남편과 아버님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오시면서도 제 눈치를 보시고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시더군요.
주책 맞게 눈물이 쏟아졌지만,
아버님이 더 미안해 하실까봐 꾹 참았어요.
그리고 아버님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손은 꺼칠하셨고,
어깨는 꽉 잡으면 부서질것처럼 많이 야위어 있으셨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저희 친정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정말 잘 모실 거에요.
두 번 다시 밖에 나가서 힘들게 일 안 하시게
허리띠 졸라매고 알뜰하게도 살게요.
사랑합니다 아버님...
제 곁으로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내 부모님과 당신 부모님,
그렇게 선을 그어 놓고 살고 있진 않나요?
때론 섭섭하게 할 때도 있고, 마음을 몰라 주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 부모님이 아닌 내 부모님이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벌어졌던 마음에 거리가 훨씬 가깝게 느껴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