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여행기 (3) - Bishkek
키르기스스탄 여행기 (3) - Bishkek |
여행지도
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
2006년 8월 2일, 수요일, Bishkek, International School of Management & Business Hotel
(오늘의 경비 US$88: 숙박료 450, 택시 130, 130, 비자 US$60, 50, 점심 320, 인터넷 50, 환율 US$1= 40 som)
오늘 타지키스탄 비자를 쉽게 냈다. 인상 좋은 타지키스탄 영사가 아주 친절하게 대해준다. 10분 만에 신청이 끝나고 이틀 후인 금요일 아침 9시에 와서 찾아가란다. 금요일 아침에 Karakol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면서 찾으면 된다. 비자 신청은 쉬었지만 영사관 찾는 것은 힘들었다. Lonely Planet에 있는 Bishkek 지도에 타지키스탄 영사관으로 표시된 곳은 숙소에서 멀리 않은 곳이어서 걸어서 가보니 영사관이 없다. 근처를 뱅뱅 돌면서 물어도 보고하며 찾았지만 없다. 결국 택시운전사의 도움을 받아서 찾았는데 시외에 있었다.
타지키스탄 비자는 쉽게 해결되었으나 소위 GBAO permit은 아직 해결이 안 되었다. GBAO는 타지키스탄의 일부 지역을 칭하는 말인데 독립국처럼 유지되는 이상한 곳이다. 타지키스탄 사람들도 GBAO지역을 여행하려면 GBAO 정부로부터 여행허가증을 받아야한다. 내가 GBAO 지역에 가려는 이유는 그곳에 있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고원과 (Pamir)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이 지나가는 Wakan Valley라는 곳을 가보고 싶어서다. GBAO permit은 타지키스탄 영사관에서는 얻을 수가 없고 GBAO 정부의 인가를 받은 여행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단다. 지금 한 여행사를 통해서 이메일로 신청을 하려하는데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이 나라의 수도인 Bishkek은 중앙아시아에서 최고의 전원도시란다. 시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 같다. 그래서 보기는 좋은데 더울 때 걸어 다니기는 안 좋다. 건물들이 너무 뚝뚝 떨어져서 건물 하나를 지나가는데도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린다. 소련 시절 지은 거물들은 쓸데없이 크기만 하고 대지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건물에 들어가 보면 내부는 텅텅 비어있는 것 같고 정작 사용하는 공간은 많지 않다. 소위 소련 식 gigantism의 (거대주의?) 표현인 것 같다. 자기네 국민을 위압하고 자기네 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과시용으로 지은 건물들이다. 그러나 실속은 없는 것이다. 거대하고 화려한 중앙아시아 나라의 대통령 궁전들은 (예를 들면 투르크메니스탄) 대영제국 수상관저 Downing Street 10번지 건물은 너무나 초라하다.
Bishkek에는 금발과 벽안의 백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러시아인들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살던 러시아인들은 지난 15년 동안에 대부분 러시아로 이민을 갔는데 근래에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한다. 이런 현상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공통되는 것이란다. 중앙아시아에 러시아인들이 정착한 시기는 미국 서부에 백인들이 정착한 시기와 비슷하다. 미국의 백인들은 미국 서부의 땅을 완전히 자기네 땅으로 만들었지만 러시아인들의 처지는 다르다. 중앙아시아의 러시아인들은 옛날에는 지배계급이었지만 지금은 정치세력은 물론이고 경제세력도 중앙아시아 사람들에게 뺐기고 아직도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조금 남아있는 러시아인들도 멀지 않은 장래에 러시아의 경제가 나아지면서 모두 러시아로 갈 것이 틀림없다.
키르기스스탄 한 가운데 한국의 태백산맥처럼 4,000m급의 거대한 산맥이 지나가면서 이 나라를 남북으로 양분하고 있다. 이 산맥을 지나가는 길은 내가 어제 지나온 길 딱 하나뿐인데 겨울에는 눈으로 막혀서 몇 달 동안은 남북이 완전히 (항공편은 있지만) 차단된단다. 산맥으로 갈라진 이 나라 남북은 다른 것이 많다. Bishkek이 있는 북쪽에는 러시아 계 백인들이 많이 보이고 Osh가 있는 남쪽에는 동양인 모습의 키르기스 족 사람들이 많다. 차도 북쪽에는 유럽 차와 일본차들이 많이 보이는데 남쪽에는 대우차들이 많이 보인다. 남쪽은 대우차 공장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Fergana Valley가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심때 시내에 있는 중국음식점이 중국 사람이 하는 정통 중국음식점 같아서 들어갔더니 물어보지도 않고 한국말로 된 메뉴를 내놓는다. 이유인 즉은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 한국인이기 때문이란다. 자장면도 보여서 자장면과 돼지고기 볶음을 시켰는데 웨이트리스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이 웨이트리스 머리가 나쁘다.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알아서 가져오지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근처 테이블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반가워서 그 테이블로 다가가니 젊은 한국 사람들 세 식구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린애들도 데리고 왔다. 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주문을 마쳤는데 웨이트리스가 다시 오더니 자장면은 되는데 국수는 안 된다다. 그러면서 자장면과 볶음밥을 시키란다. 웨이트리스가 자장면과 볶음밥은 한국말로 한다. 국수가 없는데 자장면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다시 한국 사람들에게 가서 물어보니 이곳에서는 자장과 면을 따로 시킨단다. 그러니 메뉴에 나온 자장면은 자장 만이고 면이나 밥은 따로 시켜야한다는 것이다. 볶음밥 대신 맨밥을 시켰다. 자장면 하나 시키는데 되게 복잡하다. 한참 있다가 음식이 나오는데 보니까 돼지고기 볶음은 삼겹살 볶음이다. 먹어보니 삼겹살 볶음도 아니고 미국의 베이컨 볶음 같다. 삼겹살이 소금에 절인 삼겹살이다. 맛은 최고인데 너무 짜다. 자장은 2인분도 더된다. 웨이트리스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했었는데 바로 그 질문이었던 것 같다. 다 시키면 너무 많으니 반만 시키라고 한 것 같은데 내가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다. 알아서 반만 시켜줄 것이지. 나중에 한국 사람들이 나에게 얘기한다. 반만 시켜도 되었을 것이라고. 왜 미리 그렇게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슬그머니 화가 난다. 이곳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 같은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조금도 친절하게 대하려는 눈치가 아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 그것도 이 나라 같은 오지에서 동포가 만나면 반가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사람들은 꼭 서울 어느 음식점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대한다. 내가 말을 시키니까 마지못해 하는 식이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고 더 이상 말할 태도가 아니다. 어제 택시를 같이 타고 온 이 나라 젊은이들도 헤어질 땐 제법 섭섭해 했는데 그들만도 못하다. 음식은 아주 맛이 있었는데 기분 나쁜 사람들을 만나서 기분을 잡쳤다. Bishkek은 중앙아시아에서 제일의 전원도시란다
“White House"라고 불리는 국회의사당 분수가 아름답다
모든 것이 큼직하고 널찍하다
Bishkek은 러시아 계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다 내가 묵었던 호텔, 대학 건물 안에 있는데 방학 중인 듯 교정이 조용했다 2006년 8월 3일, 목요일, Bishkek, International School of Management & Business Hotel
(오늘의 경비 US$22: 숙박료 450, 인터넷 20, 17, 점심 220, 식료품 135, 18, 환율 US$1= 40 som)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나갔다. 어제 중국음식점에서 너무나 많이 먹어서 점심때까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오전에 GBAO permit 문제를 해결했다. 중앙아시아 전문 인터넷 여행사인 Stan Tours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는데 Bishkek에 Stan Tours와 제휴하는 Celestial Mountains 여행사에서 신청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내일 아침 타지키스탄 비자를 받은 다음에 Celestial Mountains 여행사에 다시 와서 내 여권과 타지키스탄 비자 사본을 팩스로 Stan Tours에 보내면 된다. 10일내지 14만에 이메일로 permit 사본이 나에게 오고 원본은 GBAO의 수도인 Khorog에 가서 찾도록 되어있다. Khorog에 갈 때까지 사본을 가지고도 GBAO를 여행할 수 있는 모양이다. 아니라면 곤란하다.
GBAO permit을 해결하고 영어로 된 키르기스스탄에 관한 책을 사러 책방에 가보니 Lonely Planet에 소개된 여러 가지 책 중에 딱 한 권 Manas라는 책이 있었다. Manas는 이 나라의 역사 얘기를 시 형태로 된 책인데 원래 구설로 전해 내려오던 것을 근래에 책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책이 두껍고 조금 읽어보니 재미가 없고 이해를 할 것 같지 않아서 사지 않았다.
오늘도 어제 갔던 중국음식점에 가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오늘은 국수가 있어서 정식 자장면을 먹었는데 수타국수였다. 옆 테이블에는 한국에서 MBC 드라마 제작 때문에 왔다는 세 사람이 자장면을 먹고 있었는데 하나를 시켜서 셋이서 나누어서 먹고 있었다. 요리를 다 먹고 마지막으로 자장면을 시켜서 먹는 식이다.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나는 어제 하나를 시켰더니 너무나 많아서 반도 못 먹었다. 그래서 오늘은 반만 시켜서 먹었는데 한국의 곱빼기보다도 더 양이 많았다.
내일은 Bishkek을 떠나서 Lake Issyk-Kul의 첫 도시 Cholpon-Ata로 간다.
Panfilov 공원에서 아침 정구를 즐기는 사람들, 이 나라 대표선수 급 선수들 같다
Bishkek 최고 상점인 “Turkish Store"
한국 자장면보다도 더 맛있는 자장면을 이틀 째 사먹은 Panfilov 공원 근처에 있는 중국음식점 길목마다 시원한 음료수를 파는 노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