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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소풍

應觀 2013. 7. 11. 07:50

 

 

비오는 날의 소풍


	분당구 운중동 카페랄로. 2층 창가에 앉으면 비를 맞은 촉촉한 산과 호수같은 운중저수지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분당구 운중동 카페랄로. 2층 창가에 앉으면 비를 맞은 촉촉한 산과 호수같은 운중저수지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비가 옵니다. 불볕 더위 뒤에 만나 반갑기도 하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땐 우중(雨中)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작가, 사진작가, 기상캐스터 4인이 추천합니다. 창문 두드리는 빗소리와 화음을 이루는 재즈의 선율, 색색의 우산이 흐르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재즈, 클래식… 비 오는 날의 음악 카페

"빗방울이 흩뿌리는 날, 어쿠스틱 기타의 재즈 선율은 잠시 나를 다른 시공간에 데려다놓았다. (중략) 너른 카페를 홀로 독차지한 채 커피를 마시고, 슈거파우더가 하얗게 뿌려진 와플을 먹고, 몇 권의 책을 꺼내 와 읽었다. (중략) 비가 내릴수록 재즈가 흐르는 카페의 시간은 농밀해져 갔다." 책 '십년카페'(조선앤북) 중에서.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카메라에 담기 좋은 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카메라에 담기 좋은 운 현궁.

네이버 인기 블로거이자 '십년카페' '서울에 취하다'의 저자 허한나씨는 비 오는 날 가 볼 만한 곳으로 대학로의 오래된 카페 모 베터 블루스(02-762-3123, 종로구 동숭동 26)를 꼽았다. "영화를 전공한 김희정씨와 남편이 운영하는 이곳은 음악 선곡이 좋기로 유명한데 특히 비가 내리는 날엔 어김없이 재즈 연주가 브랜퍼드 마살리스 쿼텟이 연주하는 '모 베터 블루스'를 여러 번 틀어주지요." 이 카페는 재즈 음반 약 5000장과 편히 읽을 만한 책을 골고루 갖춰놓았다. 주인이 직접 과일을 담가 만든 자몽주스·자몽 오렌지티(각각 6500원), 레몬티(5500원), 사과차(6000원) 등은 맛과 향이 진해 비 오는 날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개인적으로 구름이 많이 낀 날씨를 좋아한다"는 김혜선 KBS 기상캐스터는 "비 오는 날은 어쩐지 맛있는 부침개만큼이나 LP 음악이 생각난다"면서 헤이리에 있는 황인용의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031-957-3369,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를 추천한다. "방송 선배인 황인용씨가 직접 운영하면서 음악 선곡을 담당해 차분한 마음으로 오롯이 음악 감상에 젖을 수 있어 좋을 뿐 아니라 가는 길에 자유로 드라이브는 덤으로 즐길 수 있답니다." 카메라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1만5000여 장의 LP와 CD를 비롯해 EMT 턴테이블, 웨스턴일렉트릭 스피커 등 1930년대 오디오 기기는 듣는 즐거움은 물론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1인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음료와 머핀을 제공한다.


	하루 종일 비 구경과 재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모
하루 종일 비 구경과 재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모 베터 블루스.

■통유리창, 오두막… 비 구경하기 좋은 공간

'당신에게, 제주' '소도시 여행의 로망' 등을 펴낸 여행작가 고선영씨는 카페랄로(031-709-5711,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552)를 추천한다. "이곳 2층의 경우 통유리창 너머로 호수같은 운중저수지가 보여 비 오는 날 운치를 느끼기엔 그만이지요." 카페랄로는 운중저수지와 바짝 붙어 있어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층은 개폐식 창문으로 비가 올 때 창문을 열면 빗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한국학중앙원구원(해오름길)에서 카페랄로로 향하는 길은 왕복 2차선 도로 위로 나무 그늘이 터널처럼 이어져 드라이브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카페랄로는 평일 런치 세트(1만3000~2만1000원)와 김치필라프(9900원)를 비롯해 직접 로스팅한 핸드 드립 커피와 갓 구워낸 빵 등이 인기다. 월드컵공원 하늘공원(02-300-5500, 마포구 상암동 482)도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김혜선 기상캐스터는 "비가 적당히 내리는 날이라면 우산을 쓰고 싱그러운 억새숲이 이어지는 하늘공원 오솔길을 걸어볼 만하고, 걷다가 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소나기를 만나면 하늘공원 입구 어귀나 억새숲 사이에 있는 오두막에 앉아 비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고궁 처마 밑 떨어지는 빗방울 운치 있어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의 저자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는 우중 소풍 명소로 '고궁'을 추천한다. "덕수궁 돌담길이나 운현궁은 비가 적당히 내릴 때 가면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고. 유 기자는 "카메라가 있다면 우중 촬영을 해보는 것도 비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 "비 오는 날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색색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찍어보거나 운현궁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찍어보라"고 덧붙인다. 웅덩이에 비친 반영(反映)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 비가 막 그친 후를 '질감의 시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때는 비를 맞아 풀, 꽃 등 자연물의 색은 물론 사물의 질감이 살아나는 때이지요. 때문에 비가 막 그쳤을 때 사진을 찍으면 더욱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 기자의 말이다.

	우리들의 촉촉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