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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의 생활을 찾아

應觀 2013. 7. 7. 22:26

 

직장인의 희망 은퇴 나이는 65세, 현실은 만 53세라고 한다. 생활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예상하는 것보다 은퇴 시기가 더 빨라진다면 오히려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상실에 따른 ‘무위고(無爲苦)’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남들은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보람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까? 은퇴 후 사회 활동을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인생에 대한 이해, 명리학 공부

회계사 일을 하던 박희진(여, 50세) 씨는 은퇴 후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여 부모의 보살핌이 줄어들자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모두 크고, 내 할 일도 줄어들자 갑자기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 팔자가 원래 이렇게 외로운 팔자인 건가?’하고 생각하다가 사주명리학을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주변에 주말이면 동의보감, 사주명리학 등을 공부하러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그 친구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듣곤 했어요.”

사주라고 하면 점이나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박희진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박희진 씨가 명리학을 공부하는 수유너머(www.transs.pe.kr)는 인문학, 사회학 등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는 공동체다. 인생에 대한 이해를 깊은 수준의 학문과 통찰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다.

부부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이미지
“내가 타고난 기운 등에 대한 해석과 그 기운이 주변의 기운과 조화를 이루어서 나타나는 현상 등에 대한 이해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한 사람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나에 대해서뿐 아니라, 가족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게 되죠. 공부하다 보니 운명보다는 건강에 더 관심이 가게 되어서 동의보감도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은퇴 후 공부하고 싶다면?

  • 연구 공간 ‘수유 너머”

인문학 연구 공동체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곳이다. 문학평론가 고미숙 박사가 세운 곳으로, 현재는 수유너머 길, 수유너머 R, 수유너머 N, 수유너머 문, 수유너머 구로와 강원 등이 있다. 쉽고 친근감 있게 인문학을 공부하는 곳으로, 주부들의 참여가 많다.
문의 http://www.transs.pe.kr/

  • 평생교육나눔 커뮤니티 "지혜로운 학교 - U3A 서울"

영국 U3A(The University of Third Age)를 모태로 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 누구나 강사가 되어 가르칠 수 있고, 누구나 학생이 되어 배우는 자발적 평생교육의 장이다. 2013년 상반기 열린 강좌는 라틴어, 엑셀, 디지털카메라 배우기, 우쿨렐레 등 10여 개가 개설되어 있다. 교육장은 서울 삼청동, 서초동, 세종대로 등 세 군데에 위치한다.
문의 cafe.naver.com/openuniversity

  • 지방자치단체 사이버 평생학습센터

거주하는 지역의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지역별로 평생학습센터, 실버대학원 등이 안내되어 있다. 검색사이트에서 지역이름에 ‘평생학습센터’를 붙여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포항시는 교육과학기술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어 지역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총 6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포항시 평생학습센터 홈페이지 http://life-ll.ipohang.org

내 손으로 가꾸는 내집, 목공일 배우기

회사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하다 은퇴한 나인호(남, 55세) 씨는 최근 바쁘게 다니는 곳이 생겼다. 나무 냄새가 가득한 동네 공방이 바로 그곳. 운동이나 등산 등 활동적인 일에 관심이 별로 없던 나인호 씨는 부인의 권유로 목공 일을 배우게 됐다.

“어느 날 집사람이 화장품을 담아둘 나무 상자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사려고 하니까 조그만 나무 상자 하나에 10만 원 가까이하는 거에요. 그래서 동네 어귀에 있던 목공방에 가서 물어보니까 그보다 싼 가격에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시간도 많으니 직접 만들어 보라는 집사람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죠.”

노부부가 목공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미지
그렇게 시작한 목공 일에 재미를 느껴 지금은 집 안에 나인호 씨가 만든 가구가 적지 않다. 예쁜 커피잔을 칸칸이 진열할 수 있는 장식장, 베란다 마루, 벽 곳곳에 걸린 장식용 선반 등 꽤 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것. 최근 나인호 씨가 새롭게 시작한 일은 베란다 노천 욕조 만들기.

“안방 베란다에 마루를 깔고 그 안에 욕조를 넣으려고 해요. 밖에서 보이지 않게도 신경을 써야겠죠. 추운 날에는 발을 담그고 베란다 밖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족욕탕도 조그맣게 만들 생각입니다. 눈이라도 내린 날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을 수 있겠죠?”

요즘 예쁜 욕조를 구하느라 인터넷 사이트며 을지로 일대를 뒤지느라 바쁘다는 나인호 씨의 얼굴에는 웃음과 생기가 가득하다.

어떻게 시작할까?

나인호 씨의 경우처럼 동네의 가까운 목공방에 다니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 배우면서 자신이 필요한 가구나 소품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손재주 뽐내기, 직접 옷 만들기

최수영(46세, 여) 씨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자신의 재능을 찾았다. 손재주가 남다르다는 사실이다. 회사를 그만둔 후 이제는 그 재능이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가득 채워주는 일이 되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그러셨죠. 결혼해도 손에 물 묻히고 살지 말고, 직장 생활하면서 네 인생을 찾으라고요. 집안일도 가르쳐 주지 않으셨어요. 밥 짓는 것은 물론이고 바느질 같은 것은 더더욱 그랬죠. 그렇게 자라서 결혼을 하고 처음 주부의 이름을 달게 되었을 때는 밥 한 끼 하는 게 회사의 어떤 업무보다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었죠.

할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옷을 만들고 있는 이미지
지금 생각하면 자신의 생활 하나 끌어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회생활만 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물론, 집안일에 갇혀서 바깥 생활은 꿈도 못 꾸셨던 우리 어머니 세대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요.”

최수영 씨가 처음 바느질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였다. 어린이집 아이 부모 중에 변호사 일을 하면서, 바느질하는 엄마가 있었다. 그 집에 가면 안방에 천 보관을 위한 선반이 있고, 색색의 예쁜 원단이 가득했다. 두 아이를 위해 편안한 실내복, 활동에 좋은 체육복 등을 만드는 걸 보며 그 솜씨에 반해 따라 시작한 바느질인데, 뜻밖에 자신에게 재주가 있다는 걸 알았다.

“딸아이의 치마를 고운 색으로 만들어 입히면 주변에서 부러워하면서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꽤 있었어요. 회사를 그만둔 지금은 같은 아파트 단지나 아이들 학교의 엄마들을 삼삼오오 모아 바느질도 가르쳐 주고, 좋은 원단으로 만든 옷을 싼값에 주변에 판매하기도 해요. 최근에는 천연 비누와 화장품 만드는 일을 시작해서 집안에서 쓰는 물건 하나하나를 직접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죠.”

어떻게 시작할까?

최수영 씨는 전문적으로 바느질을 배우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바느질을 하는 다른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주말 모임 방식으로 배웠다. 조금씩 재미가 붙기 시작할 때 재봉틀을 샀다. 재봉틀을 산 제조사에서 여는 강습에 참여하면서 기본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옷본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용하다가 점점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본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보람을 찾는다. 영어편지 번역 자원봉사

김연수(47세, 남) 씨가 다니던 회사에는 한 달에 1만 원씩을 내면 회사에서 돈을 더 보태서 아프리카나, 네팔, 인도 등의 어린이들을 후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외부 기관과 연계되어 운영되던 그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낀 김연수 씨는 회사 재직 동안 내내 그 후원에 참여했고, 퇴사와 동시에 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

“제가 조그만 돈을 기부하면 회사에서 수익 일부를 환원해서 제 이름으로 한 아이에게 제가 내 돈의 2~3배가량 기부를 해주니 좋은 프로그램이었죠. 퇴직 후 그 외부 기관에 등록해서 같은 기부를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그 사이트에서 작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아이들이 쓴 영어편지를 번역해 주는 일이었어요. 후원하시는 분들이 모두 영어를 아는 건 아니어서, 영어로 아이들이 써서 보내는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전달해 주는 거죠. 아이들이 하는 영어가 단순해서 번역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아, 아이들 글자라서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좀 고생이었죠.”

노부부가 함께 컴퓨터를 하고 있는 이미지

어떻게 시작할까?

해외 아동을 후원하는 여러 사이트에서 연초에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연초, 혹은 여름 정도에 사이트에 공지가 올라오니 관심을 두고 찾아보는 것이 좋다. 해외 자원봉사 단체인 굿네이버스(www.goodneighbors.kr), 월드비전(www.worldvision.or.kr), 플랜코리아 (www.plankorea.or.kr), 세이브더칠드런(www.sc.or.kr), 컴패션(www.compassion.or.kr) 등에서 지원할 수 있다.

지역 자원봉사 안내 사이트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사는 지역 안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어야 하는 곳은 많이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이웃들과 함께 봉사하며 사는 방법을 소개해주는 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자원봉사 및 자원봉사관리자로 활동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개인이 활동한 자원봉사 활동의 실적을 관리해준다. 약 1만여 개가량, 전국 각지에 자원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연결해 준다.

대학생, 60세 이상의 시니어, 재해구조 자원봉사 등 다양한 자원봉사 그룹을 교육 및 파견하는 자원봉사 사업을 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서 운영하는 지역자원봉사 사이트. 전국 시도 및 시군구를 비롯한 유관 부서의 자원봉사 자료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고 있다. 자원봉사가 필요한 곳의 공지가 항시 올라와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지역, 형태 등을 맞추어 참여할 수 있다.

‘우리 동네는 내가 지킨다’는 구호 아래 재난 및 독거 노인 돕기, 조손 또는 저소득층 청소년 연결, 다문화 가정 지원, 북한 이주민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청소년을 위한 도시락 배달, 공부방 아이들을 위한 간식 나눔 등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